‘만인의 술’이라야

우리 전통주가 세계화되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한 국내 명주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청주든 약주든 탁주(막걸리)든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 등장해야 한다. 그 비율은 적어도 40% 이상의 국민이 마시는 전통주가 등장했을 때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우리가 명주로 떠올리는 독일맥주는 독일인이, 프랑스 포도주는 프랑스인이, 영국 위스키는 영국인이, 테킬라는 멕시코인이, 고량주는 중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었기 때문에 세계화가 가능했다. 특히, 이들 술에는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식당, 레스토랑, 호텔, 룸 등)과 어울리는 안주가 있었다. 우리 실정에 비춰보더라도 주류보다 안주로서 음식이 먼저 상륙해 술을 얹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기 때문에 우리 시장에서도 대중화를 이룰 수 있었다.
우리 전통주가 세계화되려면 국내에서의 대중화가 먼저이고, 우리 모두가 전통주를 즐길 수 있는, 이른 바 ‘만인의 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안 마시는 술로 어떻게 세계화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문과 맥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정책과제의 우선. 전통주를 육성하는데 있어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주세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 몸에 맞는, 현실에 맞는, 소자본 창업자도 제도권 진입이 쉽고, 다양한 비법의 전통주 제조가 가능하도록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야 한다.
둘째, 시설규제 철폐. 전통주를 육성하려면 최소 시설 기준이나 설비에 이르기까지 시설 규제를 완전히 철폐해, 제도권 진입을 보다 용이하게 도와줘야 한다. 공장 건물이나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도 양조가 가능하다면 양조에 뜻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돌출할 수 있겠지만 최종에 이르러서는 주질(酒質)이나 신뢰도, 차별성에 따라 소비자에 의해 여과될 것이고, 선별된 보다 다양한 전통주들이 자리를 잡고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명주가 등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면허조건 철폐 및 제조법 다양화(전통방법).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기법, 그간 맥이 끊기고 사라졌던 전통주들의 복원과 상품화가 가능하도록 면허 요건을 자의적 신고에 의해 취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현실에 있어서는 기록이나 잊힌 가양주들의 경우, 고유의 비법이나 복원을 통한 상품화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다양성과 개발 가능성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일이다.
넷째, 소비자 교육 및 체험 기회 마련. 본인이 지난 25년간 전통주를 대중화 하고, 특히 사라지고 잊혀 가는 가양주와 그 문화를 되살리자는 취지의 가양주 문화운동을 전개해 온 배경이 여기에 있다. 우수한 술을 접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일과 함께 국민적 공감대와 전통주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도 전통주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는 절대적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꾸준한 교육과 홍보, 체험만으로도 양주에 대한 인식만큼 우리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고, 또 그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양조와 음주문화를 가꾸어 왔으면서도 외국의 양조기술과 음주문화 답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일부 현대인들의 맹목적인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