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지역특산주 유통업체 ‘주류박람회’ 申鉉甫 대표

주류박람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술 가운데 하나가 오미나라가 생산하고 있은 바람이라고 했다.

전통주/ 지역특산주 유통업체 ‘주류박람회’ 申鉉甫 대표

 

창대한 꿈을 갖고 새내기들에게 음주문화 전파

전통주 유통하면서 ‘전통주 육성해야’ 홍보대사 자청

 

20여 년간 국내 유일의 술 신문을 발행하면서도 “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는데 20여년이나 술 문제를 다르면서 술이 무엇이란 물음에 답을 못 내는 것으로 봐서 아직 난 “머~얼었다”는 자책을 하며 살아간다. 그 만큼 술이란 참 어려운 존재란 것을 실감한다.

그렇다면 술이란 무엇인가? 어느 작가는 술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고 했다. 술은 불이기 때문이라는 것.

조지훈은 주도(酒道)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고 했다. 한 때 기자도 탐주(眈酒)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 주성(酒聖)급이 되었다고 자평한다.

모처럼만에 KTX를 타고 부산으로 취재여행을 가면서 과거 부산 초량동에 주둔하고 있던 군부대에서 훈련 받던 생각이 떠올랐다. 병참관련 주특기(지금은 아마 없어졌을 듯싶다)를 받고 3부두에서 근무했는데 작대기 하나인 이등병끼리 근무가 끝나면 부두옹벽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는 홍합을 따다가 삶아서 술안주로 먹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당시 맥주는 고급주라 근처에 가기도 힘들었고, 30도짜리 소주를 양재기에 따라서 사이다처럼 마셨다. 지금처럼 우리 술인 고급 전통주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금 전국에 전통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1천 4백여 곳이나 되고 주종만도 수천여종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술 맛 찾아 떠나는 여행객들이 생겨날 정도니 주류천국이 부럽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주류박람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술 가운데 하나가 오미나라가 생산하고 있은 바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전통주를 마시고 싶을 때 마트 같은 곳에서 손쉽게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전통주와 지역특산주를 취급하는 업체가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부산에서도 지난 1월 문을 열었다. 최근까지 문경 오미나라에서 마케팅을 담당 하던 신현보(62, 申鉉甫)실장이 회사를 퇴직하고 그가 태어나고 자란 부산 연재구에 ‘주류박람회’란 전통주유통업체를 차렸다.

 

술은 무조건 맛이 좋아야 한다는 믿음이 생겨

‘주류박람회’란 상호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그동안 오미나라에서 근무하면서 전국에서 개최된 주류박람회는 거의 다녀봤습니다. 박람회장에서 각양각색의 전통주를 맛봤습니다. 그래서 전통주 유통회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주류박람회처럼 우리 회사에서도 박람회장에서 만날 수 있는 술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류박람회’란 상호를 생각해 낸 것이죠”

신현보 대표가 차린 전통주 유통매장 앞에서 취한 포즈.

기자도 그 동안 전국의 주류박람회를 취재할 때 신 대표를 자주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대표가 있는 부스에는 시음을 하려는 참관객들로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이유가 궁금하여 유심히 살펴 본적도 있었다. 기자가 느낀 것은 신 대표는 같은 술이라도 설명을 맛깔나게 할 뿐만 아니라 한병에 36만원이나 하는 술도 아낌없이 시음주로 내 놓고 있었다.

사실 술 한 병에 36만원(오미나라 달)이나 하는 술은 웬만한 사람들은 맛보기 어려운 술이다. 그런데 신 대표의 홍보 전략은 맞았다. 비싼 술을 맛 본 사람들(대부분 젊은 층)은 카드 긋는 것에 겁내지 않았다.

신 대표는 “어느 박람회장에서 젊은 사람이 달 3병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저도 놀랄 정도 였다니까요. 술 3병이면 백만 원이 넘지않습니까.”

그래서 신 대표는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술은 무조건 맛이 좋아야 한다”는 믿음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현재 ‘주류박람회’에서 취급하는 술은 가성비도 좋아야 하지만 술맛이 좋은 것만 취급한다고 했다.

신 대표가 요즘 젊은이들이 보는 전통주 트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평생 드신 술만큼 많이 파세요

신 대표는 현재 두주불사(斗酒不辭)이며 주종(酒種)불사 형이다. 집안 내력인가의 질문에 집안에서 술을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유일하게 신 대표뿐이라고 했다.

회사 안에 개업식 때 어느 지인이 보내준 화분에 이런 리본이 달려 있었다. “평생 드신 술만큼 많이 파세요”

기자가 생각하기엔 그 지인은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한 인간이 평생 마실 수 있는 술이란 것이 무한정일 수 없는데 마신 것만큼만 팔라니 섭섭한 것이 아닐까.

그동안 신 대표와 안면을 트고 지낸 사이지만 그의 과거 경력은 몰랐다. 주류회사에 다니지는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했었다. 왜냐하면 오미나라 같은 와이너리에서 일하려면 그 만한 경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힘들었을 테니까.

그런데 이종기 회장과의 인연은 전혀 뜻밖이었다. 이종기 회장도 신현보 대표도 착실한 불교 신자여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현보 대표의 모친은 착실한 불교 신자여서 신 대표는 모태신앙을 갖고 태어났다. 고등학교부터 불교학생회에 참가했고 대학생 때(동아대)는 부산을 대표하는 불교학생회를 이끌었다고 했다. 사회에 나와서는 주로 정치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불교와 인연을 맺은 지인의 소개로 오미나라 이종기 회장을 만나 주류에 입문하게 되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가끔 연산동에서 지역 주류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전통주 알리기에 열심이다.

새내기들에게 올바른 음주문화 가르치고 싶다

신 대표는 오미나라에서 근무하면서 전국의 주류박람회를 100회 참석했다고 한다. 박람회를 통해 전통주에 대한 MZ세대들의 취향을 경험했고, 미래의 전통주 트렌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술소비 패턴의 변화였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침제 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청년들의 구매형태의 변화가 예상외로 빨리 변하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고 신 대표는 말했다.

주당들이 주장한다. “술 먹는데 시계는 왜 봐”

이 같은 술 소비의 트랜드 변화는 결국에는 음주문화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기에 올바른 음주문화를 가르친다면 국가적으로도 바른 사회를 조성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신 대표는 내다보고 있다.

신 대표는 현재 벌려 놓은 유통업체가 크지는 않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청소년 음주문화 조성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 대표는 청소년의 음주교육은 학교에서 할 일이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는 순간 이들에게 올바른 음주습관을 알려주는 데는 없어 힘자라는 데까지 새내기들에게 음주문화를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전국의 유명 전통주를 취급하고 있어 젊은 층에게 좋은 술로 무료시음도 가능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는 월 1회 정도 ‘일사일사(一寺一社)’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일사일사’란 하루에 절 한군데와 양조장 한곳을 방문하는 것이다.

주류박람회 매장에는 지역 전통주를 전시하면서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가격표를 부착해 놓고 있는데 택배비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안에 세자리수로 거래업체 늘릴 계획

신 대표는 주류업계에 늦게 뛰어 들어 주류경력은 짧지만 그의 포부는 남다른 데가 있다. 신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국내 양조산업이 발전하려면 젊은 양조 인들이 많이 양성되어 새로운 양조기술이 도입되어야 양조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나라가 박람회에 참가하면 부스 홍보는 신 대표가 도맡다 싶이 했다.

그리고 소믈리에, 유통업자 같은 관계자들도 젊은 사람들로 채워질 수 있다면 국내 양조산업도 K푸드나 K컬쳐처럼 K술도 세계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생각만 가지고는 어렵고, 양조 인들이 몸소 실천하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앞선 선배들의 지속적인 배려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특히 전통주의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어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K술도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게 신 대표의 견해다.

이를 위해서는 자수성가한 전통주 양조장 대표들의 양조기술과 정부의 자금지원 등이 이루어지고, 모두가 인정할 만한 공식적 기관을 통해 전통주시장을 건강하게 만든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주류박람회’는 20여개 양조장에서 50여 가지의 전통주를 받아 도매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택배비를 받지 않고 전국어디고 배달한다.

오미나라 부스에서 이종기 회장(가운데)과 함께.

현재는 두 자리 수 도매거래처가 있지만 올해 안으로 세자리수로 늘릴 계획이라고 신 대표는 말하고 있는데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현재 ‘주류박람회’가 취급하고 있는 주류는 ▴와인▴위스키▴코냑▴증류주▴맥주▴막걸리 등이며 명절선물세트, 결혼식 답례품, 각종행사 기념품 등이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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