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데스크칼럼]
사업용 차량기사 음주운전 이대론 안 된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이란 말이 있다. 쇠귀에 대고 아무리 열심히 불경을 읽어 주어도 소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빗대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 이른바 윤창호법이 지난 6월25일 시행되고 나서도 음주운전자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물론 처벌이 강화 되었다고 해서 100% 근절되리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다.
소주 한잔 만 마시고 운전해도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 될 수 있다는 것을 수도 없이 언론을 통해 홍보 했건만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듣고 음주운전을 강행하는 운전자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교통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일반 자가용 운전자뿐만 아니라 버스나 택시 등 사업용 차량운전자 가운데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법인 택시기사 A(63) 씨를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 25분께 음주 상태로 손님을 태운 채 운행하다 신림동의 편도 2차선 도로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음주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4%로, 면허취소(0.08%) 수준이었다.
A씨는 2000년과 2005년에도 각각 한 차례씩 음주단속에 적발돼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상습 음주 운전자였다.
이보다 앞서 같은 경찰서에서는 면허취소 수준으로 술을 마신 채 승객을 태우고 택시를 운행한 택시기사 박(54) 씨를 13일 적발했다.
박 씨는 전날 오후 11시께 음주 상태로 손님을 태운 채 운행하다가 서울 관악구의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스폿이동식 음주단속 중인 경찰에 적발됐다.
음주측정 결과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로, 면허취소(0.08%) 수준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04년 첫 적발 이후 이번까지 총 3차례나 음주운전이 들통 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서울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의 만취 상태로 승객을 태우고 버스를 50여 분간 운전한 기사가 승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운전면허 취소 수치 3배가 넘는 만취 상태로 경유가 가득 실린 유조차 운전대를 잡은 5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시내뿐 아니라 고속도로에서도 음주운전자들이 적발되고 있다. 17일 강원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중앙고속도로 횡성나들목에서 음주운전 단속 중 혈중알코올농도 0.05% 상태로 택시를 몬 A(44)씨를 적발했다.
지난달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는 기준은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또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적발될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2년간 운전면허 시험 응시 자격도 박탈된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던 전력이 있었던 택시기사들이 운전대를 계속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현행법상 음주운전과 관련한 택시운전 자격 제한 기준은 ‘택시운전 자격시험일 전 5년간 운전면허 취소된 적이 있는 경우’가 전부이고, 단순 정지 처분에 대한 규제는 아예 없다.작년 8월 개정된 여객운수법에 따르면 운수 업체는 운행 전 운전자의 음주 상태를 측정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버스나 택시 차고지에서 이 같은 규정대로 음주상태를 체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용 차량 기사는 그렇다 치고 현직 경찰관들이 음주운전으로 단속당하고 있어 이들이야 말로 우이독경이 아닌가.
‘윤창호법’ 시행 등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13일 일산 동부경찰서 소속 A(55) 경감이 이날 오전 1시 13분께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한 도로 위에서 차를 몰다 잠이 들어있는 것을 시민이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했으며 A씨는 0.109%의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각 포천경찰서 소속 B(32) 순경은 의정부시 금오동 성모병원 앞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처럼 사업용 차량 즉, 버스나 택시 기사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사례는 과거에는 단속 현장에서 사업용 차량에 대해서는 거의 통과시켰지 일일이 단속을 하지 않았던 측면도 없지 않았다. 경찰관 역시 매 한가지였다. 단속경찰관에게 “같은 가족”이라면 거의 통과 되었던 시절이 많아 이런 관습(?)이 이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교통정보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