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데스크 칼럼
“나는 모른다” 그럼 누가 아나?
예전에,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선비라고 불렀다. 아는 것은 많으나 하는 것이 별로 없이 세월을 보내기에 염치없었을 사람들일 수도 있다. 요즘 같아선 집안에서 구박덩어리신세가 되지 않았을까.
세월이 지나면서 이 들 선비들은 앞 다투어 과거를 보고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선비도 꽤 많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은 선비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갔다.
그러나 선비족에 들어가기 위해선 나름대로 덕목이 있었야 했다. 첫 덕목은 뜻을 굽히지 아니하는 지조에 있다. 조선 시대 선비 정신의 주요 덕목은 청렴, 결백, 안빈(安貧) 등이었다.
청렴을 실천하는 일종의 행동수칙으로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금기사항까지 있었다고 한다.사불삼거는 ‘소위 네 가지를 하지 말고 세 가지를 거절하라’는 말인데 사불(四不)은 부업을 하지 않고, 땅을 사지 않으며, 집을 늘리지 않고, 재임 중인 고을의 명물을 먹지 않는 것을 일컫는 것이었다. 삼거(三拒)는 윗사람이나 세도가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청을 들어준 다음 답례를 거절해야 하고, 경조사 때 부조를 받지 않는 것이 삼거이다.
만약에 요즘 이렇게 하라면 공무원 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바꿔 말하면 사불삼거와는 정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그 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공직자들은 공직사회가 현저하게 깨끗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다수의 국민은 공직 사회의 부패 문제를 아직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혈연, 지연, 학연 등 이른바 ‘온정주의식 문화’가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공직사회에서도 종종 부정들이 발생되고 있다.
선비를 시쳇말로 학자라고 하자. 이들 가운데는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정관계에 진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열심히 해야 할 연구는 하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참견을 하는 이들이 하는 짓거리는 범인(凡人)들은 감히 생각지도 않는 일을 한다.
학자의 자식이라면 흑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면 그 것으로 감사를 해야지 좀 더 차지하려고 흑수저가 차지해야 할 먹거리마저 뭉개버리려는 야심이 가득찬 사람들. 그런 인간들이 나라의 중요 자리를 차지하고 국민들을 우습게 여긴다.
어떤 이들은 좀 더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기 위해 통과해야할 청문회에서 모든 것이 까발리기 싫어서 장관자리에 오라는데도 손 사례를 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보나마나 선비(先非, 이전에 저지른 잘못)가 너무 많아서 이들에게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살아남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은 청와대가 지난 8월9일 曺國 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부터 9일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고 나서도 온통 祖國은 曺國이야기뿐이다.
6일 청문회장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인 曺후보자는 선비가 갖춰야할 청렴, 결백, 안빈 같은 덕목은 애진작에 찾아볼 수 없다. 서민들은 상상도 못하는 짓거리를 했으면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데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럼 누가 아는가.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의 대학원 진학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딸의 인턴 경험 및 상훈 등 외부활동 등을 주요평가 요소로 보는 특별전형을 통해 국내외 유명 대학원 등에 진학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동양대 표창장을 임의로 만들어주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국 장관이 청문회장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던 것과는 너무나 배치(背馳)된다. 설마 검찰이 조 장관의 부인을 잡아넣기 위해 꾸민 이야기는 아닐 것 아닌가.
조국(祖國)이 조국(曺國) 때문에 시끄러운 날을 보낸 지도 어언 달포가 가까워진다. 검찰은 속전속결로 조국문제를 마무리 했으면 한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던 말이 누군가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 스스로 물러나던지 아니면 청와대가 내치든지 해야지 나라가 조국 때문에 시끄러워서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교통정보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