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옷의 아름다움과 품격

우리옷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복원시킨 주인공

 

‘88서울올림픽개폐회식 고전공연의상 디자인 (1988.09)‘88서울장애자올림픽개폐회식 공연의상 디자인(1988.10), 조선시대 어가행렬(한국방송통신대 출판부, 1994) 최초 복원 등 설경 백영자 명예교수(雪敬 궁중복식문화관 관장, 전 방통대 교수)88서울올림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70년대 초 완전 불모지였던 한국복식문화를 개척하기 시작한 선생은 지금까지 40년 넘게 우리나라 전통복식을 복원하는 데 모든 것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모지였던 전통복식 개척

지난 40년 동안 덕성여대와 방송통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백영자 교수는 아직도할 일이 많다. 1974년 교수생활을 시작하며 세운 설경디자인연구소를 찾아가 전통복식을 연구하고 있는 백 교수를 만났다. 빛깔 고운 한복차림의 백 교수는 반갑게 맞아주면서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적당히 힘이 실려 신뢰감을 주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될 것 같았다.

“70년대 전쟁 후 먹고 사는 게 시급한 시절이라 당시에는 조선시대 전통복식에 대한 자료가 전무했어요. 더군다나 서양문화의 유입으로 여자들은 전통 옷보다는 미니스커트 같이 서양옷에 더욱 관심이 많았죠.”

70년대 새마을운동이 꿈틀거리기 시작할 무렵 백 교수는 왜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던 한국전통복식에 대해 집착을 하게 된 것일까?

 

한민족의 우월함과 품격을 알리다

집착까지는 아니고 관심이 갔어요. 서울대에서 전통 옷에 대한 공부를 하던 중 우리민족의 우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양문화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거나 불쌍한 민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통 옷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민족의 품격과 우월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시작한 복식연구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가장 먼저 참고할만한 책이 부족했다. 당시에는 전통복식에 대한 연구서가 전무했고 대부분이 일제 때 번역된 것이라 엉터리가 많았다.

백 교수는 미개척분야의 어려움을 통감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시작을 했으니 끝까지 하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시간과 발품을 많이 팔았어요. 전국 사찰을 비롯해 지방 박물관 등 안 다닌 곳이 없어요. 심지어 삼국시대나 조선시대 유물이 발굴되거나 고분 같은 게 발견되면 직접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나온 복식을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직접 그려가며 만든 옷들이 많아요.”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고전공연의상 연출

백 교수는 복식의 역사를 찾기 위해 전국의 서점을 뒤지기도 했다. 그 노력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처음엔 내가 찾고 복원한 전통 옷을 응용해서 다양한 한복들을 만들었어요. 70년대 당시에 지금 입는 개량한복을 선보였으니까요. 하지만 너무 앞서간 탓인지 크게 반응을 얻지는 못했어요. 그렇게 한복패션쇼는 노력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말하는 동안 아쉬움이 그의 얼굴에 스치고 지나간다. 화제를 바꿔 88올림픽 얘기를 꺼냈다.

세계인이 지켜보던 서울올림픽개폐회식때 출연진들이 입었던 고전공연의상이 바로 백영자 교수의 손끝에서 나왔다.

당시에 전통 복식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모두 정립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어요. 학문으로써

궁중복식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직접 복원해 패션쇼까지 했으니까요.“

조선시대 어가행렬 완벽 재현

88서울 올림픽에 이어 또 하나의 성과로 꼽는 것은 1994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출간한조선시대어가행렬이다. 제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어요. 20년 동안 찾아다니고 연구해 온 모든 것이 그 책에 담겨있다고 봐야죠. 조선시대어가행렬을 재현한 책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나오지 않았어요. 물론 그 후에 제 책을 베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요. 모든 궁중의례들은 조선시대 어가행렬에 다 들어있기 때문에 TV드라마나 모든 전통복식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제 책을 참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백영자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집대성된 조선시대어가행렬이 크게 빛을 못보고 만 것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지만 곧 후배들의 연구와 우리 전통복식을 바로 알리는데 기여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궁중문화의 진수 보여준 책

창경궁에서 처음으로 시연되었을 때도 제 책을 교본으로 삼았어요. 의례에 대한 의미는 물론, 제도, 만든는 법, 상징성 등 궁중문화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궁중의례의 재현에 참고도서로 활용되는데도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어요. 그렇다고 제 책을 참고했다는 기록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저는 정말 오랜시간 힘들게 찾고 공부해서 만든 것인데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가져다 쓰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백 교수는 수 백가지 궁중의례들이 자신의 역작 조선시대어가행렬에 들어있다고 강조하면서 이젠 후배들 연구에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방송대학 교재로 사용되는 것도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복식의 문화사란 과목인데 아주 쉽게 풀어서 쓰였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가정학과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책입니다.”

궁중 옷을 21세기에 한복패션쇼로 재현하다

그 다음 의미있는 성과는 TV 강의를 통해서 한국전통문화관계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제가 직접 TV강의를 통해서 한국전통복식에 대해 강조를 많이했어요. 역사를 알아야 패션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죠. 아쉬운 점은 방송대에서는 제자들과 함께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할 수가 없었고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한 것이에요.”그의 연구성과는 한마디로 조선시대 전통복식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이다. 특히. 의례가 많은 궁중에서 입던 옷들을 이론과 실재패션으로 21세기에 접목시켰다는 점은 놀라운 감각이 아닐 수 없다.

백 교수는 전통복식 연구를 통해 현대 한복패션의 발전을 이뤄냈으며 이를 한복패션쇼에서 선보였다.

 

고급인력 양성과 우수한 디자인 개발 과제

한복의 세계화에도 크게 기여한 백영자 교수의 우리옷 연구는 고급인력 양성은 물론 우수한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계속되어야 한다.

한복의 세계화는 정말 중요합니다. 그만큼 제대로 된 한복을 가지고 외국인들에게 선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아쉬운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특히, 세계인들이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들을 단순히 관광객 이상으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백 교수가 지적하는 한복의 세계화에 꼭 필요한 요소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세계화를 위해서 고급디자이너를 양성해야 한다.

둘째, 한복의 우수성을 개발하고 이를 마케팅과 연결시켜야 한다.

셋째, 수입브핸드로 한복을 국한시키지말고 수출마케팅으로 바꿔서 세계 속의 한복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

넷째, 정부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한복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교육은 취업에만 치중해 한복관련 과는 폐강하고 있고 교수는 일자리를 잃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동으로 고급인력은 양성할 수 없게된다.

다섯째, 우리의 전통은 없앨게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이다.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취업 때문에 대학에선 자꾸 없어지는데 취업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의 문화가 사라지면 우리의 중심도 없어지는 것이다.

 

한복의 브랜드 세계화 위해 정부 지원 필요

백 교수의 열정 가득한 전통복식 강의는 이제 거의 끝나는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음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대학에 석박사 과정이 없었어요. 우리 옷 연구에 대한 관심도 적었던 게 아쉽습니다. 후배들 양성이 부족했고 많은 아이디어를 놓친 것도 아쉬워요. 앞서 말했지만 제자들이 많았다면 팀워크를 통해서 괜찮은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을텐데내 생각을 발전시키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평생대학원을 통해 4명의 제자를 양성하고 있고 설경디자인연구소를 통해서도 전통복식과 규방문화가 전수되고 있어요. 정기전시회도 하는 등 꽤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백영자 교수의 앞으로의 목표는 전통복식문화를 세계에 보급하고 생활화하는데 일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전세계에 우리의 전통복식이 수출되고 즐겨 입는 브랜드가 되는 날이 꼭 오리라 기대해 본다.

 

사진

캡션1. 기녀 황진이 (말하는 꽃 피어나다)

캡션2. 광개토대왕과 그 부인 (불멸의 연인들)

 

 

백영자 교수

서울대 졸업 후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문학박사), 덕성여대와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교수와 자연과학부 학장, 도서관 관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역임

현재 설경디자인 연구소 소장, 설경 궁중복식 (나래옷)문화관 관장,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수상경력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워원회으로부터 표창장(공연의상디자인) 수여 (1220) 문화체육부 우수도서 선정, 한국의류학회 이흥수 저술상 수상 조선시대 어가행렬녹조 근정 훈장 제47027호 수상, 논문 한국의 노부(어가행렬)20여편 외, 패션쇼 및 전시회 30여회, 전통복식 콘텐츠 개발, TV프로그램 자문, 문화재청 심사위원 활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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