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面敎師를 새겨보시라

김원하의 데스크칼럼

反面敎師를 새겨보시라

 

세상 돌아가는 꼴이 어쩜 전 정권에서 일어났던 일과 판박이로 닮아가는 것일까. 정권이 바뀌면 무엇인가 새롭고, 진취적이고, 희망적이고, 신나는 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했다.

문재인 정권은 촟불혁명으로 태어난 정부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 정부가 촟불을 유난히 강조하고 나선 것은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왜냐하면 촟불은 신선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한 것이다. 제사를 지낼 때 전등불이 대낮처럼 밝아도 촟불을 켜 놓는 것은 예로부터 촟불을 신성시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자식 잘 되라고 장독대에서 치성(致誠)을 드릴 때도 정안수와 촟불은 필수였다.

문 정권을 지지 했던 안했던 많은 국민들은 진정 이 정권이 잘되어 국민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기를 바랐다.

국민들이 권력이란 칼을 위정자들에게 쥐어 준 것은 망나니처럼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잘못되고 썩은 냄새가 나는 무리들을 척결하라는 것이었다.

역사이래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곳은 서민들이 사는 세상보다는 돈 많고 권세 높은 양반들이 사는 동네라는 것은 세 살 먹은 아이들도 아는 일이다.

권력자가 사리사욕을 위해 나라곳간을 털거나 상인들의 호주머니를 털었을 때 읍참마속(泣斬馬謖)심정으로 쓰라고 권력의 칼을 쥐어주었으면 그 대로 사용하면 된다. 그러면 국민들은 두 손 들어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요즘세상 돌아가는 꼴은 그와는 정반대가 아닌가 여겨진다.

정권이 바뀌자 있는 자리 없는 자리를 마치 전리품 나눠먹듯 차지하는 꼴이 전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전 정권에서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라고 했고, 현 정권에서는 체크리스트라 하면서 자리보존(임기제)하고 있는 인사들을 내쫒고 그 자리에 측근인사들을 앉힌다.

이것이 과연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인가. 권력의 칼을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니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전 정권에서 이른바 문화계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전 장관을 구속시켰다. 현 정권에서도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전 정권 때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표적 감사했다는 내용이 터지자 정권 실세들은 체크리스트를 만든 것이지 블랙리스트와는 다르다고 발뺌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사자성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전적 의미로 ‘반면교사’는 ‘다른 사람이나 사물(事物)의 부정적(否定的)인 측면(側面)에서 가르침을 얻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반면교사(反面敎師)란 말은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이 처음 사용한 말이라고 전해진다. 마오쩌둥은 부정적인 것을 보고 긍정적으로 개선할 때, 그 부정적인 것을 ‘반면교사’라고 하였다. 이는 혁명에 위협은 되지만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는 집단이나 개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과거 정권 실세들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삼아 구속시키는 것이 능사처럼 여긴 사람들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기야 여당 대표는 이 정권이 50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자체장 선거에 실세들이 가담했다고 법석이다. 진정으로 장기 집권을 하고 싶으면 상대방을 적으로 여기지 말고 함께 손잡고 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유독 정치에선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탓이 가장 크다. 우리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일을 조코 위도도(58·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해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대선에서 두 차례나 경쟁했고 심지어 대선 결과에 불복까지 했던 야당 대표를 10월 23일 국방부 장관에 기용했다는 뉴스는 너무 부러운 뉴스였다.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에 기용된 프라보워 수비안토(68)는 야당인 그린드라당의 대표다.

육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는 2014년과 올해 4월 대선에서 조코위와 맞붙어 조코위에게 패했다. 그는 두 번 모두 패배에 불복하며 헌법재판소에 선거 무효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고 한다. 그런 인물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대단하지 않은가.

‘시경(詩經)’에 나오는 ‘타산지석 가이공옥(他山之石 可以攻玉)’을 현 정권 실세들이 좌우명으로 삼는다면 꼬이고 꼬여만 가는 실타래를 풀수 있지 않을까.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진정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한다면 하늘도 무심치 않을 것이다.

<교통정보신문·삶과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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