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류 ‘호모 커넥투스’가 만들어가는 세상 1111

어느 집의 간판, 그 속의 ‘삶과 술’이 궁금하다

『빈 술병』

새 인류 ‘호모 커넥투스’가 만들어가는 세상 1111

 

                            육정균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시인/부동산학박사)

어김없이 해는 기울어 11. 11.을 넘어 11월 중순으로 가고 있다. 날씨도 점점 더 추워져서 계절을 이기지 못하는 가까운 어른들이 하나둘 낙엽 지듯 홀연히 세상을 떠나는 이별도 잦다. 작년 10월, 친한 박사과정 후배 교수가 부탁했던 대학원『자산관리 최고위(CEO)과정』의 특강을 11. 11.에 마쳤다. 최고위 과정생들의 연령대 등 아무런 자료도 없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유익한 강의를 할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흔한 정치 이야기도 야한 유머도 요즘엔 바람직하지 않으니…. 누구에게나 풀기 어려운 화두인 “우리의 인생, 삶은 무엇인가?”그 의미를 풀어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청년 시절부터 글을 쓰면서 늘 여행을 통해 해답을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홀로 여행을 무던히도 많이 했다. 군대를 갓 다녀온 그야말로 풋풋하던 시절 그때도 11. 11. 언저리로 기억된다. 대전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전주를 거쳐 군산으로 가는 여행길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철도여행을 하면 어느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인생의 연륜이 깊은 어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그냥 소설 한 편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마침 그날도 운이 좋게 내가 탄 객차에는 일제식민지시대 전에 태어나 36년의 고초를 겪고, 해방을 맞고, 6·25전쟁을 겪고도 질기다 질긴 풀잎처럼 살아온 민초들이 앞뒤 좌석을 마주 앉아 이야기꽃을 펼치고 있었다.

2호선 역삼전철역 3번 출구 뒤편의 감나무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의 온갖 수탈의 모습에서부터 알려지지 않은 민속 이야기로 흘러갔다. 나는 아예 자리를 털고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어르신들의 좌석에 기댄 채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일본 사람들 근친결혼으로 사촌 간에 결혼하는 것이 흔하다 해도,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아내가 죽자 딸을 아내로 삼아서 살던 아버지를 우리가 한동네서 보지 않았는감” “ 그려 그랬지. 해방이 되던 해 자신의 딸과 부부로 살던 그 일본 영감, 지금도 생각이 나는 구먼” “뭐, 아니 아버지랑 딸이 부부로 살아? 뭐야? 사람이 산다는 것은? 인생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이지?” 나는 순간 삶에 대한 깊은 고뇌를 느꼈지만 삶이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쉽게 해독되었다. 마침 객차 통로로 각종 먹을거리와 마실 거리를 싣고 지나가던 홍익회 직원이 던진 말 “삶은 계란이요! 삶은 계란!!” 아! 삶은 계란이구나. 色卽是空, 空卽是色이듯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도 다가 아니구나.

지긋한 중년 이후 우리는 어디에 소중한 자산을 투자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마음을 비우고, 흔적을 지우고, 인생을 아름답게 정리하며, 멋지게 사는 데 상당부분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변에서 간간이 목격하는 특이한 사례 셋을 소개하기로 한다.

첫째, 우리 곁에서 욕심만 부리다 삶의 낭패를 보는 흔한 바보형님, 바보누님 이야기다. 이들은 부모재산 독차지하려고, 형제자매와의 재산분할을 거부하며 30~40여 년째 싸우면서도, 아들 내외는 미국, 딸은 영국으로 비싼 집을 사서 이민을 보낸 것이 녹음처럼 반복되는 큰 자랑거리였다. 그러다 최근에 “한국의 전 재산을 다 팔아서, 엄마아빠 너희들 곁에 가서 살면 안 되겠니?” 하고 물었더니 반가운 즉답 대신 한참을 뜸들인 자식들의 답변은 “그냥 한국에 사세요”였다 한다. 코 빠진 인생이다.

둘째, 전문가의 말도 무시하던 2008년 300억대 현금부자의 독선과 뒤늦은 후회이다. 우연히 자문을 구하러 온 그분에게 그 당시 불경기로 마음만 먹으면 수의계약으로 골라 살 수 있었던 판교 중심 상업지역의 코너 상업용지와 대지지분이 많고, 입주권 및 분양대금이 선 확보 되며, 개포공원과 대모산 조망까지 숲세권인 개포 3단지 재건축 후보 아파트에 투자해 보라고 권했었다. 그러자 “형편없는 사람이군! 자네가 무슨 전문가인가?”라며 비웃고 떠났던 그분을 최근 우연한 행사에서 만났다. 일부러 내자리로 온 그분 “박사님 말씀을 그때 귀담아듣지 않아 후회가 많습니다.”

셋째, 언제까지 청춘인가? 나이 79세인데도 무한정 사업 확장에 일중독인 왕회장님 이야기다. 자녀들에게 너무 인색하고 경영참여도 거부하는 엄한 아버지로 자식들과 재산분할 소송 중에 있다. 정식 재혼한 아내와도 재산상속을 염려해서 혼인신고조차 거부하며 식모취급이 다반사다. 모든 경영문제도 고문 변호사 한 사람과만 상의하며 독선적이다. 그러나 최근 왕회장님이 해외출장 중일 때 고문변호사는 사모님을 몰래 불러 “언제든 소송을 제기하면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며 상의했다 한다. 고문 변호사까지 호시탐탐 재산을 빼앗아갈 기회만 노리고 있음을 그는 알까? 욕심을 마냥 부린다고 다 자기 것이 아니듯 베풀고, 주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 노쇠해지는 것이나 암보다 더 무섭고 잔인한 치매도 막을 수 없는 법, 치매로 인지능력 상실 전에 여생을 마칠 때까지의 기본재산 외에는 자식들도 나누어 주고, 사회에도 기부하는 등 현명한 처사가 필요한데도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처럼 욕심이 끝이 없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이 곧 생활이 되는 시대, 새 인류 ‘호모 커넥투스’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AI시대 함께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 등 제4차, 5차 산업혁명과 혁신적 기술들이 인류에게 거센 파도처럼 밀려들수록, 혁신의 유용성과 편리성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차분한 마음으로 기존 산업과 새로운 신산업 간의 갈등 없이 새롭게 공존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선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선행적인 제도의 마련 없이 혁신의 유용성만 강조할 때, 부작용으로 엄청난 갈등과 부작용을 겪은 후, 재정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산관리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마음을 비우고, 건강한 경제인(經濟人)으로 살아나가는데 투자해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 육정균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