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에게 가장 소중한 아내

영흥도 바닷가의 저녁노을, 기해년도 저녁노을처럼 저물어 간다.
『빈 술병』

무려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에게 가장 소중한 아내

육정균(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시인/부동산학박사)

 

한해를 무난하게 잘 마무리해야 할 연말, 보석 같은 12월도 보름 남짓 남았다. 세상이 무섭고 빠르게 변화하는모습을 보며, 앞으로의 세상변화를 그려본다.

우선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시대가 도래되면, 사람, 즉 인간의 노동을 AI로봇 등 기계가 대체하게 되어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AI자율자동차가 출현하면 택시, 버스, 화물 자동차를 운행하는 사람이 필요 없게 되고, AI자율자동차만 있으면 교통문제는 모두 해결된다고 한다.

현 택시시장을 놓고도 사람들은 택시기사 없이 AI자율자동차만 있으면 교통수요는 얼마든지 처리가능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인간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생각한다면 AI시대에도 AI자율자동차를 가지고 택시운송사업을 하는 택시회사나 개인운송사업자가 제도적으로 필요하고, AI자율자동차로 운행할 때 질 높은 서비스를 담당할 서비스요원이나 운행이 끝난 상태에서도 내일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차량의 정비나 관리 등을 담당할 AI자율자동차관리인 등 관련 종사자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초겨울 탄천변 초저녁을 밝힌 근하신년의 두 눈동자

따라서 AI시대에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므로, 사람이 전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사고는 편협한 관점이라고 본다. 오히려, AI기계의 도움으로 인간의 노동시간이 감소되는 만큼, 사람들이 보다 많은 여가를 즐기면서도 적은 노동으로도 인생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만큼의 고임금이 보장됨에 따라 삶의 질이 향상되는 사회로의 진전을 모두가 고민하고, 필요한 사항을 제도화하고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AI시대의 도래로부터 고단하고 긴 노동에서 해방되어 보다 편안한 노동환경과 안락한 삶을 보장받으면서도 모든 일거리를 전부 AI기계에게 빼앗겨 자칫 인간 스스로 인간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에 빠지는 위험은 철저히 경계할 따름이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친구가 톡으로 보내준 <잡아함경(雜阿含經)>의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라는 이야기를 함께 음미하고자 한다.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 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갔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였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 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城) 과도 같았다.

셋째와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했다. 어느 날 그가『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었다.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첫째는 냉정히 거절했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둘째에게도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했다. “첫째도 따라가지 않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고 했다. 그는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만, 셋째도 말했다. “성문 밖까지는 배웅을 해줄 수 있지만 같이 갈 수는 없습니다.”라고…. 그는 넷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넷째는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라며 따라나서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머나먼 나라』로 떠나갔다. 이 이야기에서의『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한다.

첫째 아내는「육체」를 비유한다.「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수 없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재물」을 의미한다. 든든하기가 성(城)과 같았던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는 못한다. 셋째 아내는「일가, 친척, 친구」들이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문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는 함께 가 줄 수는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를 잊어버릴 것이다. 넷째 아내는 바로「마음(영혼)」이다. 살아있는 동안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뿐이다.

어두운 땅속 밑이든 서방정토든 지옥의 끓는 불 속이든 마음이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살아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악행의 자갈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고, 선과 덕을 쌓으며 걸어가던 길이 밝고 환한 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짓느냐가 죽고 난 뒤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종교를 떠나, 우리가 죽었을 때 우리의 몸은 땅에 내어놓고, 아무리 힘들게 모은 재물과 돈이라도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을 뿐더러, 일가친척, 친구, 처자식과도 영영 이별하게 되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일뿐, 나라는 마음(영혼)만 본래 왔던 별나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평생 얼마나 많은 재물, 공명과 권세를 쌓았는지 보다 얼마나 착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왔는지가 가장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항상 매일 매일을 좋은 마음으로 베풀고, 은혜롭게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허나 서로의 인생길에서, 한 순간 어쩔 수 없이 남을 힘들게 하고, 중대범죄를 범하는 등 잘못된 순간이 있었더라도, 그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는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오직 나와 내편만의 승리, 부귀와 권세와 영광을 독식하고자 남을 죽이고, 더 가지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발버둥, 하루살이 부나비 같은 삶이 얼마나 부질없는 삶인지를 모르는 이들이, 그것도 국민을 팔아먹으며 이 엄동설한 여의도 국회에서 벌이는 난장판을 보면서, 영원한 권력을 쟁취하려는 분들에게 조용히 역설하고 싶은 밤이다.

자고로 “세상 어디서 건 좋은 정치란 모든 국민들이 추운 겨울에도 등 따습고, 배고픔이 없이 진정 평화롭게 살게 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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