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문헌 속 발효주의 지혜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등 우리 고문헌들을 잘 살펴보면 술을 빚을 때 필요한 여러 지혜들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바로 명인(名人)이 되는 건 아니다. 여기에 마음과 정성을 보태야만 한다. 자료참조 傳統酒造百年史(배다리박물관)

조선시대 발효주에 쓰인 누룩은 막누룩이 전체 술빚기의 90%를 차지했으며, 흩임누룩은 아주 드물게 사용했다. 이 막누룩은 분쇄해 가루로 만들어 사용했다. 간혹 적당히 쪼개어 물이나 팥 등의 즙액에 담가 우러나게 한 뒤, 그 우러난 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술을 담근 뒤 발효시키는 방법은 단양법(單釀法), 이양법(二釀法), 삼양법(三釀法)이 있었다. 한 번 발효로 끝내는 단양법이 대부분으로 약 50%였다. 한 번 덧술해 두 번 발효시키는 이양법은 약 40%, 두 번 덧술해 세 번 발효시키는 삼양법은 전체 발효주 가운데 10% 정도 차지했다. 덧술의 재료는 쌀만 넣는 경우가 많았고, 누룩과 함께 쌀을 넣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물을 추가해서 넣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덧술하는 기간은 21일 이내가 가장 많았다.
《음식디미방》에선 술 담그는 독으로 관독이나 노란 독이 좋다고 했다. 독 안은 물론 밖까지 여러 번 씻어 깨끗이 한 뒤, 독 안에 청솔가지를 많이 집어넣고 물을 부은 솥에 거꾸로 엎어 얹은 다음 오래 쪄서 식힌 후 술을 빚어 넣으라고 했다. 특히, 장(醬)이나 김치를 담갔던 독은 여러 번 물로 우려낸 뒤 솔가지를 넣어 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술을 담근 뒤 추울 때는 술독 주위에 짚을 엮어 두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양조용 쌀은 100번을 씻으라(百洗)고 했다. 그만큼 여러 번 씻으라는 뜻이다. 쌀에 붙은 겨가 남아있을 경우 술이 제대로 익지 않기 때문이다. 술을 떠낼 때의 그릇 역시 잘 씻어 물기가 전혀 없게 닦은 뒤 술독에 넣어두고, 술을 뜰 때에만 사용하라고 했다. 다른 음식을 담았던 그릇을 사용하면 술독에 남아있는 술맛을 변질시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음식디미방》보다 약 400년 후인 1815년경 편찬한 《규합총서》에는 술 빚는 방법뿐만 아니라 빚어진 술의 관리와 용수(用水), 술맛과 양조일과의 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특히, 술을 빚는 데 아무 물이나 사용해선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물맛이 사나우면 그 물로 빚은 술 역시 맛이 좋지 않다. 반면 청명·곡우 날의 강물로 술을 빚으면 빛깔이 유난히 고울 뿐만 아니라 맛 또한 특별히 아름답다고 했다. 그 이유는 곡우와 청명의 기운을 받은 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슬이 많이 내리는 가을, 그 이슬을 되도록 많이 그릇에 받아 술을 빚을 때 사용하면 술맛이 향기롭고 톡 쏘는 특이한 맛이 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길(吉)한 날 술을 담그면 잘 익고 맛이 좋은데, 흉(凶)한 날 담그면 술이 잘 익지 않고 맛도 나쁘다고 했다. 따라서 일진(日辰)을 잘 보고 길한 날을 골라 술을 담그라고 했다. 그리고 익은 뒤 산패(酸敗)해 술이 시어졌을 때는 팥 두어 되를 볶아 주머니에 넣고, 그 팥이 식기 전에 술독 가운데 담가두면 신맛이 없어진다고 했다.
《규합총서》는 이처럼 완성된 술의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산패의 개선방법까지 자상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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