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데스크 칼럼

고무줄 잣대는 빨리 버려라

최근 고무줄 잣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닌가 싶다. 그가 서울대 교수를 하면서 말하고, 글로 발표했던 것들이 최근 그가 내 뱉고 있는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9일 조 씨는 서울대에서 교수 직위를 박탈당했다. 서울대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에 대해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 관련 규정에 따라 직위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씨는 페이스 북에 “직위해제는 징계 조치가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징계로 인식되기 쉬우며, 재판 이전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며 “교수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무죄 추정의 원리를 지키며 이뤄져야 하므로 검찰의 일방적 판단이 반영된 기소만으로 신분상의 불이익 조치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그가 과거 검찰이 ‘좌익효수’란 인터넷 필명으로 활동했던 국정원 요원에 대한 기소를 준비 중이던 2015년 3월 트위터에 “국정원에 묻는다. 왜 그(좌익효수)에게 징계조차 내리지 않는가?”라고도 했고, 2017년 1월에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수사를 받는 중에도 사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처지가 달라졌다고 고무줄 잣대처럼 그 기준을 이랬다저랬다 한다면 명망(名望) 높다는 교수가 필부필여(匹夫匹婦)만도 못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마음의 잣대든 그냥 물건을 재는 잣대든 잣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그 길이가 일정해야 된다. 기쁠 때 다르고, 괴로울 때 다르면 그 것은 잣대가 아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길이가 같아야 한다.

고무줄은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 요긴하게 사용 하는 물질이다. 어렸을 적엔 새총을 만드는데 고무줄은 필수품이었고, 어머니가 장독대에 베보자기 덮고 고정시킬 때도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이런 고무줄을 가지고 절대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잣대다. 잣대는 불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잣대는 신축성이 적은 물체로 만들었다.

조선시대에는 암행어사가 마패와 함께 놋쇠로 만든 자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재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 후 신축성이 변하지 않는 금이나 은으로 자의 원본을 만들기도 했지만 학자들은 마침내 1983년, 1미터의 정의를 빛이 진공에서 299,79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하는 거리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 값은 고정되었으며 절대 불변하는 값이라고 한다.이러한 단위의 정확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편하게 단위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많은 학자들이 이처럼 기준이 되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기준이 명확하게 세워졌을 때,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질서나 경기규칙은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장관이 바뀌었다고 제멋대로 법과 규칙을 바꾸고 국민들에게 따라오라고 한다면 누가 따라갈 것인가.

법무부는 여러 면에서 보면 변하지 않는 잣대를 가지고 있어야 할 부처다. 그런데도 추미애 장관이 부임하고 나선 잣대가 마치 고무줄처럼 기준이 제 멋대로 바뀌는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현직 부장판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겠는가.

김동진(51·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는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률이 정한 법질서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수사기관에 의하여 조사를 받고, 그 진위를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향해 굴하지 않고 바른말을 하는 검사가 있는 한 대한민국 호는 침몰하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정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경기규칙은 공정해야 한다. 경기를 주관하는 심판 역시 공정한 심판을 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치르매 있어 선거규정이 모든 이에게 공정해야 되고 재판에서 있어서는 좌우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판결을 할 수 있는 판사가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 만에 하나 판사가 고무줄잣대를 가지고 있다면 하루 빨리 불태워 없애야 한다.

<교통정보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