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꽃필 무렵에 마시는 계절주(季節酒) ‘청명주(淸明酒)’

박록담의 전통주 스토리

박록담의 복원전통주 스토리텔링/72번째 이야기(上)

봄철 꽃필 무렵에 마시는 계절주(季節酒) ‘청명주(淸明酒)’

 

조선시대 중엽의<酒方文>에서부터 후기의<金承旨宅 廚方文>을 비롯하여 <술 만드는 법>, <양주방>, <양주방(釀酒方)>, <五洲衍文長箋散稿>, <蘊酒法>, <禹飮諸方>, <飮食譜>, <林園十六志>, <酒方文抄>, <酒食方(高大閨壼要覽>, <쥬식방문>, <홍 씨 주방문>, 그리고 근대 출판물인<韓國民俗大觀>에 이르기까지 16차례나 등장하는 주품으로 ‘청명주(淸明酒)’가 있다.

이들 문헌에 수록된 ‘청명주(淸明酒)’는 경상도 김천지방이 명산지로 알려져 왔으나, 현재는 ‘충주(忠州) 청명주(淸明酒)’가 충주시(과거 중원군) 가금면 창동리에서 가양주로 전승되어 충북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예의 맥을 잇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청명주(淸明酒)’는 춘분에서 15일째 되는 청명날에 빚는 계절적인 술이라는 것이 문헌 기록에 나타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충주 청명주’는 “청명일 100일 전에 밑술을 빚기 시작하여 청명일에 술이 익으므로, 청명 때부터 마시기 시작한다.”고 전해오고 있다.

<酒方文>을 비롯한 여러 문헌에 수록된 ‘청명주(淸明酒)’는 죽으로 빚는 방법이 7종으로 가장 많고, 범벅으로 빚는 방법이 5종으로, 이 두 가지 방법이 주류를 이루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들 문헌 가운데 시대적으로 가장 앞선 기록인 <酒方文>의 ‘청명주(淸明酒)’ 주방문을 보면, 찹쌀가루와 물을 섞어 끓인 죽에 누룩과 밀가루를 한데 섞어 밑술을 빚고, 3일 정도 발효시킨 후, 찹쌀로 지은 고두밥을 단독으로 사용하여 덧술을 하여 7일 정도 발효시키는 속성주법으로, 이러한 주방문은 가장 기본이면서 전형적인 봄철 술 빚는 방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후 ‘청명주(淸明酒)’는 ‘범벅’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醞酒法>에서는 밑술을 구멍떡으로 빚는 데다 ‘이화곡(梨花麯)’을 사용한다고 하여, 밑술 빚는 과정이 ‘이화주’와 동일한 ‘청명주(淸明酒)’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고 하겠다.

또한 <飮食譜>에는 두 가지 ‘청명주’ 방법을 수록하고 있는데, 주원료의 배합비율과 밀가루의 사용여부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주방문에서는 밑술의 발효기간에 대하여 “도화(桃花)가 필 때까지 가다렸다가 덧술을 한다.”고 하여 다른 문헌들과는 차별화된다.

특히 대부분의 문헌에서 밑술의 발효기간이 ‘1일’이라는 점에서 ‘청명주(淸明酒)’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곧 덧술 간격이 1일로, 다른 주품들에 비해 매우 짧다는 사실은, 덧술의 발효기간이 7일 또는 14일~15일이라는 공식을 낳게 되는 결과를 엿볼 수 있다.

문제는 <林園十六志>와 <五洲衍文長箋散稿>의 주방문이다. 두 문헌에서 이익의 <星湖僿說>을 인용하였다고 하였는데, 시대적으로 앞선 <林園十六志>에서는 찹쌀 2되를 백세작말하여 물 2되와 섞어 죽을 쑨 후, 차게 식기를 기다려 좋은 누룩가루 1되와 보리누룩 2되를 섞어 밑술을 빚고, 2일 후에 찹쌀 2말로 지은 고두밥을 섞어 덧술을 빚은 후, 익으면 끓여 식힌 물 2말을 후수한다고 하였으나, <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는 밑술에 찹쌀 2말과 누룩가루 1되, 끓는 물 2말과 함께 보리누룩이 아닌, 소맥말(밀가루) 2되가 사용되고, 덧술에 찹쌀 2말을 불렸다가, 조청에 담가 불린 후 고두밥을 지어 사용하고, 술이 익으면 끓여 식힌 물 2말을 후수할 수 있다고 하여, 주방문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酒食方(高大閨壼要覽>에서는 주방문에 대한 언급 없이 “청명(淸明) 날이나 곡우(穀雨) 날이나 장류수를 길어다 술을 빚는다.”고 하였으나, 술 빚는 방법에 대한 언급이 없고, “술 빛이 푸르름하고 오래 진하되 맛이 지주 같고, 청명일날 밑술 하였다가, 곡우날 덧술 하되, ‘백화주’ 같이 하니라.”고 하여 ‘청명주(淸明酒)’의 유래와 맛, 향기 등 특징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음을 볼 수 있어, ‘청명주(淸明酒)’에 대한 의미와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위의 ‘청명주(淸明酒)’들과는 달리 <쥬식방문>의 ‘쳥명쥬방문(梅岐方文)’을 보면 “반 졔랄 랴면 미 식되로 느 되을  시쿠고 누록가로 두 되 진가로 팔 홉 셧거 덥도 도 아니게 단단이 여 칠 일 만의 덧슐 되 찹살 두 말을 졍히 씨셔 담가다가  비지되 누록 두 식되 진가로 여셔 홈 너허 비지되 도 덥도 아니게 단단이 여 삼칠 만의  먹으면 죠흐니라.”고 하여 밑술과 덧술 모두 고두밥을 사용하고, 덧술에서는 양주용수 없이 누룩과 밀가루도 2차례나 사용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청명주(淸明酒)’ 가운데는 가장 독특한 주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품명에 ‘청명주방문’이라고 하고, 한자로 ‘매기방문(梅岐方文)’이라고 병기(倂記)하였는데, ‘매기방문(梅岐方文)’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한편, 충북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충주(忠州) 청명주(淸明酒)’는 위의 예로 든 주방문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청명주’를 사용하여 누룩을 만들어 사용하고, 남한강과 달천의 합수(合水) 머리에 위치한 강수(江水)를 양주용수로 사용하면서, 밑술은 찹쌀 죽으로 하고 덧술은 찹쌀고두밥을 지어 술을 빚는다는 점이다.

‘충주 청명주’의 이러한 차별성은, 가승(家乘)으로 전하는 <향전록>이라는 문헌에 근거한 가양주법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청명주(淸明酒)’는 술을 빚는 시기가 청명일 전후, 또는 곡우를 전후로 하여 밑술을 빚기 시작하여, 도화(桃花) 등 봄철의 꽃이 필 무렵에 마시는 계절주(季節酒)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특별한 주방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이나 가문마다의 특성을 반영하고, 술을 빚는 사람의 능력과 술을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배합비율과 시술을 동원하여 빚는 세시주(歲時酒)이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걸쳐 발효시키는 술라는 점에서 그 특징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청명주방문 <金承旨宅廚方文> -5말 빚이-

◇술 재료▴밑술:찹쌀 5말, 누룩가루 2되 5홉, 밀가루 5되, 물 10병

▴덧술:찹쌀 5말

◇밑술 빚는 법:① 청명일에 찹쌀 5말을 백세 하여 작말한다. ②또 찹쌀 5말을 백세 하여 불려 놓는다. ③물 10병을 끓이다가 쌀가루와 합하고 고루 갠 후, 팔팔 끓여 죽을 쑨 다음, 물기 없는 넓은 그릇에 퍼서 밤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죽에 누룩가루 2되 5홉과 밀가루 5되를 합하고, 무수히 동당이 쳐 술밑을 빚는다. 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덧술:①물에 불려 두었던 찹쌀 5말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째 떼어 술독 옆에 두고, 김이 새지 않게 하여 밑술의 웃물을 떠서 고두밥에 섞어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③버무린 술밑에 밑술 찌꺼기를 다시 합하고, 고루 버무려 2차로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유지로 단단히 밀봉한 뒤 서늘한 곳에 두고 발효시켜 4월 8일에 내어 채주한다.

청명주 <술 만드는 법>

◇술 재료▴밑술:멥쌀 3되, 누룩 2되 1홉, 진말 3되, 물 2말 7되

▴덧술:찹쌀 3말

◇밑술 빚는 법:①찹쌀 3말 하려면, 멥쌀 3되를 백세 하여 하룻밤 담가 불렸다가 작말한다. ②쌀 계량한 그릇(되)으로 물 2말 7되를 솥에 끓이되, 그 중 9되를 쌀가루에 붓고 멍울 없이 고루 풀어 놓는다. ③솥의 물이 팔팔 끓으면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한소끔 끓으면 퍼내고 술독에 담아 둔다. ④다음 날 돌에 누룩가루 2되 1홉과 진말 3되를 술독에 담아 넣고 큰 막대로 무수히 저어준다. ⑤술독은 예의 방법대로 하여, 싸매두고 2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빚는 법:①밑술 담그는 날 매우 깨끗이 씻어 불려두었던 찹쌀 3말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밑술을 열어서 위의 맑은 술은 따로 받아두고, 가라앉은 밑의 것은 체에 밭치되, 물을 치지 말고 주물러 짜서 막걸리를 걸러 놓는다. ③고두밥을 찐 시루를 떼어다 술독 옆에 놓는다. ④술독에 주물러 짠 막걸리로 한 바가지 넣고, 끓는 고두밥 한 바가지를 떠 넣어 주걱으로 저어주는 방법으로 계속하여 술을 안친다. ⑤고두밥을 조금 남겼다가 맨 위에 덮고, 맨 나중에 맑은 술을 들어붓고 주걱으로 대여섯 번 내리 쑤셔 자주 고르게 골라준다. ⑥ 술독은 이불을 싸매주되, 2~3월은 1삭만에 사월에는 21일 만에 술을 뜬다.

* 주방문에 “술을 안칠 때 고두밥이 뜨거워야 술의 발효시 병폐가 없고, 또 마시기가 좋다. 또 술을 뜰 때 술덧 위(남은 고두밥 덮은 것)를 많이 걸어내고 뜨는 것이 좋다. 물은 장류수(長流水)로 하고, 우물물은 못 쓴다.”고 하였다.

청명주 <양주방> – 네말 빚이 –

◇술 재료▴밑술:찹쌀 5되, 누룩가루 7되 5홉, 밀가루 2되 5홉, 물 11병

▴덧술:찹쌀 5말

◇밑술 빚는 법:①한식 3일전 찹쌀 5말 5되를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물에 담가 밤재워 불려 놓는다. ②다음 날 찹쌀 5되를 가루로 빻아 넓은 그릇에 담아 놓고, 솥에 물 11병을 붓고 끓인다. ③물이 따뜻해지면 쌀가루에 붓고 개어 아이죽을 만든 후, 다시 퍼지게 끓여서 죽을 쑨 뒤, 넓은 그릇에 퍼 담고 하룻밤 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죽에 누룩가루 7되 5홉과 밀가루 2되 5홉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많이 휘저어 준 후, 예의 방법대로 3일간 발효시킨다. ⑥술밑이 묽어지면 체에 밭쳐 찌꺼기를 제거한 후, 다시 술독에 담아 안친다.

◇덧술 빚는 법:①밑술 쌀과 함께 불려두었던 찹쌀 5말을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다. ②찹쌀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고루 펼쳐서 더운 기가 약간 남게 식힌다. ③밑술에 고두밥을 퍼 담고, 세차게 휘저어준다. ④4. 술독을 예의 방법대로 하여 기름종이로 밀봉하고, 21~28일간 발효시켜 채주한다.

<청명주> 닷 말을 빚으려 하면 찹쌀 닷 되로 술밑을 하되, 한식날 우덮을 예정으로 날짜를 헤아려 찹쌀 닷말가웃을 함께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담가라. 이튿날 닷되를 가루로 만들어 죽을 쑤되, 한말마다 물 두병씩을 되어 쑤어, 날물기 없이 큰 소라기에 퍼 두었다가 이튿날 누룩가루 되가웃과 밀가루 닷홉씩 헤어서 넣어, 그 담은 그릇에 꽤 휘저어서 멀게지거든 체로 받쳐, 항아리에 붓고, 그 찹쌀 닷말을 익게 쩌서, 더운 김에 독밑에 넣어 퍼 부어, 고루 섞이도록 저은 뒤에 독을 기름종이로 싸매어 두었다가 서너 이레 지나거든 써라. 술밑과 우덮는 것을 외로 바로 휘젓기는 복숭아 가지로 꽤 팍팍 젓는다.

청명주법 <양주방(釀酒方)>

◇술 재료▴밑술:멥쌀 3말, 가루누룩 1되 5홉, 밀가루 3되, 끓는 물 6말

▴덧술:찹쌀 2말

▴2차덧술:찹쌀 3~4되, 가루누룩 3되, 동이물 7홉(물 7되)

◇밑술 빚는 법:① 멥쌀 3말과 찹쌀 2말을 같은 날 각각 백세 하여 물에 담갔다가, 다음 날 멥쌀을 다시 씻어 가루로 빻는다. ② 멥쌀가루를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고, 쌀 된 말로 물 6말을 끓여 동도지로 저어가면서 쌀가루에 골고루 뿌려, 반은 설고 반은 익게 범벅을 쑨다. ③ 범벅은 차게 식기를 기다렸다, 가루누룩 1되 5홉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하루 동안 발효시킨다.

◇덧술 빚는 법:①밑술을 빚은 그 이튿날 불려두었던 찹쌀 2말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익게 찐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째 떼어 놓고 한김 나가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을 덩어리진 것이 없게 풀어 밑술에 넣는다. ④술독은 예의 방법대로 하여 4~5일간 발효시키는데, 술이 넘치니 시루를 덮어 발효시킨다.

◇2차덧술:①덧술 빚은 지 4~5일째가 되면 많이 익었으니, 찹쌀 3~4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건져낸다. ②솥에 동이의 7할 정도의 물을 붓고 끓이다가, 불린 쌀을 합하고 다시 끓여서 되게 죽을 쑨 다음, 넓은 그릇에 담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죽이 식으면 가루누룩 3되와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4. 술밑을 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면 15일이면 익는다.

* 찹쌀 불리는 시간 부정확.

<다음 호에 계속>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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