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잔에 시 읽어주기>
성냥불
이영식
사라졌다
그대와 나
어느 가슴 하나라도
죽― 그으면
기다렸다는 듯
불붙어 일어나던
사랑
♧ 성냥, 기억나시나요? 사자표, 비사표. 기린표… 그밖에도 가장 유명했던 팔각통의 유엔성냥 등이 있었습니다.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영화 속에서 서부 사나이들이 가죽구두 끝에 마찰을 가하여 담뱃불을 붙이던 딱성냥의 멋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의 장면입니다. 위 시작품 속의 성냥은 또 다른 맛이 나지요. 오래전 그대와 나의 가슴 불붙어 일어나던 사랑에 은유의 옷을 입혀 놓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