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증류주 20.5도 ‘공주굿밤’, 목넘김이 예술이다

좋은 술을 만드는 사람들, 사곡양조원 林 憲 昌 대표

착한 증류주 20.5도 ‘공주굿밤’, 목넘김이 예술이다

공주 밤의 맛을 듬뿍 담은 좋은 술, 맑은 공기 같다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만남 자체를 꺼리고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더믹(pandemic:세계적 유행 병)’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오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코로나 자체보담 경제적 위축이 더 심각해질 수 있어 큰일 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런 분위기가 엄숙하고 있는 터라 양조장 취재를 나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사곡양조원 林憲昌(51) 대표가 쾌히 취재를 허락했기에 공주로 핸들을 돌렸다.

사곡양조원은 삶과술 224호(2017.11.25)에 ‘우리 땅 우리 술’이란 제하로 자세히 소개한바 있는데 이번에 임 대표가 야심차게 20.5%의 증류식 소주를 개발하여 출하를 앞두고 있다고 하여 다시 사곡양조장을 찾게 된 것이다.

목넘김이 탁월한 20.5도 ‘공주굿밤’

증류식 소주의 도수를 낮추는 것은 도수가 높은 술을 개발하는 것 보다 결코 수월하지 않다. 도수를 낮추기 위해 물로 희석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자칫 물비린내가 날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첨가제를 넣다보면 죽도 밥도 아닌 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곡양조원이 ‘공주굿밤(have a good day)’이란 상표로 곧 출시할 20.5% 증류주는 6개월 이상 숙성시켜 출하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물비린내는 전혀 느낄 수 없다고 임 대표는 밝혔다.

임 대표는 “단 한 방울의 주정도 섞지 않은 착한 증류주”라고 강조하고, 이를 라벨에도 표기해 놓았다. 라벨 어디에도 첨가물 표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임 대표의 말이 맞는 듯싶다.

임헌창 대표가 새로 개발한 ‘공주굿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좋은 술을 만드는 사람들 사곡양조원 林 憲 昌 대표

임 대표에게 ‘굿밤’의 뜻이 좋은 밤(栗)이냐고 물으니 물론 그런 뜻도 있지만, 좋은 밤(good night)을 더욱 강조하고 있단다. 이유인즉, 이 술을 마시면 밤이 더욱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숙취가 없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난다는 뜻이 포함된 것이다.

360㎖ 술병은 투명 유리병을 인위적으로 부식시켜 은은하고 멋진 술병을 만들었다. 술병을 잡는 클립감도 좋다. 좀 더 고급진 술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굿밤 한 잔을 따랐다. 밤 향기를 기대 했지만 세파에 무딘 코로는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예민한 코를 가진 사람들은 밤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했다. 밤향기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특유의 은은한 술향이 솟는다. 희석식 소주에서는 맡을 수 없는 증류주향이다.

목넘김은 예술이다. 목을 자극하지 않고 넘어간다. 탁 쏘는 듯한 자극이 없다. 일반적으로 소주를 마시면 자연적으로 발산되는 ‘캬~’ 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숙성이 잘되었다는 뜻도 된다.

문제는 증류주는 고도주란 인식이 강한데 20.5%의 증류주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수월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미 안동지역의 명품안동소주가 16.9%의 증류식소주를 출하하고 있어 그런 부담감은 덜 수 있으리라 본다.

공주굿밤의 라벨링 작업을 살펴보는 임 대표

 

밤(栗)과 쌀을 반반씩 섞어서 빚은 막걸리를 증류하여 생산한 ‘공주굿밤’은 30~40대를 타깃으로 개발했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너무 젊은 세대와 노년층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단돈 500원이라도 싼 술을 찾지만 사회 활동인 왕성한 중장년층은 가격대가 다소 비싸더라도 개성 있고, 품위 있는 술을 찾게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20.5%의 소주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했다.

증류주라면 무늬만 증류주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격을 저렴하기 위해 주정을 섞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통증류주는 100% 증류주액으로 해야 고객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밤으로 이용한 증류주는 국내최초이고 국내 유일의 증류주이기도 하다. 공주밤 50%와 국내산 백미 쌀50%를 넣어 발효하여 빚어 맛과 향기 깊다. 밤 껍질 탈피와 여러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밤증류주를 만들지만 가격은 쌀 증류주 보다 저렴하게 만들었다. 쌀 증류주보다 원가부담 3배 이상들어가지만 마진을 거의 안보고 고객 확보차원서 1년 동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증류주의 대중화를 이끌려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지역농산물로 전통주를 빚어 지역 농민들과 상생하여 지역농가들이 많이 좋아한다.

견학 온 사람들이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공장입구에 전시 해 놓은 주병들
남성들을 위한 ‘眞쾌남’ 여성들을 위한 ‘오디와인’

임 대표는 농촌운동가는 아니지만 남다른 애향심이 강한 사람이다. 밤으로 술을 빚겠다고 생각해 낸 것도 농민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공주지역에는 맛 좋은 밤이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만큼 많은 량의 밤이 생산되고 있지만 갈무리하기가 쉽지 않은 농산물이다. 밤은 겉보기와는 달리 밤벌레도 많고 쉽게 상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수확해서 빨리 팔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떨어져 애를 먹는 것을 보고 밤을 가지고 술을 담가보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밤 껍질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일일이 밤 껍질을 벗겨서 술을 담그다보니 어느 하세 월에 그 많은 밤의 껍데기를 까야 하겠는가. 그러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일본에서 130여 년 동안 밤술을 빚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그 양조장을 찾아갔단다. 양조장 사장 한테 통사정을 해도 비법이나 설비에 접근하기가 어려웠지만 임 대표의 간청에 못 이겨 일부 제조방법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눈여겨봤던 설비를 직접 설계하여 밤술을 손쉽게 빚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이 기계는 사곡양조장에만 있는 국내 유일의 기계다.

국내에서 단 한 대뿐인 밤 껍질 벗기는 기계. 임대표가 직접 고안해서 제작했다.

처음에는 밤막걸리를 빚어 팔다가 이를 증류하여 알코올 도수 40%, 33%, 25% 짜리 왕율주를 생산하기에 이르렀고, 상표의 다양성을 꽤하기 위해 ‘眞쾌남’이란 술도 개발했다.

진쾌남 역시 40%, 33%, 25%의 도수를 지니고 있지만 이 술은 밤을 기본으로 하여 여기에 오미자, 오가피, 산수유, 동총하초, 토사자(兎絲子), 벌꿀 등을 함유하여 증류한 독특한 술이다.

‘眞쾌남’은 주명에서 보듯, 남자를 위한 대표적 술이라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임 대표는 공주지역에 밤뿐만 아니라 질 좋은 오디가 많이 생산되는 것을 착안하여 오디와인을 생산한다. 일반 와인보다는 도수가 약간 높은 15%지만 약간 달달하여 여성들이 마시기엔 제격이다. 진쾌남이 남성들을 위한 술이라면 오디와인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술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오디는 자양강장과 여성 피부미용에 좋은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발효되고 있는 오디주를 자주 휘저어주어야 발효가 잘된단다.
남녀노소 제각기 다른 입맛에 맞추려면 다양한 술 생산 필수

사곡양조원에서 빚고 있는 13.5% ‘밤꽃향기’가 지난 해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대한민국 주류대상 시상식’에서 과실주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 술은 공주 밤과 공주 쌀을 저온 발효하여 숙성한 후 여과한 맑은 술이다.

부드러운 목 넘김과 그윽하고 풍부한 숙성의 맛 그리고 깔끔한 뒷맛을 더해 고객들의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는 술이다.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대형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납품 문의가 이어지면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사곡양조원에서는 ‘밤꽃향기’ 말고도 6가지나 되는 막걸리를 빚고 있는데 막걸리마다 재료가 다르고 맛 또한 달라 소비자들은 어느 술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종류별로 골고루 구입하는 사람도 꽤 많다고….

임헌창 대표는 당시 수상소감을 통해 “공주지역 특산물인 밤으로 빚은 술이 주류대상을 받은 건 처음 있는 일로 더욱 의미롭다”며 “앞으로 밤을 비롯한 지역의 우수 농특산물을 원료로 더 좋은 술을 만들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힌바 있다.

현재 사곡에서 생산하고 있는 막걸리 중 역시 가장 인기 있는 막걸리는 알밤막걸리라고 했다.

▴알밤막걸리(6%):공주 밤으로 빚은 고급막걸리로 혀끝에 감도는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참새와 허수아비 생막걸리:고향의 그리운 맛, 사랑방에서 나누던 그 정겨운 풍경, 차별화된 술맛을 위해 질 좋은 쌀로 빚어 맛이 살아 있고, 깔끔하다.

▴찰옥시시 막걸리:전통적인 맛에 고소함과 담백함을 살려 정제 가공하여 옥수수 그대로의 맛을 살려 그 체취가 일품이다.

▴구기자주:국산 한양재로 빚은 고급한약주다. 솔잎과 구기자, 오가피, 산수유, 오미자, 인삼 등 순수한 약재와 국산 쌀로 저온 숙성시킨 전통약주다.

▴오늘밤엔 메론주:전통적인 탁주에 멜론이 첨가되어 더욱 상큼하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고급 막걸리다.

증류주를 비롯, 다양한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대해 임 대표는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임 대표는 “물론 한 가지 술만 생산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겠지만 남녀노소가 각기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 다양한 술을 생산하는 것이 중소기업 양조장으로서는 바람직한 처사”라고 했다.

현재 사곡은 연매출 16억 원 정도인데 이를 확대시키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 창고에서 곧 출시할 공주굿밤에 대해 설명이 이어졌다.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앞장서기, 매년 성금 기탁

사곡양조원은 2016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사업자’로 지정 받았고, 공주시로부터는 ‘백제문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식 체험업체’로 지정 받아 많은 관람객이 사곡양조원을 방문한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행사에 사곡양조원의 후원이 뒤따른다. 임 대표는 일일이 파악은 안 되지만 연간 지원되는 액수가 4천만 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 불우이웃돕기, 겨울철 연탄보급 등 봉사 일에 앞장서고 있다.

나이든 한 직원이 말했다. “사곡양조원이 이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순탄히 돌아가는 가는 것은 운도 따랐지만 임 대표의 부지러움과 베품 때문”이라고 했다.

임대표의 경영철학은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주판알만 튕겨서는 안 되고 멀리 바라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항상 품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곡양조원의 1공장. 겉보기 보담 공장내부는 굉장히 넓고 각종 막걸리만 생산한다.
증류주를 생산 하는 2공장.

무엇보다 전통주 운영하시는 분들은 골프 칠 시간에 현장에서 근로자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입실에 술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직원에게 맡기기만 하면 좋은 술이 나올 수 없다. 한마디로 간난아이 보듯 돌봐야 하고 현장서 잔소리도 해야 한다. 또한 시골의 면단위 양조장은 막걸리에만 안주하지 말고 고부가가치 제품 예)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증류주,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돈을 안들이고 처음엔 적은 돈으로 도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볼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히 신제품에 도전하여만 한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하였기에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언젠간 히트 상품을 만들어 대박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보조금에 너무 기대지 말고 내 자본으로 적게 한걸음 한걸음 도전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전통주를 만들고 수익도 창출될 것 이라 확신한다. 그러면서 정부가 농민들을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은 대형 소주 공장들이 값싼 주정원료를 들여다가 값싼 소주 만드는 것을 지양시키고 국산 쌀로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의 주장대로 주류정책이 시행된다면 현재 농협창고에 쌓여 있는 묵은 쌀을 소화시킬 수 있어 1석 4조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또 “양조인 들도 기왕에 만드는 술, 우리 술도 외국의 유명 양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고급 전통주를 만들어 애주가들의 입맛도 사로잡고, 수출로 국위를 선양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사진·글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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