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⑥

Saturn Devouring His Son(1636)/ Rubens Peter Paul. Saturn Devouring One of his Children/ Francisco de Goya(1746-1828). Ivan Akimov(1755–1814), Saturn, 1802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⑥

로마신화에서 크로노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크로노스도 결국 예언대로 아들 제우스에게 쫓겨나 로마로 도망쳐와 농업기술을 보급해 농업의 신이 되었고 ‘황금시대’를 열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 설화는 그를 상징한 것 중에 낫을 들고 있는 것에서부터 기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것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황금시대를 다스리는 신이어서 그는 부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신전은 국가의 재산인 금, 은을 보관하는 창고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 신이 추방당한 곳이 ‘토성(土星,Saturnus)’ 이라는 신화이다.

서양의 명칭(Saturn)은 로마의 신 ‘사투르누스(Saturnus)’에 기원한다. 영어에서 토요일을 나타내는 ‘saturday’도 여기서 나왔는데,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의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 바빌로니아에서는 ‘니누르타(Ninurta)’에 해당된다.

‘토성’은 태양으로부터 여섯 번째에 있는 태양계의 행성으로, 진성(鎭星)으로도 불렀다. 토성은 태양계 내의 행성 중 목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지름은 약 12만 킬로미터로, 지구의 9.1배이며 부피는 760배에 달한다. 이에 비해 질량은 지구의 95배밖에 안 되기 때문에 토성의 평균 밀도는 0.7g/cm3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토성의 표면 중력은 지구와 비슷하다. 토성은 목성, 천왕성, 해왕성과 함께 목성형 행성으로 분류된다.

토성 위성들의 이름은 이때 제우스 신에게 같이 쫓겨 난 신들의 제1세대 신족인 티탄족의 이름을 딴 것이 많다. 티탄, 히페리온, 테티스, 레아, 포이베 등 모두 패잔병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 토성인 것이다. 그러니까 크로노스가 제우스 형제들로부터 추방당하여 유배된 곳이 ‘토성(土星)’이다.

신화에서 토성은 목성의 아버지이다. 목성은 영어로 주피터(Jupiter), 로마신화에서는 유피테르(Iuppiter),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이고 토성은 영어로 새턴(Saturn), 로마 신화에서는 ‘사투르누스(Saturnus)’ 혹은 ‘새턴(Saturn)’, 그리스 신화에서는 크로노스로 제우스의 아버지이다.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는 로마 신화의 ‘사투르누스(Saturnus)’로, 토성(土星)의 영어명 ‘새턴(Saturn)’의 어원이다. 토성 최대 위성 ‘타이탄’은 제우스에 항거한 거인족(티타누스)의 이름이기도 하다.

크로노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농업의 신으로 추앙받았다. 올림포스에서 쫓겨난 사투루누스(크로노스)는 이탈리아로 건너와 ‘사투르니아(Saturnia)’라는 도시를 건설하였다고 한다. 그의 아들 피쿠스(Picos)는 로마 왕가의 시조가 되었다. 피쿠스는 크로노스의 아들이며, 야누스(Janus)와 베닐리아(Venilia)의 딸인 님프 카넨스(Canens)와 사랑에 빠져 목신(牧神) 파우누스(Faunus)를 낳았다. 은근히 잘생긴 모양인지 키르케의 사랑을 받았지만, 마녀 키르케(Circe)의 사랑을 거절하여 딱따구리로 변신하였다. 카넨스는 피쿠스를 찾아 헤매다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되었다고 전한다.

다른 전설에서는 정원의 신이라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었으며, 아레스의 신성한 새 딱따구리로 둔갑하길 즐겼다. 로마신화에서 또 갓 태어난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가 강물에 버려졌을 때 이리와 딱따구리가 그들을 구하였는데, 이 딱따구리가 피쿠스라고 한다.

사투루누스는 이탈리아에 농사짓는 방법을 전수하였으며, 그의 치세에 이탈리아는 황금시대였다고 전해진다. 크로노스가 통치한 행성 중 6번째 토성(土星)은 망원경이 발달되기 전까지만 해도 태양계의 마지막 종착역이었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지고, 운행이 느려 늙은 신인 크로노스를 토성과 관련하여 그리스인들은 생각하였다. 로마인들은 이 행성을 새턴(Saturn)으로 명명했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여섯 번째 날인 토요일(Saturday)도 농경이나 흙과의 연관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토성을 의미하는 새턴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타이탄 신의 막내 크로노스(Cronus)를 의미하는 로마어에서 유래됐다. 토성의 영향을 받고 태어난 아이를 ‘saturnine baby’라 하는데, 이 낱말은 토성이 무거운 납의 성질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무뚝뚝한(blunt)’, ‘음울한(gloomy)’이라는 뜻이 있다.

토성은 우아한 고리를 지니고 있으며 태양계 가운데 유일하게 대기를 가진 달을 거느리고 있다. 토성은 초속 9.7㎞ 속도로 느릿느릿 우주를 활보해 태양계를 일주하는 데 지구시간으로 29.6년 걸린다. 그러나 자전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 낮과 밤의 총 길이가 10시간 40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토성의 하루는 지구의 한나절밖에 되지 않아 먼 미래에 토성 관광이 가능하다면 토성 전용 시계를 따로 준비하여야 할 것 같다. 토성의 질량은 지구의 약 100배이며 지름은 12만㎞ 가량으로 목성 다음으로 태양계에서 큰 행성이다. 토성의 대기는 목성과 마찬가지로 수소와 헬륨이 주류를 이루고 약간의 메탄과 암모니아가 첨가돼 있다. 토성의 대기 속에서는 태양과 비슷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토성의 표면 온도는 섭씨 영하 150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대기층 꼭대기는 영하 180도를 기록하고 있다. 지구의 남ㆍ북극의 혹한 정도는 동토의 토성에서는 코웃음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토성의 온도가 낮은 이유는 태양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토성은 태양으로부터 평균 14억 2천 7백만 ㎞ 지점에 있다. 목성보다 두 배가량 먼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추위 때문에 토성에서는 암모니아는 물론 메탄 등이 고체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토성 상공 1000㎞ 아래는 수증기와 암모니아 구름이 공존하고 있으며 하늘에서는 시속 1770㎞ 짜리 강풍이 사납게 휘몰아치고 있다. 시간을 관장하며 자식을 낳는 대로 삼키는 식인종의 행패를 부리다 올림포스 신전에서 추방당하여 이탈리아로 망명한 크로노스가 지배하는 토성은 태양계 가족 가운데 비교적 멀리 있는데도 밝은 빛으로 빛난다. 수성보다도 더 밝은 빛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농업신의 상징물인 ‘낫’은 초기엔 짧았다. 짧은 낫은 수확에 직접적으로 쓰이며 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후에 낫의 크기가 커지며, 시간의 속성 또한 커져 세상의 모든 것을 베어버리게 되었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게 자연의 섭리이듯이 시간은 땅에 태어난 모든 것을 삼킨다.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큰 ‘목성(Jupiter)’이 최고 신 ‘제우스’를, ‘금성(Venus)’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의미하듯 ‘토성(Saturn)’이 ‘크로노스-사투르누스’를 의미하며, 토성의 영어 표기는 ‘Saturnus’에서 따온 것이다.

루벤스의 사투르누스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세 개의 별은 토성과 그 위성으로, 고대 때부터 ‘대 흉성’으로 불린 토성의 속성인 춥고 느리고 어둡고 두려움과 고립을 가져오는 부정적인 의미가 사투르누스에 더해졌다. 이렇게 크로노스는 신화 속 인물들 중에서도 여러 이미지가 겹쳐 고착된 인물이다.

우라노스에게 통치권을 주었던 가이아는 이렇게 하여 그를 권좌에서 내쫓았고,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에 대한 반란을 성공시킨 크로노스가 천상의 최고의 신이 되었다. 이후로 부부였던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영원히 갈라서게 되어, 하늘과 땅은 멀리 떨어져 있어 더 이상 섞이는 일이 없게 되었다.

아버지 우라노스를 권좌에서 몰아내 쓰러뜨린 크로노스는 티탄신족의 지배자가 된다. 잠시 동안 세계는 평온한 듯했다. 그는 자신의 누이인 레아(Rhea)와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고, 연달아 아이들을 생산했다. 하지만 그는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저주성의 예언 때문이었다.

크로노스의 어머니이자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아버지이지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는 크로노스가 그의 아들에게 권력을 빼앗길 것이라는 저주의 예언을 한 것이다. 크로노스가 우라노스에게서 권력을 빼앗은 것처럼 또한 아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당한다는 끔찍스러운 에언 이었다. 신들의 예언은 스틱스강을 걸고 하는 맹세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루어지고 마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예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결국 그는 권력에 집착하면서 레아가 낳은 자식들을 모두 집어삼킨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실행하였다. 막내둥이 크로노스에게 봉변을 당한 우라노스는 크로노스에게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이후 크로노스는 타르타르스에 갇혀있는 형제들을 풀어주기로 한 가이아의 약속을 어기고 제왕이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이아가 크로노스에게 저주를 내렸다. ‘그가 아비를 내쳤듯이, 그 역시 그러하리라는 것’이었다. 우라노스는 하늘로 올라가면서 크로노스에게 ‘자식에게 쫓겨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새롭게 신들의 제왕이 된 크로노스는 그 저주를 두려워하며 자식이 태어날 때마다 삼켜버렸다.

아버지 우라노스(Uranus, 하늘)를 거세하여 천상의 왕위에 오른 크로노스(Cronos, 시간)는 누이인 레아(Rhea, 결실)와 결혼하여, 명계(冥界)의 신 하데스(Hades),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Hestia), 풍요(豊饒)와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Demeter), 신들의 여왕 헤라(Hera), 이렇게 5남매를 차례로 낳았다. 이들을 차례대로 집어삼켰다.

루벤스와 고야의 작품은 세로로 길며 크기도 비슷하다. 후에 사투르누스를 그린 고야가 루벤스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이렇게 화면을 구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야의 사투르누스에는 위에서 언급한 크로노스의 상징성은 모두 배제되었다. 대부분의 제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의 그림엔 그의 상징물들이 등장한다. 그의 큰 몸집은 거신 티탄족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 그저 거대한 미치광이 괴물로 보이며 한쪽 무릎은 주저 앉아버렸고 아이의 몸통만한 두 손은 허리를 꽉 쥐다 못해 살점을 깊게 파고들고 있다. 아이의 머리와 오른팔은 이미 먹혀버려 피범벅이 되었고 아이의 왼팔이 그의 목구멍을 가득 채우고 있다.

루벤스의 사투르누스는 아이를 팔로 안고 가슴팍의 살점을 뜯는 모양이 마치 의식을 치르기라도 하듯 침착해 보이지만, 고야의 사투르누스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광기에 사로잡혀 아이를 마구잡이로 살육하는 모습이다. 뒤집어 질 것처럼 크게 뜬 눈에 벌릴 대로 벌린 콧구멍, 아이의 팔을 먹으면서도 자신의 광기를 못 이겨 소리를 치는 것 같다. 루벤스 그림의 아이는 울며 조그만 소리라도 낼 수 있었지만 이 그림에선 이미 몸이 차갑게 굳어 조금의 저항도 할 수 없게 된 죽은 아이만이 있을 뿐이다.

저주가 두려워 제 자식을 먹는 것이 숙명인 듯 멈출 수 없는 크로노스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행동 또한 두려워하는 것 같다. 세상 모든 것을 삼키는 크로노스는 결국 자신까지 삼켜버린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고야의 작품은 캔버스에 그려진 것이 아니라 고야가 구입한 별장의 벽에 그려진 14점의 벽화 중 하나로 원작에는 발기된 성기가 그려져 있었다. 사티스트적 쾌락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고 전해지는데 복원 자에 의해 그 부분은 수정되었다. 누가 보더라도 끔찍하기로는 루벤스보다는 고야의 그림이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서양화를 보다 즐기기 위해선 그리스로마 신화를 떼어 놓을 수 없다. 섬뜩한 이 그림을 그리스로마 신화의 배경 지식 없이 접했을 때의 느낌과 이야깃거리를 함께 떠올리며 감상하는 것은 천지차이 일 것이다. 미술 작품 그 자체를 보는 것도 물론 즐거움을 주지만 작품 속에 담겨있는 내용을 알고 보는 즐거움은 더할 것이다.

현대 미술에서의 회화의 목적은 더 이상 사실을 재현하는 데에 있지 않고 작가의 주관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감상자가 작품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 전에 작가가 작품에 이야깃거리를 잘 담아내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진정으로 그대의 가슴속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면 결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괴테의 말처럼….

<다음호 계속>

남태우 교수

남태우 교수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전남대 교수▴중앙대학교 도서관장▴중앙대학교 교무처장▴중앙대학교 문과대학장▴한국정보관리학회장▴한국도서관협회장▴대통령소속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 필자 남태우 교수 경력:▴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장▴중앙대학교 교무처장▴중앙대학교 문과대학장▴한국정보관리학회장▴한국오픈엑세스포럼회장▴한국 문헌정보학교수협의회장▴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한국도서관협회장▴중앙대학교 명예교수(현재)▴현재 건전한 음주문화 선도자로 활동하고 있음

◇ 음주관련 저작리스트:▴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1998)▴주당별곡

(1999)▴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2001)▴알코올의 야누스적 문화(2002)▴음주의 유혹, 금주의 미혹(2005)▴주당들의 명정과 풍류(2007)▴홀 수배 음주법의 의식과 허식(2009)▴술잔의 미학과 해학(2013)▴은자의 명정과 청담세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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