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잘 마시려면 워밍업 잘해야

‘술 잘 마시는 비법’이 있을까. 잘 마신다는 것은 많이 마신다는 것과 또는 어떻게 하면 건강을 해치지 않고 요령껏 마실까 하는 것일 텐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에 대한 물음이 많을 듯싶다.
사실인지 아닌지 보지 못했으니 확언할 순 없지만, 7·4 남북공동발표가 있기 전 남북 관계자들이 도쿄호텔(남대문 옆에 있었다)에서 회의를 했고, “저녁에 쐬주(북측의 된발음) 한 잔 합시다”는 북측 사람들의 제의에 남측 대표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무래도 술이라면 북측 사람들이 더 세기 때문에 술에 취해 남측의 복안을 흘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던 탓이다. 남측 대표단들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결과 “술자리에 참석하기 전 참기름을 한 컵씩 마시라”는 권고를 받아들이고, 국가를 위해 참기름 한 컵씩 마시고 술자리에서 소주(당시 30도)를 마셨다. 결과는 대만족. 우리 대표단은 덜 취하고 북측은 곤드레만드레가 되었다는 후문이 주당들 사이에선 전설처럼 내려온다.
퇴근 후 직장 동료나 친구들하고 한 잔 할 때야 음주 전 준비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사업상 또는 중요 모임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처럼 술 실수를 해선 안 될 자리에 참석할 때는 운동선수들이 경기에 참가하기 전 준비운동을 하는 것처럼 워밍업을 해두는 것이 좋다. 음주 전 워밍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음주 1~2시간 전에 가볍게 속을 채우고 술자리에 참석하기’다. 갑작스럽게 다량의 알코올이 위에 들어가면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기 때문인데, 음주 전에 음식을 채워 넣고 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배려한다. 이 때 육류 등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채소를 곁들인 밥을 먹는 것이 좋다. 워밍업으로 밥이 곤란하면 우유라도 한잔 마셔두는 것이 좋다. 우유는 속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위벽을 감싸주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숙취에 마시는 우유는 별 효과가 없다.
일단 술자리가 시작되면 현명하게 마시는 방법밖엔 없다. 성인의 간에 무리를 주는 알코올 량이 소주 1병, 맥주 2000㏄, 양주 ¼병임을 감안할 때, 최대한 이 한도 내에서 천천히 마셔야 한다. 도수가 높은 독주는 되도록 피해야 하지만 꼭 마셔야 한다면 물을 약간 타서 희석시켜 마시는 것이 좋다. 음주 중 생수를 계속 마셔주는 것도 알코올에 빼앗긴 수분 보충에 효과적이다. 잔을 돌려 마시면 음주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각자 자기 잔으로만 술을 마시는 것도 폭주를 막는 현명한 방법이다.
적절한 안주 섭취는 음주 중 행할 수 있는 유일한 숙취 예방법이다. 채소와 과일은 소화는 물론 알코올을 중화시키는 데 탁월하다. 특히 감은 알코올 흡수를 지연시키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버섯, 생선, 두부 등 저지방·고단백 음식도 괴로운 속을 편하게 해주는 안주로 꼽힌다.
음주 후에는 어김없이 허기가 찾아온다. 이는 음주로 인해 혈당이 떨어졌으니 보충해달라며 몸이 보내는 신호다. 따라서 입맛이 없더라도 밥맛으로 끼니를 거르지 않아야 한다. 도저히 밥 씹을 힘이 없다면 식혜나 수정과 등을 마셔 당분과 전해질을 채워야 한다. 속풀이에 좋은 해장국으로는 맑은 국이 좋다. ‘얼큰한 맛이 숙취에 좋다’는 편견에 고춧가루 등을 듬뿍 타 먹는 것은 위에 부담을 줘 숙취해소는 고사하고 위에 부담만 가중시킨다.
땀을 빼고 싶은 생각에 사우나를 찾는 애주가도 많은데 이때에는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 알코올 대사 촉진에 좋지만, 지나치게 차갑거나 뜨거운 물을 이용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전문의들은 “너무 뜨겁거나 찬물로 샤워하면 심장에 무리를 줘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술이 ‘백약(百藥)의 장(長)’이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주당들이 술을 잘 다루고 이겨낼 때라야지 술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좋은 술은 좋은 물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명심해, 술자리엔 항상 물을 옆에 두고 마시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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