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 (下)

조성기 박사의 리포터

스웨덴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 (下)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음주에 대한 교육

 

스웨덴에서는 음주에 대한 토론과제는 가족의 태도에 대한 것이다. 금주모델이 중요하다는 입장에 선 이들은 “부모가 금주 정보를 가지고 자녀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자유주의적 입장을 가진 부모들은 다르다. 금주보다는 ‘적당한 음주’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자녀들에게 술 맛을 보게 하는 것이 더 이롭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가족들과 함께 먹는 저녁식사 등과 같이 통제된 조건과 분위기 속에서 술에 대해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계의 연구결과로는 금주론에 표를 더 많이 던지고 있다.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술을 경험하게 하는 자녀가 집밖에 나가 부모나 가족의 관리범위에서 멀어졌을 때 위험한 음주를 하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절주운동이 청년들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듯하다. 스포츠클럽, 청소년기관 들에 참여한 청년들은 대부분 음악이나 바깥 활동에 집중한다. 1,000만 국민들이 있는 국가에 합창단 수가 20,000개가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랄만하다. 스웨덴인들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12세 소녀가 말을 타고 뜨거운 초콜릿을 마시고 친구들과 낄낄댄다. 축구팬들은 경기 전 후에 술을 마시고 폭음도 불사한다. 뿐만 아니라 폭력적 행동도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와 관련된 음주는 지금도 찬반 논쟁 중이고 매스컴의 관심사가 된다.

스웨덴인들은 학창시절에 일반적으로 음주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그들의 학습은 열려있는 교육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술을 마시거나 그 결과에 대해 자신이 선택하도록 교육받기 때문이다. 파티에서 ‘알코올이 없는 음료’가 제공되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서로 묻는 공통적인 질문은 “누가 술을 마시고 누가 운전을 할 것인가?”를 따진다. 그리고 알코올중독자라 하더라도 금주 중인 경우에는 운전이 허용된다.

스웨덴형 음주에 대한 찬반 의견

스웨덴의 알코올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인가?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인가?"는 판단의 문제다. 사실 음주문화에 대한 평가는 개인가치관에 달려있다. ‘공중보건(Public Health)의 관점에서 볼 때 분명한 것은 ‘음주를 억제하는 알코올 정책을 펴면 알코올관련 질병이나 해로움을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술을 못 마시게 하면 덜 마시게 된다. 그것이 정책이다. 비교는 다른 나라의 상황들과 비교할 때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때 비교 기준은 스웨덴의 경우 유사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서구유럽의 국가들이 될 것이다.

음주 억제의 부정적인 측면은 ‘사람들이 너무 통제받는다는 기분이 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술의 과다소비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게 덜 추궁된다는 것이다. 술을 맘대로 마시게 했다면 본인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규제해서 억제했는데도 술 문제가 발생한다면 제대로 억제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주장이 가능해 진다.

스웨덴의 강력 ‘규제모델’이 과연 옳을까? 유럽 공동시장에서 추진하는 ‘자유로운 입장’이 옳을까? 의학 보건학 등의 과학적 연구논문들을 읽어보면 “사망, 의료적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높은 가격을 유지해서 음주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율적인 쪽에 동의하는 측에는 폐해감축(Harm Reductiuon)의 행동과학적 방향에서 연구하는 문화지향 전문가 들이 포진해 있다. 사실 “어느 입장이 옳은가?”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실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이 있을 뿐이다. 그 결정은 높은 가격의 술값이다.

스웨덴은 아바, 이케아, 볼보로 유명하다. 또 하나 유명한 것은 비싼 술값이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가 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높은 감염수준이다. 술값은 독일과 비교해보면 비싼 정도를 알 수 있다. 앱솔르트보드카 0.7리터가 독일은 12유로지만 스웨덴은 24유로다. 2배다. 330미리짜리 맥주는 스웨덴이 1.2유로다. 독일에 가면 그 돈으로 1리터를 살 수 있다.

가격이 3배정도라는 뜻이다. 스웨덴은 술값이 비싸니 사실 자국 술을 많이 마시기 어렵다. 높은 술값의 정책을 가지니 정부가 덜 마시자는 구호로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북구 사회정책의 성공적 성과를 많이 연구하고 있지만 술 정책을 통한 건강관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왜 그럴까.

아무튼 스웨덴은 엄격한 알코올 정책을 선택했었다. 그렇지만 스웨덴이 유럽연합의 사회문화 정책들과 보조를 맞추면서 기존의 몇 가지 규제정책을 폐지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대륙에서는 술 문제를 개인의 책임문제로 간주하자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술 문제를 “사회가 다룰 것인가? 개인에게 미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전에는 ‘술은 개인이 선택해서 마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구매병수를 제한하는 방법이나 알코올 남용자가 술을 살 수 없도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지역사회가 통제하는 방법이 있었다.

스웨덴인 중 다수는 대륙의 음주패턴을 받아들여 스웨덴인들의 술판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독한 술을 마시던 스웨덴인들 중 많은 수가 와인과 맥주와 같이 순한 술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가지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과 달리 펍이나 피자가게와 같이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사교적인 곳에서 가끔 와인과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스웨덴의 문헌들을 보면 스웨덴 사람들을 사교를 할 때 수줍음이나 당황스러움을 극복하기 위해 마셨다고 적혀있다.

그러던 그들이 과거에는 집을 떠나기 전에 혼자서 한 컵을 급히 마시고 용기를 낸 후 밖으로 나가는 습관도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다른 이들과 이야기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시게 되는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스웨덴 청년들이 음주 자율화의 분위기에 술을 더 많이 마시고, 독한 맥주를 특히 마시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허용적인 음주태도가 사교적 음주량을 늘려 만취한 상황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스웨덴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정책과 제도, 문화가 모두 음주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히 18세기와 19세기 스웨덴인들은 독한 술을 급히 마시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다른 유럽인들 보다 낮은 도수의 술을 마시는 경향성을 보인다.

주말과 휴일에 폭음을 하는 그들다운 전통이 남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대륙풍의 음주를 하고 있다. 대륙풍이란 맥주벨트와 와인벨트의 음주형식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사교적 분위기에서 느리게 술 마시는 모습 말이다.

잘 살펴보면 스웨덴의 음주문화가 20세기에 들어서서 완전히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사회 문화 의료적 결과들도 많이 달라졌다. 시간이 걸렸지만 사회 상황에 알맞은 규제시스템을 잘 발전시켜왔다고 볼 수 있다.

국가적인 종합적인 활동계획은 전략상 선택하지 않았다. 종합적 계획 보다는 각 지역에 맞는 정책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각 지방 정부가 지역사회의 예방과 치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체적으로 갖췄다. 조사가 중요하고 비용 절약적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주세제도, 연령별 음주규제제도, 식당안팎의 규제와 제한, 음주하는 시공간, 이벤트에 대한 규제도 갖추고 있다.

만취자도 단호하게 규제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순찰제도도 갖췄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2로 규제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이상이면 1년 면허정지이고, 0.1이상이면 감옥행이다. 스웨덴에서는 맥주 1잔만 마셔도 운전하면 비난을 받는 풍조가 있다. 음주운전 문제에 대한 규제는 강력한 수준이다.

광고규제, 행사 스폰서십 규제가 있고, 광고에는 ‘건강 경고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다만 술병에는 경고문구가 없다. 잘 보이지 않는 술병에 적는 경고문구가 산업에 불편한 비용을 치르게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책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구한다고 외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북구 노르딕 국가들이 대륙풍의 음주문화를 갖도록 변하고 한 대륙의 국가들이 오히려 북구의 규제정책에 동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탄생하면서 나타난 아이러니다. 세계보건기구의 많은 국가들은 스웨덴이 택했던 규제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정책이 필요한 쪽으로 수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음주문화는 스웨덴이 대륙화 하고 있다. 이제 스웨덴 인구의 86% 정도는 독한 술을 멀리하고 살고 있다. 보드카벨트의 국가들이 대부분 그런 변화를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일이다. 벨트는 이제 생산벨트이지 음용벨트는 아니다.

전 세계적인 저 도화 추세는 스웨덴의 음주방식 변화를 볼 때 이해하기가 쉽다. 소비자들이 알코올도수가 낮은 맥주나 와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은 이제 전 세계인 추세다.

<完>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