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
독일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上)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독일은 서부유럽의 중앙에 위치한다. 발틱해와 북해사이에 있다. 남쪽에 알프스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응책으로 독일정부가 마스크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규제한 것을 파시즘이라 외치며 베를린 시민 3만 8,000명이 반대시위를 했다. 대부분 평화시위를 했지만 일부는 돌과 병도 던지는 과격시위를 했다고 한다. 200명 쯤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기본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그 주장은 알코올 규제에 대해서도 유사하다. 술 마실 자유를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평생금주자’가 7.9%정도다. 다른 유럽국가 들에 비해 적다. 절반이 넘는 53%가 맥주를 마신다. 와인이 28%, 증류주가 19%다. 길에서도 마시고 낮술도 마시는 것이 유명하다.
오전에 방문한 회사의 직원들에게서 맥주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심지어 출근하자마자 마시기도 하는 것이다. 18세에서 64세 까지의 인구 중 상당수가 술꾼으로 집계되고 있다. 술 마시는 일은 독일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정부의 음주연구기관인 DHS의 부대표 크리스티나 루멜(Christina Rummel)이 증언한다.
독일 사람들은 맥주를 한해 평균 700병쯤 마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연코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이웃 스웨덴에서 독일로 맥주 시음여행을 오고, 귀국할 때 차량 그득 맥주를 넣어가는 모습은 일상적으로 관찰되는 일이다.
독일인들은 생활규율을 엄격히 지키고 매사에 격식과 진지함을 중시하는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술에 취한 경우다. 언젠가 월드컵 축구에서 브라질에 독일이 패하자 술 마신 만하임의 시민 1명이 사망했고, 독일 전역에서는 900여명이 난동죄로 체포된 적이 있다. 함부르크에서는 경찰에게 돌과 병 조각을 던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라이프찌히에서도 폭력과 자동차나 점포 파손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많이 변했지만 독일은 오랫동안 음주문화가 좋지 않은 나라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도 독일인들은 대중 앞에서 문제 있는 음주행위를 보이는 데 대해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서 규제를 반대하는 이유와도 맥락을 같이하는 듯 하는 듯하다. 그 이유를 자세히 알려면 그들의 역사를 읽어야 한다.
과거사가 좋지 않고 술도 많이 마시는데 독일이 어떻게 대체로 점잖은 음주문화를 가지고 되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음주문화의 변화에 관한 한 독일은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원래 독일의 좋지 않은 음주문화는 유명한 역사를 가진다. 로마의 시이저 시대 이래로 독일의 술집이나 길거리는 고성방가와 싸움으로 가득차고 심지어 술로 인한 각종 사고와 죽음이 비일비재하였다고 한다.
음주와 만취에 대해 허용적인 태도는 독일사의 어느 시점 이후 어김없이 내려온 사실이다. 최근에는 더 확실한 건전음주문화가 존속한다. 하지만 술에 취한 독일인이 월드컵 경기 때 과거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소환했다. 그 같은 사고는 우연히 발생한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잘못된 독일음주의 과거는 수많은 독일사에서 유명한 인물들의 술 이야기에서도 들을 수 있다. 그 이야기들은 와인이나 맥주, 증류주 등 갖가지 술의 폐해를 포괄한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마틴 루터 :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에 반기를 든 독일의 종교개혁자. 가톨릭교회의 교리와 폐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성경을 통한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하나님의 구원을 설파하였으며, 라틴어로 되어 있던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여 대중화에 기여함
1500년대에 종료개혁은 마틴 루터가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루터는 당시 와인음주자들을 ‘포도주 푸대’라는 의미를 가진 말로 ‘술고래(Weinschlauch)’라고 불렀다. 그리고 “음주는 우리나라에 일종의 페스트와 같은 것인데, 신이 노해서 우리에게 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음주문화는 “외부로부터의 압력, 경고조치, 처벌, 그리고 개신교적인 근검정신을 통하지 않고서는 개선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루터는 맥주 음주에 대해서는 역설적 태도를 보인다. 그는 “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잠을 잘 자게 된다. 잠을 자는 동안은 죄를 짓지 않는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천국에 갈 수 있다.”라고 말한다. 당시 와인은 주로 귀족들이 마셨고, 서민들이 맥주를 마셨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종교개혁의 지지층인 서민층에게서 맥주를 뺏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루터가 주종(酒種)간 차별적 의견을 가졌지만 과음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1850년대의 독일은 증류주가 범람하여 문제가 되었다. 1880년대에는 카우츠키가 노동자들에게 맥주음용을 통제할 것을 제안한 흔적이 보인다. 그 후 19세기 말 공산주의의 사상가 엥겔스는 술이 독일사회에 미친 영향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예전의 잔치에서는 기분 좋은 안락함을 볼 수 있었고, 무절제함이 드물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제는 칼부림이 빠지지 않고, 살인사건이 점점 더 자주 빈발한다. 잔치는 폭력적이고 황량하다.”
훗날 이러한 광포함이 큰 문제로 인식되자 독일인들은 도덕재무장운동에 나서게 된다. 1938년이 독일 MRA가 창설된다. 1900년대의 독일에서 음주폐해는 실로 가관이었다고 한다.
19세기 이래로 점차 변해 지금과 같이 말랑말랑한 음주습관이 형성되어 왔다. 라인밸리, 쉬바비아, 팔라티나트 지방은 와인생산지역, 엘베 동부은 증류주 생산지역, 바바리아, 베를린, 기타 서부공업지역은 맥주생산지역 등으로 나뉜다. 술 생산지별로 다른 지역별 음주형태가 형성되게 된다. 지역별로 각기 자기 지방의 술을 더 선호하는 경향성을 보이는 것이다.
전통적인 음주습관이 남아있는 경향도 있지만 산업화가 진전 되고 교통이 발전하면서 이동성이 커지고 지역 간 사회계층간 차이가 점차 평준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에 호두과자를 먹으려면 천안으로 가야했다고 한다. 당시 경성에서는 단팥빵 이외에는 보기 어려웠다. 지역 간 식품의 이동성 역사는 어디나 비슷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수준이 술 소비량 증가의 포화점일까?
독일의 알코올 소비량을 통계를 통해 살며보면 1인당 소비수준이 1900년이래로 변화하고 있으며 1950년 이후 그 변화가 급격함을 알 수 있다. 알코올 소비량을 재는 척도인 100% 순 알코올을 기준으로 할 때 1900년의 1인당 소비량은 10.1리터였다. 지금의 우리나라 음주량 보다 많은 양이다.
독일인의 음주량은 1차 세계대전 때 급격히 하락한다. 전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 1920년대에는 경제적인 문제로, 1930년대에는 사회적인 문제가 알코올 소비를 낮게 유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자료로만 보면 2차 세계대전 때에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전시에 일부 군인들의 바를 제외하고는 어떻게 일반인들이 술을 마셨겠는가. 전쟁이 끝나고 1950년대가 되자 음주량이 3.3리터 정도로 회복되었고 1960년에는 7.8리터, 1970년에 11,4리터, 1980년을 전후하여 약 17리터 수준을 고비로 감소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 놀라운 증가속도다.
독일의 경험을 관찰해 볼 때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시대가 되면 음주문화에 변화를 주는 요인들이 다수 발생하여 음주소비량이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다.”라는 가설이 수립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10년을 전후하여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수준을 확실히 넘어선다. 독일과 30년의 격차가 보인다. 우리의 음주문화를 보면 88올림픽을 지난 후 1990년대 말에 최고도를 달성하고 대체로 그 때의 수준에서 안정되고, 건강을 해치는 음주에 대한 경각심이 일반화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에 우리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파랑새 플랜이 그 시기 음주관리 및 통제 노력을 알리는 상징이 된다.
2차 대전 이후 독일은 소득수준이 급격히 증가했고 음주량도 증가한다. 여성들도 남편들이나 여성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 시작하게 된다. 여성들이 처음에는 집에서 주로 마셨지만 점점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마시는 빈도가 늘어났다. 요즘은 여성의 1인당 순 알코올 음주량도 한 해에 6리터에 가깝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소득의 증가와 소비량의 증가가 일정한 율의 비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이후 그러한 정의 관계가 사라지고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알코올 소비량 감소추세는 그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났는데 2000년대에 들어서서 감소세가 사라지는 분위기다.
1980년대 이후 나타났던 알코올 소비량의 감소 추세가 그 이후 큰 변화는 없이 약 13리터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통계로는 2010년 12.9리터, 2016년 13.4리터다.
독일 사람들의 경우 전시에 극도로 음주를 절제하였고, 전후 경제적 성장과 함께 음주량이 급팽창한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징후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대로 나타난다. 음주와 경제와의 관련성은 국가 간 차이 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독일인의 주종별 음주선호와 선호도의 변화
독일에서 주종별 음주 선호성향의 변화는 1840년 이후에 나타났다. 19세기 전반에 증류주는 하층시민들이 주로 마셨다. 고된 노동의 피로를 이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브르조아 계급이나 귀족들은 독일산 화이트와인이나 프랑스산 레드와인이나 코냑을 마셨다고 한다. 20세기 초반에 와서야 맥주가 산업화된 지역이나 바바리아지역의 노동자 계급들이 선호하는 술이 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맥주 가격이 다른 술 보다 쌌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오늘날은 맥주가 계층과 아무 상관이 없이 누구나 마시는 대중주가 되었다. 물론 각 지방마다 나는 특산주는 그 지방사람 들이 즐겨 마시게 되므로 별개의 문제였다. 와인을 만드는 지방에선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증류주를 제조하는 지방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사랑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에서도 보편적 현상이다.
자주 마시는 사람이나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은 맥주를 가장 즐겨 마시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독일인들이 맥주만 마시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
와인은 독일인이 두 번째로 즐겨 마시는 술이다. 와인을 매일 마시는 사람들은 와인선호자 중에서도 1% 밖에 안 되지만 가끔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어느 국가든 누가 어떤 술을 마시는 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는 술값이다.
술이 주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와인 가격이 맥주보다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게 된다. 일요일 만찬, 축하하는 자리, 의식이 행해지는 곳에서 와인이 소비된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여성들이 와인을 즐겨 마시는 것도 어디나 마찬가지이다.
독일에서 브랜디나 위스키, 리큐르 등 증류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증류주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와인과 마찬가지로 많지 않다. 독일에서도 증류주는 통상 남성들이 가끔 마시며, 맥주와 섞은 폭탄주를 마시기도 한다. 상층시민과 중산층들은 수입 증류주를 즐겨 마시고 있으며, 노동자 계층은 독일산 증류주를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이 좋아하는 증류주는 단 맛이 있는 것이다.
◇ 주종별 음주빈도의 변화(1976-1990, 단위:%)
음주빈도 |
1976년 |
1978년 |
1980년 |
1984년 |
1987년 |
1990년 |
|
맥주 |
매일 정기적으로 |
16 |
11 |
13 |
14 |
13 |
11 |
1주일에 여러 번 |
12 |
11 |
11 |
17 |
15 |
15 |
|
1주일에 1 번 |
34 |
27 |
20 |
28 |
26 |
30 |
|
가끔 |
17 |
16 |
21 |
11 |
11 |
10 |
|
안 마신다 |
21 |
34 |
34 |
30 |
33 |
33 |
|
와인 |
매일 정기적으로 |
3 |
3 |
3 |
3 |
2 |
2 |
1주일에 여러 번 |
6 |
4 |
6 |
6 |
5 |
3 |
|
1주일에 1 번 |
46 |
35 |
30 |
29 |
27 |
29 |
|
가끔 |
32 |
31 |
28 |
37 |
34 |
35 |
|
안 마신다 |
13 |
26 |
31 |
26 |
31 |
29 |
|
증류주 |
매일 정기적으로 |
3 |
3 |
3 |
2 |
2 |
1 |
1주일에 여러 번 |
4 |
2 |
5 |
4 |
3 |
3 |
|
1주일에 1 번 |
30 |
20 |
17 |
16 |
19 |
19 |
|
가끔 |
28 |
22 |
22 |
25 |
22 |
26 |
|
안 마신다 |
34 |
34 |
52 |
53 |
52 |
49 |
독일인의 음주성향은 계속적으로 조금씩 변화해 가고 있다. 맥주가 가장 대중주인 것은 분명하지만 와인을 즐기는 새로운 소비자층이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이나 여성층에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증류주는 세금인상으로 인한 가격상승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이유로 수요가 줄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대체로 그런 경향은 유사하게 관측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맥주소비자가 대폭 늘고, 와인 인구도 증가 추세를 보이며, 저 도주 선호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경향성이 다른 나라의 추세와 다르지 않음을 독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호 계속>
필자: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