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용 쌀 공급 중단, 우리 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국산 쌀들을 사용하는 프리미엄 술들이 고급화를 이끌고 있다 / 출처- 전통주갤러리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 158

가공용 쌀 공급 중단, 우리 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최근 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3월 11일 기준 20㎏ 쌀 도매가격은 5만8040원으로 지난해 4만7100원에서 1만 원 이상 올랐다. 평년 가격인 4만2,137원보다는 약 38%가 오른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다. 물론 쌀을 사먹는 소비자는 쌀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농민들에게는 이러한 쌀 가격도 아직 낮다고 이야기를 한다.

올해 쌀 가격은 평년에 비해 매우 높다 / 출처 – aT 도매유통 정보시스템(쌀)

쌀 가격의 상승은 몇 년간의 쌀 생산량 감소가 큰 이유를 차지한다. 특히, 2020년 쌀 생산량은 350만7000톤으로 전년보다 6.4% 급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서도 지난해 쌀 생산량은 1968년 320만 톤 이후 52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을 기록했다. 거기에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밥을 해먹는 사람들이 증가하거나 가공용 수요가 늘면서 쌀 가격이 상승을 한 것이다. 이러한 쌀 생산량의 감소와 쌀 소비량 증가는 쌀값 상승과 함께 가공용 정부양곡(나라미)의 공급과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도별 벼 재배면적 및 쌀 생산량 추이 / 출처 – 통계청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가공용 나라미를 5월까지만 공급한다는 공문을 가공용 쌀 소비 업체에 보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재고 부족으로 국산 가공용 나라미 공급량을 지난해 11만t에서 올해 5만t으로 절반 이상 줄이고, 이마저도 5월까지만 공급한다고 밝힌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술 제조용 국산 쌀(나라미)을 공급받았던 양조장들은 생산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가공업체에 공급되는 가공용 나라미

과거에도 이러한 정부양곡의 공급 문제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막걸리 붐이 불기 시작하던 2009년 무렵 막걸리 원료로 수입쌀 대신 국산 쌀(나라미)을 많이 사용하는 시기가 있었다. 이때도 남아도는 나라미의 소비 확대를 위해 수입쌀보다 나라미의 공급 가격을 싸게 해서 막걸리 업체들의 쌀 소비를 나라미로 유도 했다.

하지만 나라미의 저가 공급 역시 지속적이지 못해서 2014년 나라미의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높아지면서 다시 금 업체들은 가격이 싼 수입쌀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최근에도 2년 정도 저장한 나라미를 싸게 공급해서 가공용 원료로 사용을 할 수 있게 해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이렇게 공급을 해오던 물량을 5월 까지만 공급을 하겠다는 것이다. 5월 이후 나라미 공급이 끝나면 기존 양조장들은 원료를 어디서 공급받게 될까?

2014년에도 나라미 가격 상승으로 막걸리 값이 인상되었다

일반적으로 전통주로 분류되는 민속주나 지역특산주 업체는 지역 쌀을 사용하기에 가격 상승에 문제는 있지만 국산 쌀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 나라미 수입쌀도 15% 정도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아직 수입쌀은 국산 나라미에 비해 3배 정도 저렴하다. 지금까지 나라미를 받아 사용하던 일반제조면허 업체는 원료 확보 및 쌀 가격의 문제로 수입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술의 원료 국산화는 다시 금 멀어질 것이다.

정부양곡(나라미)의 가격은 수입산과 국산의 차이가 있다 / 출처-농림축산식품부

그 동안 수입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왔다. 가격이 싼 수입쌀이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 국산 쌀을 사용하는 문제는 어려움이 많다. 양조장에 이윤을 포기하면서 애국심에 호소해서는 수입쌀 소비를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국산 쌀을 싼 가격에 공급해 주거나 국산 쌀을 사용했을 때의 혜택이 수입쌀을 사용했을 때 보다 크다면 자연스럽게 국산 쌀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국산 쌀을 이용한 우리 술에 대한 주세 혜택을 주어야 한다. 막걸리를 예로 들면 현재 막걸리의 주세는 종량세로 리터당 41.9원이다. 수입 쌀이나 국산 쌀이나 동일하다. 수입쌀과 국산 쌀의 가격차가 있기에 국산 쌀을 이용해서 만드는 막걸리에 대해 주세를 낮추어 생산시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현재 나라미의 소비 문제는 생산량이 많은 대형 양조장들이다. 이번 기회에 대형 양조장이 일반 쌀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원료의 국산화 및 시장의 고급화를 이루었으면 한다.

다음으로는 국산 쌀을 이용해서 만드는 지역특산주의 경우 현재 50%의 주세감면을 해주지만 그 물량이 발효주 200㎘(750㎖ 약27만병), 증류주 100㎘(375㎖ 약27만병) 이하로 매우 제한적이다. 이 주세감면 물량을 확대해서 국산 쌀을 소비하는 지역특산주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지역 쌀을 이용한 전통주의 경우 지자체별 지원시 정부차원의 자금 매칭을 통해 국산 쌀 물량을 확대 한다거나 또는 다양한 자금에 대한 우선 사용 정책 등 국산 쌀을 이용하는 전통주 양조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근본 문제인 국산 쌀 가격을 낮추어야 한다. 원료곡 생산에 있어서 일반적인 쌀 품종으로는 생산단가를 맞출 수 없기에 같은 면적에서 1.5배 많은 양의 쌀이 생산되는 다수확 품종을 재배해서 생산단가를 최대한 낮추는 일이다. 다수확 쌀은 소비처가 제한되어 있어 계약재배를 해야 한다. 계약재배는 농가의 판로개척 부담을 줄여준다. 양조장은 방금 도정한 품질 좋은 쌀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물론 다수확 쌀 계약재배라도 수입쌀보다는 비싸다. 이런 점 때문에 계약재배 농가에 한해 쌀 보관 및 운반비 등에 대해 정부의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국산 쌀들을 사용하는 프리미엄 술들이 고급화를 이끌고 있다 / 출처- 전통주갤러리

정부도 이번기회에 우리 술의 원료를 국산 농산물로 확대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술을 공산품으로 인식하지 말고 농산물 소비가 가능한 상품 또는 농업의 지원이라는 관점에서 규제완화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양한 정부지원이 있어야만 우리 술과 함께 국산 농산물 소비도 동시에 만족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쌀을 이용한 우리 술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 출처-이대형

이대형 박사의 우리 술 바로보기

이대형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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