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술 이야기②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국, ‘조지아’
와인 뿐 아니라 국가의 아이콘이 된 크베브리 진흙 항아리
김홍덕 국제부기자
Hordon Kim, International Editor (hordonkim@gmail.com)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국이지만 아직 잘 안 알려진 조지아. 프랑스보다 더 많은 종류의 포도 품종을 가진 조지아 와인의 세계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김홍덕 국제부 기자는 조지아를 중심으로 한 코카서스 3국을 6회 방문하며 3개국의 포도, 와인, 문화 등을 취재한 경험이 있다. 국내 식음료 분야의 해외 홍보, 컨설팅 노하우와 시각으로 국내 전통주 업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구 소련 연방에 속해 있었던 조지아는 근대 와인 문화가 활발해질 당시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홍보와 프로모션을 하지 못한 까닭에 전 세계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소련으로부터의 독립 후 서서히 자본주의의 맛(?)을 알게 된 조지아가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국으로서 갖는 명성을 떨침에 따라 러시아, 미국, 중국 등지로의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유럽의 와인에 비해 제조법이 확연히 다른 조지아의 와인. 와인을 만들 포도의 품종도 다르려니와 와인을 담그기 위한 방법도 진흙으로 만든 항아리인 크베브리에서 한다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크베브리에서 숙성된 조지아 와인은 매우 깊고도 무거운 맛과 향을 특징으로 한다. 항아리의 바닥에 침전된 불순물들은 ‘짜짜’라고 하는 과일주로 탄생된 되는데 러시아의 보드카보다 강한 도수인 60도 이상짜리의 리쿼 (독주)들도 많다. 와인이든 리쿼든 조지아를 대표하는 알코올류에는 이러한 독특함이 묻어 있다.

Hordon Kim, International Editor (hordonkim@gmail.com)
조지아의 크레브리 사랑은 대단하다.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장식을 어김없이 이 크베브리로 하는가 하면 수도원 등 유적지에 가면 크베브리가 야외에 널려져 있다. 색깔, 크기, 모양이 다양한 크베브리들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조지아 와인의 깊고도 고색창연한 느낌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와이너리를 끼고 있는 고급 리조트에서는 크베브리 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포도 수확 철이 되면 투숙객들이 직접 크베브리 속의 포도를 커다란 막대기로 저어보게 한다. 운 좋은 여행자라면 민가에서 운영하는 크베브리 양조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조지아를 여행하다보면 묘하게도 우리나라와 닮은 구석이 많음을 보게 된다. 서양인들이 좀처럼 먹지 않는 감을 집에서 말려 우리나라처럼 곶감으로 먹는가 하면 유채꽃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야생화들을 식초에 절여서 발효시켜 먹는 것이 꼭 우리네 식탁에 오르는 장아찌와 효소 반찬 같다.
시골길 도로변에 놓여진 현대식 크베브리들도 눈길을 끈다. 마치 우리나라의 지방도를 운전하자 마주치는 옹기 항아리처럼 크고 작은 크베브리들이 전시되어 있다. 시골길 가게에서도 보게 되는 비슷한 장면들은 이런 크베브리들이 현대의 실생활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조지아 와인이 생산량을 늘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함에 따라 제법 회사의 규모를 갖추고 와인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당연히 이런 크베브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정한 품질을 갖춘 고가 – 라고는 하지만 소비자가가 아무리 비싸도 대략 5만 원대를 넘지 않는 것이 조지아 와인의 특징 – 의 와인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조지아 와인에 대한 호기심과 역사성이 커짐에 따라 와인 제조에 관한 사진전이 여러 나라에서 열리기도 한다. 조지아를 방문했거나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놓은 사진전을 통해 현지의 조지아 대사관이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에도 비대면으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이러한 열기를 반영한 듯 중국의 한 대형 호텔에서는 몇 년 전에 조지아 와인 박물관을 만들어서 크베브리들을 전시하며 와인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당연히 크베브리와 함께 와인 및 전통 음식을 전시, 판매함으로써 조지아의 아이콘을 널리 알리고 있다. 조지아 와인에 대한 설명회와 시음 프로램도 당연히 열린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술이라기보다는 밥 대신 허기를 채워주던 막걸리. 다양한 누룩이 사용되고 맛과 향도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일본의 ‘마꼬리’에 비해 가격이 현저히 낮으며 외관상의 볼품도 저가주로 인식될 정도인 막걸리가 조지아의 크베브리처럼 우리 나름대로의 고유성을 지니며 음식 문화의 자연스런 메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혜가 모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