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 다 열어놓고 맨손으로 모기잡기

도심빌딩 물탱크 등에서 번식된 모기떼로, 방충망 없이 장시간 문을 열면 모기 밥이 된다.

『빈 술병』

모든 문 다 열어놓고 맨손으로 모기잡기

육정균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시인/부동산학박사)

아침저녁은 쌀쌀하지만 벌써 3월 중순이다. 아직은 뜨겁고 모기가 극성인 여름은 아니지만, 어릴 적 한 여름밤의 추억들이 되살아남은 왜일까? 그것은 아직도 그 언제 공포와 불안에서 해방될지 모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불편함과 기나긴 통제 때문일 것이다.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고 너무나 답답해서 어서 빨리 그냥 자유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시골에서 살려면 예나 지금이나 집안 모기의 퇴치나 박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기에 물려서 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등 전염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잠을 못 이루거나 악성 종기로 진전하는 경향이 있어, 집안(실내), 특히 잠자는 방에는 어떤 방법을 쓰던 모기를 완전 박멸하고, 모기가 얼씬하지 못하도록 할 불가피성이 있다.

그런데, 작금의 코로나19 방역은 한여름 집안의 모기박멸 방법과 전혀 다를 게 없다. 집 밖의 모기박멸은 인간으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집안 모기박멸과 퇴치는 매일매일 작업이 필요하므로, 오히려 코로나19의 방역이 집안 모기박멸이나 퇴치보다 쉽다고 생각된다.

콘크리트벽 작은 구멍으로도 모기는 날고, 바이러스도 활개를 친다.

집안 모기박멸과 퇴치작업의 순서를 코로나19 방역과 비교하면 ① 집 밖으로 통하는 창문과 출입문 등 모든 문의 폐쇄, 특히 잠자는 방은 안에서도 닫기(국경폐쇄 및 출입국관리, 마스크 쓰기, 손 씻기)→ ② 집안의 모든 공간에 살충제 성분의 분 무형 모기약을 무차별 살포하고, 강력 모기향 피우기(백신 전 국민 동시 접종 및 확진자 완치) ③ 1~2시간 이상 집안 모기가 완전 박멸된 후 방충망이 설치된 쪽의 문을 열어서 환기시키기→ ④ 죽은 모기 등 쓸고 물걸레질하기→ ⑤ 이부자리 정리 및 모기장 펴서 설치하기 등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집안 모기박멸작업은 매일 밤 새롭게 반복적으로 해야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고,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을 막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방역은 정부 기관마다 제 역할을 정상적으로 하고, 제대로만 하면 한 방에 끝낼 수 있고 그 과정도 시체를 남기는 모기박멸보다 짧은 작업 과정을 거치니 오히려 쉽다고 표현한 것이다. 지금은 말만 요란하지 정상이 아니다.

어릴 적 부모님과 보낸 한여름 밤 추억을 떠올려 보면, 나는 초저녁 어머니가 칼국수를 준비하는 동안, 집 밖으로 통하는 모든 창문과 출입문 등을 닫아걸고, 특히 잠자는 방마다 살충제가 섞여 있는 에프킬러 등 분사형 모기약을 숨이 막힐 정도로 뿌려서 실내에 들어온 모기들이 박멸되도록 한 뒤, 살며시 문을 닫고 나오는 역할을 담당했다.

어머니는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밀어 시원하게 펴서 말은 국수를 써시고, 강굴, 바지락 조갯살이나 꼴뚜기 등 제철 해산물을 넣어 맛있게 끓인 칼국수를 평상에 차려 여름밤 풍요로운 저녁식탁을 준비하시고, 아버지는 형과 평상 가까이에 불을 피우다가 약쑥과 생풀을 적당히 넣어 모기가 얼씬도 못하게 모깃불을 피웠다.

아버지는 탁배기 한잔을 곁들이시며 허허 즐겁게 웃으셨고, 해물칼국수를 배불리 먹은 나는 시원해지는 여름밤 공기를 맡으며 잠시 밀집 방석의 한끝을 베고 잠이 들곤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애야 방문 열고 환기시켜야지”하며 어머니가 흔들어 깨우면 벌떡 일어나 집안으로 들어가 방충망이 있는 쪽의 창문을 재빨리 열어놓고 환기를 시켰다. 한동안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던 어머니와 가족들은 어느새 집안에 들어가 죽어 나자빠진 모기 등 각종 곤충들을 빗자루로 쓸고, 방바닥에 내려앉은 살충제 섞인 모기약을 깨끗한 걸레로 재빨리 훔쳤다.

그런 다음 각자 자기 방의 이부자리를 정리한 후 혹시나 집안에 숨어 있다가 잠자는 인간을 “왜~애~앵~”하며 언제 공격할지도 모를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모기장을 다시 펴서 철저히 치고, 하나둘씩 낄낄거리며 모기장을 살짝 들추며 안으로 들어가 창문으로 유난히 빛나는 밤별을 헤다가 잠이 들었다.

되돌아보면, 어머니는 지금의 코로나19 보다도 더 무서운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들 속에서 병에 걸리지 않게 하셨고, 여름밤 가려움에 긁적이지 않고 편안한 잠을 재워서 우리를 잘 키우신 것 같다.

집 밖과 통하는 모든 창문과 출입문 등 모든 문을 철저히 닫고 비록 살충제 섞인 모기약이지만 집안 가득 뿌리고 곳곳에 독한 모기향을 피워놓는 것은, 전 국민에게 일시에 동시 백신을 접종시키는 것과 같다. 그것도 매일 밤 해야 하는 모기퇴치와 방역행위로서 전쟁과 다름이 없었다.

결국, 어린이에겐 코로나19 보다 더 위험한 방역을 한 것이지만 지금 방역을 담당하는 정부와 같이 확진자 수를 각종 방송에 실시간 홍보하지도 않았고, 아이들에게 “붙어있지 말고 조용히 가만히만 있어라. 여럿이 같이 모여 놀면 매를 때릴 것이다. 모기에 물리면 죽고, 모기약(백신)도 위험하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작금의 코로나19 방역은 어떠한가? 초기부터 대만처럼 국경을 폐쇄하고, 집안에 방충망을 설치하는 것처럼 전국의 공항과 항구 등의 출입국시설에 외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의 확진여부 검사, 격리 및 치료시설을 설치하고, 외국인은 강제출국절차를 마련하여 철저히 출국시키고, 내국인은 별도의 격리·치료시설을 마련하여 완벽한 치료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다.

또한, 전국의 보건소, 의원 및 병원마다 확진자 상시검사시설 및 치료병동을 넉넉히 마련하여 확진된 국민 누구든 병원이 아닌 자기 집에 격리·방치할 것이 아니라 완벽히 치료해주어 모든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당연히 국경폐쇄와 함께 방충망 같은 출입국관리에 이어, 지금이라도 5천만 전 국민에 대한 양질의 백신 동시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도 시급하다. 백신확보가 어쩌고 뭐가 어떻고 무슨 이유를 대든 찔끔찔끔은 절대 아니다. 언제까지 모든 문 다 열어놓고 맨손으로 모기잡기를 계속 할 것인가?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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