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술 이야기③
조지아, 와인으로 즐기는 이벤트들
김홍덕 국제부기자
Hordon Kim, International Editor (hordonkim@gmail.com)
8,000여 년의 와인 역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조지아는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지라는 인식이 서양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기본 상식으로 되어 있다. 그 옛날에는 당연히 지금과 같은 국경의 개념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재 조지아의 인접국인 아르메니아에서 십여 년 전에 인류 최초의 와인 저장고가 발견되기도 했으니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 국제공항에 가면 자국의 아레니 지역에 있는 와인 저장고(–여기에서는 인류 최초의 가죽 신발도 발견되었음–)와 6,0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와인을 홍보하는 동영상이 방영된다. 와인에 대해서 두 나라의 자존심 싸움이 재미있게 펼쳐지는 셈이다.
조지아의 와인이 인기를 끌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2년 전에 조지아의 특정 브랜드 와인이 시음회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실시한 이 행사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아직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는 명함을 못 미는 게 현실이다.
와인 바가 많은 일본에는 와인 애호가들이 아예 조지아 어를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서 너 명에 불과한 숫자이지만 배우기 쉽지 않은 조지아 어를 흉내 내는 것만으로 감동한 주일 조지아 대사관이 독립기념일에 이 사람들을 특별히 초청해서 VIP 대우를 해주었을 정도이다.
사실 조지아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캔 커피의 브랜드 혹은 애틀랜타라는 도시를 품고 있는 미국의 조지아 주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심지어 구글에서 영어로 Georgia를 검색하면 여전히 국가로서의 조지아가 아니라 미국의 조지아 주에 관한 결과 값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구 소련 연방 시절에 불리던 ‘그루지아’라는 명칭이 오히려 ‘조지아’보다 여전히 귀에 익는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어쨌거나 조지아는 ‘마실 것’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 포도 재배 지역은 아니지만 보르조미라는 도시는 하도 그 지역의 광천수가 몸에 좋다고 해서 유럽을 정벌했던 나폴레옹으로 하여금 당시의 국가이던 러시아까지 넘보게 한 빌미가 되기도 했을 정도이다. 이 광천수를 파는 보르조미라는 회사는 공업이 발달하지 않은 조지아의 제일가는 회사로서 우리나라의 삼성과 같은 존재이다.
지금도 스페인, 이태리, 프랑스의 부호들은 겨울이 되면 보르조미를 방문해 각종 테라피를 즐기며 조지아 와인을 조용히 만끽하고 간다. 소리 소문내지 않고 자기들만 은밀히 즐기는 고급 호텔과 리조트들은 거의 가 다 이들의 차지이다. 물가 또한 서유럽보다 저렴한 편이니 이들에게는 최고의 휴양지인 셈이다.
이러한 열기 탓인지 4년 전에는 독일 기업이 조지아의 포도 재배 지역에 Schuchman Wine Chateau라는 특별한 와인 리조트를 오픈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럽에서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투자액으로 멋진 리조트를 세울 수 있는데다가 유럽의 와인 마니아들이 몇 개월 전부터 예약해 머무르며 돈을 쓰니 꽤 산술적으로는 타산이 맞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리조트에는 크베브리 저장고가 있어서 투숙객들이 실제로 견학을 하도록 한다. 더군다나 포도 수확 철이 되면 땅속에 묻힌 포도를 커다란 막대기로 직접 저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으니 아주 매력적인 방문지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포도씨, 포도 기름으로 온 몸을 마사지 한 뒤 나중에는 아예 와인 욕조에서 은근히 취하며 마무리하는 테라피 코스는 가히 환상적이다.
한국의 와인 마니아들을 동반해서 이 리조트를 방문한 필자는 아예 맞춤식으로 한국식 마사지 프로그램을 주문해서 아주 흐뭇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다. 게다가 발효 음식이 발달한 이 나라니 만큼 한국식 샐러드 메뉴도 직접 짜준 적이 있는데 식성이 우리와 비슷한 몇 몇 스페인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었다는 후문도 들었다.
그런가 하면 Lopota Wine Report & Spa라는 곳은 아예 샤또 뒤편에 포도밭이 있어서 투숙객들이 가을철이면 산책을 하면서 직접 다양한 맛과 향의 포도들을 따먹게 하기도 한다. 조지아의 옛 수도인 므츠카테를 비롯한 포도 재배 지역에서는 Wine Chamber라는 미니 와인 박물관들이 있어서 조지아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주는 곳도 많다. 그런 곳에서 차려진 멋진 만찬을 즐긴 후 포도밭과 천 년 이상 된 수도원 및 교회들을 둘러보며 크베브리의 흔적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