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⑮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로크리에 있는 기원전 480년경의 부조)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⑮

제우스의 2세들과 헤라의 질투

제우스는 신 중에서도 알아주는 바람둥이였다. 그는 아내인 헤라의 눈을 피해 백조나 황소, 심지어 황금비로 변하면서까지 여신이나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 중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올림포스의 신들과 인간 영웅들이 나오게 된다. 신 중의 신인 그는 신화 속에서나 인간들 속에서나, 권력과 영광을 갖는 중요한 시발점인 셈이다.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해 바람을 피우고 다니는 제우스. 그렇다고 제우스가 오직 단 한 번 결혼한 것은 아니었다. 헤라 이전에도 이미 두 번 결혼을 했었다.

제우스가 첫 번째 아내로 삼은 것은 지혜의 여신 메티스였다. 하지만 제우스는 그녀가 임신하자 아내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그 이유는 아내에게서 제우스를 대신할 지배자가 태어난다는 예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경우와는 다르게, 아내인 메티스를 삼킨 제우스는 지혜와 분별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달이 차자 제우스의 머리에서 여신 아테네가 무장한 채 튀어나왔다. 그녀는 메티스의 소질을 이어받아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 되었고, 제우스의 가장 사랑받는 딸로 올림포스 12신 중의 하나가 된다.

특히 그녀는 포세이돈과 아테네의 영유권을 놓고 경쟁하여 이긴 것으로 유명하다. 둘 중 누가 사람들에게 유용한 선물을 하는가 하는 내기였는데, 포세이돈은 아크로폴리스 위에 말(일설에는 염수의 샘)을 출현시킨 반면, 그녀는 올리브나무를 선물하였다. 결국 신들로부터 올리브가 사람들에게 유익한 선물이라고 판정받으면서, 아테네가 그 마을의 수호신이 되고 마을 이름도 아테네가 된 것이다.

제우스의 두 번째 아내는 율법과 질서의 여신 테미스(Themis)이다. 테미스가 정의를 상징하는 여신이 된 이유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탁, 제의, 율법 등을 발명한 이가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도 올림포스 신들의 회의를 소집하고 주관한 것도 그녀의 역할이었다.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주인, 신 중의 신이 된 것도 강력한 힘에 테미스와의 결합으로 정의와 분별력을 장착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테미스는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탄생도 한 몫을 담당하였다.

제우스가 한창 테티스에게 사랑에 빠져 있을 때 테미스는 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면 아비인 제우스를 쫒아낼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델포이의 신탁은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자 숙명이었다. 가이아로부터 예언술을 이어받아 델포이에 신탁소를 가지고 있었으며, 예언의 신 아폴론에게 예언술을 가르치고 신탁소를 넘겨주었다고도 한다.

제우스가 네레이스의 하나인 테티스에게 연정을 품고 결혼 문제를 의논하자, 둘 사이에 아들이 생기면 아비를 쫓아낼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이에 제우스는 테티스를 인간인 펠레우스와 짝짓도록 하였는데, 이들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이다. 레아가 제우스를 낳자 은신처로 보내 크로노스의 살해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였으며,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피라 부부에게는 사람이 다시 지상에 모이게 하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정의와 질서의 수호신으로서 양손에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며, 그리스 전역에서 숭배하는 의식이 보편화되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에도 신전이 세워졌으며 그밖에 트로이젠과 타나그라·올림피아·테베에도 성소(聖所)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결국 제우스는 테티스를 포기하고 대신 인간인 펠레우스를 테티스 남편으로 짝지어 주었다.

제우스와 테미스의 딸 디케(Dike)는 정의를 상징하는 여신이었다. 고대 로마시대 초기에는 정의의 여신이라는 관념이 없었으나 로마제국 확장 시기에 이르러 디케가 로마식으로 변용·수용되면서 정의의 여신상으로서 유스티치아(Justitia)상이 확립되었다고 한다.

디케(Dike)는 그리스어로 ‘법(法)’의 뜻이며, ‘정의’ 또는 ‘정도(正道)’를 뜻한다. Justitia는 로마어로 ‘정의’의 뜻이며, 오늘날 영어에서 정의를 뜻하는 ‘저스티스(justice)’는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디케는 미술 작품에서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고, 유스티치아(Justitia)는 여기에 형평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저울이 더해졌다.

그리스 정의의 여신 디케, 즉 아스타라이아는 제우스(Zeus)와 율법의 여신 테미스(Themis)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며, ‘질서’를 뜻하는 에우노미아와 ‘평화’를 뜻하는 에이레네의 자매이다. 이 세 자매를 계절의 여신 호라이(Horai)라고 하며 이들은 계절과 자연의 질서를 상징한다. 한편 디케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 아스트라이오스의 딸이라고도 한다.

신과 인간들은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 때를 황금시대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모든 생물은 늙지 않고, 지상에 있는 모든 혜택을 받으며, 어떤 고통이나 번민도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초목이 살기 힘든 겨울이 생기고, 은의 시대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추악한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신들은 지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았지만 싸움도 도처에서 일어나자 신들은 하나둘씩 모두 천상계로 올라가 버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싸우긴 했지만 결코 살인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와 그의 여동생인 자비의 여신 아이도스는 지상에 남아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정의를 설파했다.

제우스와 테미스 여신의 사이의 딸 아스트라이아(Astraiā)는 손에 천칭(天秤)을 들고 있다가 싸움이 일어나면 그 당사자들을 천칭에 올려놓고 옳고 그름을 쟀다. 바른 인간을 태운 접시는 올라가고, 부정한 인간을 태운 접시는 내려갔다고 한다. 천칭은 영혼의 무게 또는 죄의 값을 재는 도구 내지는 기준을 상징하며, 칼은 판정의 결과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의의 여신은 늘 눈을 감고 있거나 두건으로 눈을 가리고 심판을 하였는데 이는 정의와 불의의 판정에 있어 사사로움을 떠나 공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상징이다. 그러나 은의 시대가 끝나고, 청동의 시대가 되자 사람들은 한층 더 야만적으로 변해 친형제조차도 죽이기 시작했다. 청동의 시대에는 서로를 죽이며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고 말았다. 이어지는 영웅의 시대는 신들을 존경하는 영웅들이 나타나 이전보다는 나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지나 철의 시대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완전히 타락하고, 집단으로 무기를 들고 전쟁을 하기에 이르렀다. 인간들의 세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마침내 아스트라이아도 인간을 포기하고 천상계로 가버렸다. 이렇게 해서 아스트라이아는 처녀자리 별자리가 되고, 아스트라이아가 들고 있던 천칭은 천칭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칼은 정의를 관철하기 위한 힘을, 저울은 정의의 핵심인 형평을 상징한다는 데에는 쉽게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눈가리개로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과연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눈 먼 상태에서 알아내는 것은 맹목이 아닐까. 그러나 진리는 역설에 있었다. 눈은 감각기관으로 외부의 모든 것을 감식하는 역할을 한다. 눈을 통해 받아들인 감각적인 사실은 오히려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그렇다. 눈을 가림으로써 감각을 자제할 수 있고 더 공평해질 수 있는 것이다. 눈가리개는 불편부당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둘 사이에서는 계절의 여신인 호라이 세 자매와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세 자매가 태어났다. 하지만 그녀들은 모두 올림포스 12신에 들지 못했다. 호라이(Herae)는 봄, 여름 및 겨울의 계절을 관장하는 세 여신이다. 제우스와 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에우모니아(Eunomia, 질서), 디케(Dike, 정의) 및 이레네(Irène, 평화) 3자매가 그들로, 올림포스 신들과 같이 배석하여 모든 것을 성장하게 하고 꽃을 피우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언제나 환영받고 향연에 초대되었다.

또한 아프로디테의 딸들 혹은 시녀라고 부르는 성 창녀도 호라이라 하는데, 황도 12궁을 도는 시간의 춤을 추며 신들의 산파역을 하고 지상의 호라이(사원창녀)를 이끌고 성적 비밀 의식에서 남자를 가르쳤다. 고대의 창부들은 높은 지위와 학식으로 존경받았으며 여왕처럼 떠받들어졌다.

그리스어로 ‘운명들’이라는 뜻을 지닌 복수형 표현으로 모이라이 혹은 모에라이, 단수형은 모이라이다. 클로토(Klotho), 라케시스(Lachesis), 아트로포스(Atropos)의 세 여신이며, 추한 노파의 모습이라고 한다. 제우스와 테미스의 딸들이라고도 하고, 밤의 여신 닉스의 딸들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인간의 생명을 관장하는 실을 관리하는데 한 명이 그 실을 자으면 다른 한 명은 이를 감고 나머지 한 명은 인간의 목숨이 다하면 그 실을 끊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클로토가 실을 잣고, 라키시스가 실을 감으며, 아트로포스가 실을 끊는다고 한다.

이들이 정하는 운명은 절대적이어서, 제우스조차 그들이 정한 죽음은 바꾸지 못한다. 단 아폴론은 친구 아드메토스를 살리기 위해 그녀들에게 술을 먹여서 “아드메토스를 대신해 죽을 사람이 있으면 아드메토스를 살려주겠다”는 허락을 받아내기도 했다.

제우스가 최종적으로 정실로 맞이한 건 헤라다. 자신의 누나이기도 한 헤라와의 사이에서는 4명의 자녀가 태어났다. 그중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와 전쟁의 신 아레스가 올림포스 12신이 됐다. 이 둘은 형제이지만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못생긴 절름발이이지만, 신들의 무기와 장신구들을 만들며 올림포스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반면 아레스는 건장하고 뛰어난 외모를 소유한 군신(軍神)이었지만, 성격이 난폭한 데다 전쟁의 신이면서도 싸움에 능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그는 형 헤파이스토스의 아내인 아프로디테와 불륜을 저질러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한편 제우스의 바람기가 만든 대표적인 신이 태양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다. 이들은 헤라의 질투로 인해 힘겹게 세상에 태어나야 했다. 자기 자식들보다 레토가 낳은 아이들이 더 위대해질 것이라는 것을 안 헤라가 출산 장소를 내주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레토에게 달려가는 출산의 여신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레토는 만삭의 몸으로 육지와 바다를 해매고 다녔으며, 9일 동안의 긴 산고를 겪어야 했다. 레토의 고생은 컸지만, 그녀의 아이들은 결국 올림포스 12신이 된다.

특히 아들 아폴론은 태어난 지 나흘 뒤에 제우스의 명을 받아 델포이로 가, 임신 기간 내내 레토를 괴롭혔던 거대한 뱀 피톤을 활로 쏘아 죽인다. 원래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성소인 델포이를 지키는 뱀인 피톤을 처치한 아폴론은 델포이의 새 주인이 된다. 이때부터 인간들은 가이아의 뜻이 아닌 제우스의 뜻을 받들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모권 신화가 부권 신화로 이행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아폴론은 빛, 태양, 이성과 예언, 의술, 궁술, 시, 음악 등 다양한 것들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한데, 이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최고 덕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는 그리스의 정신인 ‘합리적 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써, 아폴론이야말로 가장 그리스다운 신의 상징이 되었으며 헤라가 질투할 만큼 영향력도 컸다.

헤라의 질투는 종종 죽음을 불러오기도 했다. 특히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어머니인 세멜레는 헤라의 질투로 인해 참혹하게 타죽고 말았다. 헤라가 유모로 변해 나타나서 그녀로 하여금 제우스의 실체를 확인하도록 부추겼고 번개와 천둥으로 둘러싸인 제우스의 실체를 보고 타죽고 만 것이다. 세멜레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임신을 하지만, 질투심에 가득한 헤라의 꼬드김에 넘어가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제우스는 불에 탄 세멜레의 태내에서 6개월밖에 안 된 디오니소스를 꺼내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운다. ‘어머니가 둘’이라는 뜻의 그의 이름은 바로 이런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장 후, 그는 포도나무를 발견하고 포도주의 주조법을 발명하지만, 다시 헤라의 질투로 미치게 되어 이집트와 시리아 등으로 방황의 길을 떠나게 된다. 마침내 광기를 치료한 그는 인간에게 포도 재배를 가르치고, 자신을 숭배하는 제의를 펼치게 한다.

우리에게는 피로회복제 ‘박카스’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술의 신이며, 동시에 도취의 신이기도 하다. 그의 제의에는 집단적 열광과 흥분이 수반되곤 했으며, 종종 비극 등이 경연되면서 연극의 신으로도 불려졌다. 특히 그는 20세기 철학자 니체에 의해 다시 조명됨으로써, ‘합리적 이성’을 상징하는 아폴론과 대조를 이루며 ‘비합리적인 면을 강조하는 현대정신’을 상징하는 신의 이미지를 갖기도 한다. 디오니소스는 헤스티아와 마찬가지로 올림포스 12신에 포함되기도 하고 제외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 낳았음에도 헤라의 사랑을 받은 신도 있다. 그는 바로 신들의 전령사이며 상업과 여행자의 신인 헤르메스이다. 태어날 때부터 눈치가 빠르고 말솜씨가 좋았던 헤르메스는 태어나자마자 헤라의 무릎에 앉았는데, 이때 헤라가 자신의 젖을 먹였다고 한다. 이후 헤라는 제우스와 마이아의 아들인 헤르메스를 자기 아들처럼 여겼고, 결국 올림포스 12신 중의 하나가 됐다.

마지막으로 올림포스 12신 중에 제우스와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없는 신이 하나 있다. 바로, 크로노스가 베어내 던져버린 그의 아버지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바다에 떨어지자 거품을 일으키며 탄생한 아프로디테(Aphrodite, Venus)이다. 그녀의 뛰어난 미모에 많은 남신들이 그녀를 소유하려고 경쟁하자, 제우스는 가장 못생긴 절름발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와 결혼시켜버린다. 하지만 사랑과 욕망을 주관하는 그녀가 이 추남 신에게 만족할 리 없는 법, 그녀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끊임없는 밀애를 즐긴다. 우리에게 ‘비너스’로 더 친숙한 이 사랑의 여신 곁에는 항상 아들인 에로스가 수행원처럼 쫓아다녔다.

다음은 제우스의 두 남자 형제다. 이들은 가끔 제우스의 동생들로 표현되는데, 제우스가 마지막에 태어났음을 고려할 때 모두 형이라고 봐야 한다. 제우스는 이 남신들과 세상을 ‘하늘, 바다, 지하세계’로 3등분하여 나누어 지배했다. 맏형인 포세이돈은 주로 바다를 지배했으며, 제우스 다음가는 힘을 발휘했다. 한 번 흔들면 거대한 파도가 일고, 비와 바람을 일으키는 삼지창이 그의 상징이다.

그리고 둘째 형은 바로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Persephone, 또는 ‘소녀’, ‘처녀’를 뜻하는 Kore를 지하세계로 납치해 아내로 삼은 하데스(Hades)다. 사람이 죽으면 가게 되는 저승의 세계를 관장하는 그는 언제나 지하 세계에 있기 때문에 올림포스에는 얼굴을 드러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올림포스 12신에서 제외되어 있다.

페르세포네는 어느 날 친구들과 꽃을 꺾으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수선화를 보고 손을 내미는 순간 갑자기 땅이 갈라지며 지하의 신 하데스가 황금 마차를 타고 나타나 그녀를 태우고 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놀란 그녀는 큰 소리로 삼촌인 제우스신의 구원을 요청했지만, 이 모든 게 그의 뜻이라는 건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데메테르 여신은 딸의 비명소리를 듣고 쏜살같이 달려왔지만, 그녀의 자취는 아무 데도 없었다. 여신은 아흐레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딸을 찾아온 세상을 헤맸으나, 그 어떤 신도 페르세포네의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다. 열흘째 되는 날,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그녀에게 딸의 거처를 알려주자 데메테르의 슬픔은 더욱 커졌다.

(아들 플루토스(왼쪽)와 함께 있는 데메테르(오른쪽)) A tondo from a red-figure kylix depicting Persephone and Hades. Vulci, c. 440-430 BCE.

신들의 거처를 떠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지상에 내려온 데메테르는 사방을 헤매다가 엘류시스(Eleusis)에 도착했고, 거기서 켈레우스 왕의 아들인 데모폰(Demophoon)의 유모가 되었다. 왕과 왕비가 병약한 왕자 때문에 고민하는 걸 본 여신은 그에게 매일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ambrosia)를 먹이고, 밤에는 그를 불 속에 넣어 튼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왕비가 이 광경을 보고 경악을 했고, 여신은 원래의 눈부신 모습을 되찾아 그곳을 떠났다. 여신은 왕에게 이곳에 그녀를 위한 신전을 지을 것을 명했고, 엘류시스(Eleusis)는 그 후 1,000년 넘게 데메테르 숭배의식인 ‘엘류시스 비의(Elyusian Mysteries)’의 본거지가 되었다

엘류시스를 떠난 데메테르는 다시 슬픔에 휩싸인 채 온 세상을 헤매었고, 그 사이 인간들은 가뭄과 흉년, 굶주림에 시달렸다. 신들 또한 인간들로부터 아무런 공물을 받지 못한 채 쓸쓸한 나날을 보내야 했고, 이에 제우스신은 모든 신들을 보내 여신을 회유코자 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결국 그는 헤르메스 신을 지하세계에 보내 페르세포네를 지상으로 데려오게 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의 입에 석류 알을 넣어 주었고, 그 결과 그녀는 봄이 되면 지상으로 돌아오고, 겨울이 되면 지하로 내려가는 처지가 되었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석류를 주면서 이것을 먹으면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했다. 페르세포네는 기쁨에 들떠 앞뒤 가릴 것 없이 덥석 석류를 받아먹었다. 하데스의 계략에 말려든 것이다. 그녀는 지하세계의 석류 열매를 먹고는 이미 지하세계의 사람이 되어버렸다.

지상으로 돌아온 페르세포네는 데메테르 여신과 함께 신들의 거처로 향했고, 그녀는 제우스 이외에도 크레타 섬 출신의 이아시온(Iasion)을 배우자로 맞이하여 플루토스(Plutos, 부, 즉 흙의 풍부한 농산물의 신)라는 아들을 낳았다. 거기서 인간들에게 풍요의 신 플루토스를 보내 주었다.

남태우 교수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전남대 교수▴중앙대학교 도서관장▴중앙대학교 교무처장▴중앙대학교 문과대학장▴한국정보관리학회장▴한국도서관협회장▴대통령소속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 필자 남태우 교수 경력:▴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장▴중앙대학교 교무처장▴중앙대학교 문과대학장▴한국정보관리학회장▴한국오픈엑세스포럼회장▴한국 문헌정보학교수협의회장▴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한국도서관협회장▴중앙대학교 명예교수(현재)▴현재 건전한 음주문화 선도자로 활동하고 있음

◇ 음주관련 저작리스트:▴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1998)▴주당별곡

(1999)▴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2001)▴알코올의 야누스적 문화(2002)▴음주의 유혹, 금주의 미혹(2005)▴주당들의 명정과 풍류(2007)▴홀 수배 음주법의 의식과 허식(2009)▴술잔의 미학과 해학(2013)▴은자의 명정과 청담세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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