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주(瓊甘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90번 째 이야기

경감주(瓊甘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酒饌>의 ‘경감주(瓊甘酒)’라는 주방문을 보고 있으면 ‘노산춘’이라는 술이 떠오른다. ‘노산춘(魯山春)’은 <高麗大閨壼要覽> 또는 <酒食方> 이라고 알려지고 있는 1800년대의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간 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지난 2003년 대전광역시에 살고 있는 노호석씨가 “집안 가양주로 전해져오고 있다.”고 하여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현재까지도 전승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노산춘’은 “본래 삼양주(三釀酒)로 전해져오다가, 언제부턴지 이양주(二釀酒)로 술빚기가 간소화되어, 자신의 집안에서도 이양주로 빚어오고 있다.”고 할 뿐, “가전 내력이나 술 빚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후 노호석 씨와는 연락이 두절되어 ‘노산춘’의 색깔이나 술의 향취, 맛에 대해서는 경험하지 못했으므로 알 길이 없다.

‘경감주(瓊甘酒)’를 설명하면서 ‘노산춘’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경감주(瓊甘酒)’의 주방문이 ‘노산춘’의 주방문과 일치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술을 ‘노산춘’이라고 하지 않고, 별도로 ‘경감주(瓊甘酒)’라는 술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다시 ‘노산춘’의 제조과정과 ‘경감주(瓊甘酒)’의 제조과정을 비교하여 살펴보게 되었다.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한 답을 찾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직접 술빚기를 해 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렇지 않고는 달리 방도가 없기도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감주(瓊甘酒)’는 ‘노산춘’의 다른 이름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이고, 한 번의 술빚기로 그치는 단양법으로 빚을 경우에도 그 맛과 향이 두 번 빚은 ‘노산춘’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두 가지 방문에 있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술의 맛과 향기, 그리고 술 빛깔은 여느 방문에 비해 투명하다 싶을 정도로 맑고 깨끗하며, 은은한 모과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술빚기에 있어 주의할 일은 멥쌀의 고두밥은 물을 주지 말고 비교적 된 고두밥을 만들고, 찹쌀은 가루를 만들어 푹 끓여서 사용해야 실패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경감주(瓊甘酒)’가 ‘노산춘’과 동일한 방법으로 양주되면서도 각각 술 이름을 달리 한 이유가 뭣일까?

다른 문헌의 주품에서는 ‘별법(別法)’ 또는 ‘우방(又方)’이라고 하여 약간의 변화를 주거나, 밑술을 달리하고 덧술은 동일하게, 또는 밑술은 동일하게 하되 덧술을 달리하는 방문을 보여주고 있는데, 각각 다른 문헌에서 똑 같은 방문을 두고 각각 다른 주품명을 붙이고 있는, 이와 같은 사실을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酒饌>이 1800년대, <酒食方(高麗大閨壼要覽)>이 1800년대 중엽의 문헌인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경감주(瓊甘酒)’가 ‘노산춘’보다 앞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역시 술맛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는데, 필자의 추론으로는 ‘고두밥과 찹쌀 죽을 함께 섞어 빚는 경우에서는 잔당이 많이 남아 있어 그 맛이 더 달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맑은 옥 빛깔과 함께 단맛을 준다.’고 하여 ‘경감주(瓊甘酒)’라고 명명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고, ‘노산춘’은 ‘경감주(瓊甘酒)’와 달리 고두밥과 범벅으로 빚고 있어, 단맛이 덜하고 알코올도수도 더 높은 까닭에 향취가 좋아 술이름 끝에 춘(春)자를 붙여 ‘노산춘’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경감주(瓊甘酒)’와 매우 유사한 주품과 주방문으로 <需雲雜方>의 ‘경장주’를 들 수 있는데, 술을 빚는 방법이나 과정은 유사하지만 ‘경감주(瓊甘酒)’에 비해 특별히 누룩의 양이 많은 까닭에 술 빛깔이 더 탁하고, 향취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경감주(瓊甘酒)’는 아직 발효가 끝나지 않은 상태의 단맛을 즐기기 위한 술로서, 인위적으로 발효를 그친 속성주로 분류할 수 있으므로, 알코올도수가 낮아 보존기간이 짧으므로 가능한 단시일 내에 마셔야 한다.

따라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술을 필요로 하는 ‘혼삿술’이나 ‘잔치술’로 내 놓기에 적당한 술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수백 종의 사라진 전통주를 대상으로 술빚기에 도전해 보면서, 그리고 그 과정 하나하나와 발효상태, 술빛깔, 주품마다의 향기, 발효기간, 맛에 대한 관찰을 해오면서 저마다의 방문에 대해 그 특징과 술 빚는데 따른 요령과 주의사항 등을 찾으려 노력했고, 특히 과거의 양주법을 현대인들의 의식에 맞게 과학화, 현대화 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방문마다의 차이와 그 이유를 설명하였는데, 이렇듯 다른 주품의 밑술 방문만으로 고유의 명칭을 가진 주품은, 어쩌면 ‘경감주(瓊甘酒)’가 처음이라는 생각에 다시금 전통주의 끝없는 가능성과 무한의 경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瓊甘酒 <酒饌>

◇술 재료▴밑술 : 멥쌀 1말, 찹쌀 1말, 누룩가루 1되, 끓는 물 3말

▴덧술 : 멥쌀 2말, 찹쌀 2말, 누룩가루 2되, 끓는 물 6말

◇술 빚는 법▴밑술: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오랫동안 푹 쪄서 무른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고루 펼쳐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②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작말하여 끓는 물 3말을 붓고, 저어 죽을 쑨 다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멥쌀고두밥과 찹쌀 죽에 누룩가루 1되를 섞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멥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오랫동안 푹 쪄서 무른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고루 펼쳐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②찹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작말하여 끓는 물 6말을 붓고, 저어 죽을 쑨 다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멥쌀고두밥과 찹쌀 죽에 밑술과 누룩가루 2되를 섞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 주방문 말미에 “그 빛깔과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고 하였다.

<瓊甘酒>白米一斗百洗熟烝粘米一斗百洗作末而湯沸水三斗作粥待冷好曲末一升調合釀之三日後白米二斗百洗熟烝精粘米二斗百洗作末而湯沸水六斗作粥待冷好末曲二升竝合調釀於本酒七日後用之其色與味之佳不可勝言.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91번 째 이야기

건조항주법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金承旨宅廚方文>에 수록된 ‘건조항주법’의 주방문 역시도 전형적인 2양주법의 주품이다. 이 주방문은 일반 2양주와 비교했을 때 별반 차이가 없는데, 어떠한 연유로 ‘건조항주’란 술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뚜렷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주방문에서 보듯 밑술을 빚는 법에 있어, 멥쌀 양의 5배에 해당하는 물을 양주용수로 하여 죽을 쑤었다가, 차게 식으면 가루누룩 1되를 혼합하여 술밑을 빚는데, 3~7일 후에 덧술을 해 넣는다. 그리고 덧술은 찹쌀 1말로 고두밥을 지었다가, 차게 식혀서 밑술과 혼합하여 발효시키는, 일반적인 방법 그대로의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어, 별다른 특징을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부제(副題)에 ‘맵고 달기가 마셔서 삼키기 안타깝다’ 고 기록된 것과 관련하여 ‘석탄주’의 별명(別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주방문을 다시 살펴 본 결과 <酒饌>의 ‘석탄향(惜呑香)’, <金承旨宅廚方文>에 수록된 ‘황금주법’ 주방문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酒饌>을 제외하면, <是議全書>, <양주방>, <봉접요람>,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홍씨주방문> 등에 수록된 ‘석탄주(惜呑酒)’ 또는 ‘석탄향(惜呑香)’은 밑술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1말이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건조항주법’은 나름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주방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어떻든 술 이름에 따른 특징이나 차이점을 찾고자 방문대로 하여 술을 빚어 본 결과, 동일한 주방문을 보여주는 <酒饌>의 ‘석탄향(惜呑香)’, <金承旨宅廚方文>에 수록된 ‘황금주법’과 비교해도 특별한 차이를 알 수가 없었고, <是議全書>, <양주방>, <봉접요람>,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홍씨주방문> 등에 수록된 ‘석탄주(惜呑酒)’ 또는 ‘석탄향(惜呑香)’의 주품과 비교하여 술이 더욱 진하고 달며, 끈끈할 정도로 진득한 맛을 주는데다, 향기에 있어서는 보다 부드러운 사과향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는 밑술에 사용되는 양주용수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밖에는 별다른 특징이나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다만, 술을 빚을 때 주의할 일은, <酒饌>의 ‘석탄향(惜呑香)’, <金承旨宅廚方文>에 수록된 ‘황금주법’과 같이 밑술의 죽을 쑬 때 죽이 완전히 퍼지도록 팔팔 끓여야 하고, 죽은 반드시 차갑게 식혀서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죽으로 빚는 술빚기가 비교적 수월하고 수율이 높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지만, 자칫 실패를 하는 경우가 죽이 제대로 익지 않았거나, 죽의 온도가 높았을 때 산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건조항주법’ 역시도 어렵잖게 그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건조항주법 <金承旨宅廚方文>

◇주 원료 ▴밑술:멥쌀 2되, 가루누룩 1되, 물 6되

▴덧술:찹쌀 1말

◇술 빚는 법▴밑술 :①멥쌀 2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②물 1말을 솥에 담고 끓이다가 (따뜻해지면, 3되 정도를) 쌀가루에 붓고 개어서 아이죽을 만든다.③물솥의 나머지 물이 팔팔 끓으면 아이죽을 합하고, 주걱으로 천천히 저어주면서 팔팔 끓는 죽을 쑨다.④죽이 퍼지게 끓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⑤차게 식힌 죽에 가루누룩 1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⑥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봄·가을은 5일, 여름은 3일, 겨울은 7일 후에 덧술을 해 넣는다.

▴덧술 :①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②찹쌀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고두밥과 밑술을 함께 섞어 버무린 다음, 새 술독에 담아 안친다.④ 덧술을 해 넣은 지 7일이면 술을 떠서 마실 수 있다.

* “맵고 달기가 입에 머금으니 삼키기 안타깝다.”고 하였는데, 같은 의미의 술로, <酒饌>의 ‘석탄향’ 방문과 유사한 것을 볼 수 있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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