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기술과 벌꿀술

 

겨울왕국과 미드

디즈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뾰족한 지붕과 피오르드 해안 그리고 긴 겨울만큼 눈과 얼음이 자주 등장한다. 북유럽의 신화 가운데 위그드라실이라는 나무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걸쳐져 있다. 위그드라실은 우리나라로 치면 고조선의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신단수(神檀樹)와 같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우주수(宇宙樹)다.

위그드라실에서 흘러나오는 술이 미드(벌꿀술)다. 북유럽은 보리나 포도 등을 재배하기 좋은 농업환경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와인이나 맥주보다는 미드를 만들어 마셨다. 신혼을 일컫는 허니문은 결혼을 하고 미드를 마시는 북유럽의 풍습에서 유래한다.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역경을 헤치며 사계절을 관장하는 계절의 여왕이 된다. 그 역경을 함께한 동생 안나와 크리스토퍼의 결혼식에 엘사는 분명 최고급 미드를 내놓았을 것이다.

겨울왕국을 보며 문득 제주도의 서사무가 원천강 본풀이가 오버랩 되었다. 여왕 엘사와 원천강 본풀이의 주인공 오늘이는 너무 닮은 모습이다. 부모님을 잃고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관하는 계절의 여신이 되는 두 주인공을 지켜보며 나는 술이 생각났다. 계절을 주관한다는 것은 농업을 주관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술을 만드는 원료를 결정짓는 것이다. 북유럽의 미드와 다르게 제주도는 좁쌀을 이용해 오메기술을 만든다. 뭍처럼 쌀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 드물어 조를 심어 술을 만든다. 엘사가 동생의 결혼식에 미드를 내놓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오늘이는 장상도령과 매일이의 결혼식에 최고급 좁쌀로 빚은 오메기술을 선물했을 것이다.

술은 농업이다. 최고의 마케팅은 세월이지만 최고의 술을 만드는 힘은 농업이다.

 

제주도를 참 숱하게 다녔다. 주류회사에 근무할 무렵에는 감귤을 활용한 술을 만들고 저장할 시설들을 찾기 위해 진지동굴 등을 탐사하고 다녔다. 또한 올레 7길과 7-1길의 스토리텔링 작업에 참여해서는 서귀포 일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다녔다.

원천강 본풀이는 그 과정에서 만난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미 애니메이션이나 동화 등으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겨울왕국은 천만관객을 돌파한 영화로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원천강 본풀이는 내용을 잘 모를 것 같아 내용을 요약해 올린다.문득 북유럽의 뾰족지붕 아래 창을 열고 오로라, 백야의 창밖을 보며 미드 한잔하고 싶다. Let it go…

 

원천강 본풀이

아주 오랜 옛날 제주도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옥황상제는 이 부부를 하늘로 불러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관리하는 원천강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깁니다.

그런데 부부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 있었습니다. 옥황상제가 부부를 데려가는 통에 딸은 고아가 되어 학과 놀며 지냈습니다. 고기잡이하는 어부들에게 발견된 아이는 오늘 만났다하여 오늘이라 불리고 홀로 살고 있는 백씨 부인이 맡아 기릅니다.

어느 날, 백씨부인의 꿈에 원천강에 살고 있는 오늘이 부모님이 나타났습니다. 오늘이 부모님은 백씨부인에게 오늘이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백씨 부인은 꿈이 괴이하여 그 이야기를 오늘이에게 해 주었습니다.

“어머니, 그분들은 제 부모님들이십니다. 부모님들을 뵙기 위해 원천강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제가 다녀오는 동안 몸 성히 잘 지내십시오.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이는 길을 떠났습니다. 먼저 이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다는 장삼도령을 찾아갔습니다.

“저는 오늘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원천강을 찾아 나섰습니다. 장삼도령은 모르는 것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원천강을 찾아가는 방법을 일러 주십시오”

“서쪽의 연화못에 연꽃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에게 길을 물으면 아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원천강에 가시거든 언제까지 제가 여기에서 글만을 읽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알아봐 주십시오.”

오늘이는 그러겠다고 약속을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연꽃나무를 찾은 오늘이는 원천강 가는 길을 묻습니다.

“청수바다에 가면 동굴이 나옵니다. 그 동굴에는 여의주가 세 개씩이나 있으면서도 승천하지 못하는 이무기가 살고 있습니다. 그 이무기에게 부탁하면 원천강 가는 길을 일러줄 겁니다. 원천강에 가시거든 제가 윗부분에만 꽃이 피고 다른 곳은 꽃을 피울 수 없는 이유를 알아봐 주세요.”

오늘이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무기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무기는 오늘이를 등에 태우고 청수 앞바다를 건너 원천강 인근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왜 하늘로 오르지 못하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원천강 인근에서 오늘이는 매일이를 만났습니다. 매일이는 하늘에서 벌을 받고 쫓겨난 선녀입니다. 장상도령처럼 매일 책 읽는 벌을 받고 있었습니다.

매일이는 오늘이를 원천강 문 앞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오늘이님, 원천강에 가시거든 제가 언제까지 글을 읽어야 하는지 알아봐 주세요”

원천강의 문지기가 오늘이를 원천강으로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늘이 부모님은 오늘이가 찾아온 것을 알고 오늘이와 감격의 상봉을 합니다.

원천강에서 부모님과 만난 오늘이는 사흘을 그 곳에서 보냅니다. 그러나 오늘이는 두고 온 백씨부인과 또 원천강을 찾는데 도움을 준 이들을 위해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원천강을 떠나는 날 오늘이 부모님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문을 열어 오늘이에게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오늘이가 부탁받은 일들에 대해 답을 알려줍니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이는 먼저 매일이를 만났습니다.

“매일이님은 매일이님처럼 매일 글을 읽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야 합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이래서 매일이는 오늘이를 따라 나섭니다.

이무기를 만난 오늘이는 욕심을 버리라고 일러줍니다.

“여의주는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욕심을 버리면 하늘로 승천할 수 있습니다.”

이무기는 여의주 두 개를 오늘이에게 줍니다. 그리고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오늘이와 매일이는 연화못의 연꽃나무를 찾아갔습니다.

“연꽃나무님, 윗가지의 꽃을 제일 처음 본 사람에게 주면 가지마다 꽃이 맺힌답니다.”

연꽃나무는 오늘이에게 윗가지의 꽃을 주자 가지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맺혔습니다.

오늘이와 매일이는 장삼도령을 찾아갔습니다.

“도련님은 하늘나라의 관리였으나 죄를 짓고 이곳에서 글을 읽는 벌을 받고 계십니다. 그러나 도련님과 같은 벌을 받고 있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면 그 벌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장삼도령과 매일이를 맺어준 오늘이는 백씨부인에게 돌아왔습니다.

백씨부인은 죽은 줄 알았던 오늘이가 돌아오자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오늘이는 백씨부인을 모시며 행복하게 살다가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사계절을 주관하는 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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