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여행자가 선택한 한국 최고 인기 미술관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뛰고 눕고 큰소리로 깔깔
한국 사람들에게 뮤지엄(박물관)은 고리타분한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이유는 사진 찍지 마세요, 떠들지 마세요, 만지지 마세요 같은 경고문구가 정나미 떨어지게 만들고 이해가 부족한 유물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하기 때문이다.미술관 역시 박물관과 진배없다.
그런데 이런 통념을 깨고 마음대로 떠들고 사진 찍고, 만져볼수 있는 이색 미술관이 홍대 앞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름하여 ‘트릭아이(Trickeye) 뮤지엄(대표 姜炯求, 사진)’이 바로 그곳.트릭아이는 ‘눈속임 그림’이라는 뜻이다. 미술사의 장르로는 ‘트롱프뢰유(Trompe-l’œil)’에 속한다. ‘트롱프뢰유’는 2차원적인 평면을 3차원의 공간으로 혼돈하게 만드는 미술 제작 기법이다. 사실적이고 정교한 표현을 통해 그림과 실제를 헛갈리게 하는 비법이며 이를 착시라고 불린다.‘트릭아이(Trickeye)’는 ‘트롱프뢰유’의 영어식 표현 ‘Trick of the eye’의 줄인 말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4거리에서 홍대 쪽으로 100여m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50여m를 들어가면 서교플라자(서교호텔과는 상관없음) 건물을 만나는데 ‘트릭아이’는 이 건물 지하에 들어서 있다.
◈ 마음대로 사진 찍어도 돼요
일반적으로 미술관이라면 건물은 물론 조경도 그럴싸한데 트릭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허름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식당에 밥먹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하여간 첫 인상은 그랬다.
생각과는 달리 트릭아이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생동감이 넘치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먼저 와 닿는다.
우선 이곳에서는 웃고 떠들며 마음대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여느 미술관처럼 ‘사진촬영 금지’ 안내문구가 없어 자유롭다. 이름난 명화나 영화의 장면들을 코믹하게 패러디한 미술작품과 살아 움직이는 듯 한 사람과 동물들을 대상으로 친구처럼 사진을 찍다보면 어느 사이 트릭아이에 빠져든다.
한 마디로 남녀노소 물문하고 싱글벙글 이다.
어느 순간 마돈나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괴물 입에서 탈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관람객이 거대한 거인으로 변하는가 하면, 가만히 서 있는데도 천장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선 안의 무중력 상태를 간접 경험하는 코너도 있다. 판다곰처럼 대나무를 타보기도 하고 천사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타볼 수도 있다.
모두가 착시를 이용한 미술작품들이다. 어린아이가 오줌을 누는 그림은 진짜 같아서 오줌 끝에 손을 대고 찍으면 마치 오줌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지폐를 싣고가던 트럭에서 돈이 날린다. 몇 장 집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이런 장면 앞에서 셔터를 누르지 않고 배길 수 있겠는가.
◈ 트립어드바이저가 2014 위너 으뜸시설로 선정
명화, 판타지, 어드벤처, 트래블, 사파리, 로맨틱, 거울미로 등 총 7개의 주제로 나뉜 전시실에서는 수시로 새로운 작품을 교체해 선보인다고 한다. 명화 한 점 걸려 있지 않은 트릭아이미술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최대여행 전문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가 2014 위너 으뜸시설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최고 영예인 으뜸시설 상을 두해 연속 수상하게 됐는데 이는 관광객의 리뷰와 의견을 바탕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트릭아이는 2010년 개관한 이래 2011년 1만6000명, 2012년 16만 명, 2013년 32만 명으로 외국인 관람객이 급증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태국이 5만3500명으로 가장 많이 찾고 있으며, 홍콩 4만500명, 중국 3만9500명, 대만 9700명, 싱가포르 5000명 순이다. 한 해 50만 명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이 미술관의 외국인 방문객은 2014년 들어 매주 1만 명씩, 5월말까지 21만9천명의 외국인 관람객이 미술관을 찾았다. 올 연 연말까지는 외국인 관람객만 50만 명을 상회할 전망이다.
◈ 태국에서 한국 관광 상품에는 트릭아이가 필수 코스
트립어드바이저는 3월말 기준 서울 소재 180개 박물관 미술관 중에서 방문자 평가 점수 랭킹을 발표했는데 트릭아이미술관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삼성미술관 리움, 4위 국립민속박물관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보단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릭아이는 태국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관광 상품에는 필수코스로 들어갈 만큼 인기 폭발.
이유는 한마디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3D의 생생함을 미술관 벽과 바닥에 설치된 모든 작품에서 마음껏 주인공도 돼 보고 체험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원근법을 활용해 시각적 3D효과를 극대화시킨 점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한 여름엔 아이스뮤지엄에서 피서를
7개관을 두러보느라 땀을 많이 흘리셨다고요.걱정 마세요 마지막 코스인 실물 크기의 얼음 조각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아이스뮤지엄에 들어가면 된다. 이 관은 냉장고 안에 있는 것처럼 시원하다 못해 춥다. 일 년 내내 영하 4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동남아 관광객들한테 트릭아이가 인기가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이스뮤지엄인지도 모른다.
◈ 외국관광객 홍대 앞으로 몰리는 이유는
트릭아이 미술관은 부산과 제주에서도 분관을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국립박물관이나 일반 미술관 상설 전시장 입장료가 거의 무료인데 반해 트릭아이미술관은 비싼 편이다.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이다. 러브뮤지엄은 별도로 8,000원을 받는다. 그런데도 관람객이 몰리는 이유는 재미가 있어서다.
점잔을 빼던 어르신네도 시간이 지날수록 트릭에 빠져든다. 이 같은 착시 현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니까 오지 말래도 관람객이 몰린다.
트릭아이미술관은 한류미술관으로 입소문 나면서 홍대거리로 외국인 관광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한다. 미술관 주변 의류점과 액세서리점, 식당, 카페 등에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중국어와 태국어, 영어로 쓰인 간판과 안내원까지 등장했다.
◈ 1백여 전시품 순수 자체 제작품
미술관 내 전시된 1백여 점의 착시형 입체그림 작품은 국내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제작된 작업으로 철저한 조사, 연구, 기획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트릭아이미술관은 전문 학예사로 구성된 트릭아이팩토리를 운영하며 바로크시대 유행했던 트롱프뢰유 장르를 깊이 있게 연구해왔다. 더불어 옵아트, 스트리트아트와 같은 다양한 미술사조의 심층적 조사를 통해 장르의 결합을 꾀해왔으며 빛, 디지털미디어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과감히 시도해 왔다.
그 결과 트릭아이미술 관의 작품과 브랜드는 연간 외국인 방문객만 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대표적인 미술분야 한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테마 개발에도 주력하여, 아이스뮤지엄과 러브뮤지엄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기발한 주제를 다루는 박물관을 국내에 소개하는 등 박물관 미술관 분야의 퍼스트펭귄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 아이들은 가라…Love Museum
트릭아이 미술관은 지하 2층. 미술관에 입장하다보면 지하 1층에 러브뮤지엄 ‘19금’ 러브뮤지엄 입구에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상체 누드를 드러낸 채 청바지를 입고 있다.
러브뮤지엄은 사랑과 性을 주제로 꾸며진 다채로운 체험전시 공간이다. 체험형 관람을 통해 유쾌하고 통쾌하게 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곳.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입장이 제한된다.
러브뮤지엄은 총 6개의 테마 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조선시대 춘화부터 서양의 명화, 현대미술 작품및 조각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작품과 수준 높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연출로 재미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 트릭아이미술관 싱가포르점서도 돌풍
한류미술관이 싱가포르에서 개장 첫날부터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일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해외 첫 상설전시관을 선보인 트릭아이미술관은 개관 첫날부터 2천여 명의 유료 관람객이 입장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놀라운 것은 개관 보름이 넘도록 미술관 티켓 매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입장을 위해서는 수 백 미터나 되는 입장 대기 줄에서 5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지만 트릭아이미술관 관람을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어 미술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한편 공식오픈에 앞서 6월6일 가진 언론 프리뷰 행사에는 싱가포르 언론 포함, 주변국가 언론사까지 모두 100여개의 매체가 열띤 취재경쟁을 벌렸는데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온 모든 독창적인 미술품은 생생하고, 차원이 다른 퀼리티를 지니고 있다.”고 표현 했다.
오는 10월에는 홍콩 최대 관광명소인 빅토리아파크에 항룽그룹과 손잡고 홍콩 점과 12월 세계 최대 골프장 기업인 미션힐즈와 합작으로 중국 심천과 해구에 잇따라 분관을 열 예정이다.
2015년에는 중국 태국 등 6곳에 순차적으로 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홍대 앞 뒷골목에서 시작한 트릭아이 한류미술관 열풍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원하 기자
☞ 트릭아이미술관 관람안내
▴관람시간:AM 9:00~PM 9:00▴요금:성인15,000원 청소년 12,000원▴주소:서울시 마포구 홍익로 3길 20 트릭아이미술관▴관람문의:(02) 3144-6300
☞ Tip:트릭아이에서 사진을 찌고 나서는 꺼꾸로 봐야 재미난 사진을 볼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눈 여겨보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