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주류산업 관련 제도 및 성공사례의 시사점
조성기(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경제학 박사)
일본의 청주, 중국의 소흥주,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포도주는 지역의 전통주를 세계적 명품이자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킨 사례다. 이들 세계적 명주의 발전 경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표 1>의 특징을 중심으로 우리의 전통주 산업 육성과 세계화를 위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표 1. 외국 전통주산업 발전사례의 시사점
1. 저도․고급 주류의 선택 및 전략적 육성
사례조사를 한 일본 청주와 중국 소흥주는 쌀, 독일 맥주는 보리와 호프, 프랑스 포도주는 포도를 발효시킨 저도주일 뿐만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급 문화상품으로 세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 주류는 원료농산물의 생산, 가공 및 유통, 그리고 관광이나 요식업 등 관련 산업을 통한 경제적 효과 및 고용 효과가 다른 농산업부문에 비해 매우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돼 일찍부터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육성됐다.
주류산업은 그 자체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고용 효과가 크고 수입대체나 수출상품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밖에 원료농산물의 소비촉진과 계약재배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 도농(都農) 교류와 지역축제 등과 연계한 지역경제의 활성화, 그리고 전통 식문화의 계승발전과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에선 황주를 국가적 공식행사의 건배주로 선정하는가하면, 프랑스에선 포도주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세금을 부과해 산업적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 청주와 중국 소흥주, 프랑스 포도주 모두 국가 차원에서 수급과 품질을 엄격히 관리하고,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자단체를 육성해 홍보․판촉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실,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이나 유럽에선 모두 세금 징수를 제외한 주류산업의 지원 및 관리를 농식품부 계통 행정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전통주의 경우 이제까지 산업적 육성보다는 그저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의 임시방편적 규제완화에 그쳐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계적인 웰빙 추세에 맞춰 저도․고급주로서 전통주 산업의 육성이란 목표를 분명히 하고, 부처 간 역할을 분담하는 등 추진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규제완화와 연구개발, 품질관리 및 국내농업과 연계강화, 생산자단체에 의한 홍보 및 판매촉진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주류의 제조 및 유통 규제완화와 시장자율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주류 제조업과 판매업은 시설요건을 갖추면 허가하는 면허제도를 운영하는데 비해,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선 주류의 제조 및 판매업에 종사하려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관계당국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는 주류의 제조방법과 그 변경내역도 일일이 허가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특히, 주정을 비롯한 맥주나 희석식소주의 경우 면허 취득에 필요한 시설요건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규모가 영세한 업체의 진입을 저해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면허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의 경우, 시설을 규제하는 대신 최저 생산량을 제한하는 등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자율적인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면허의 경우 주종별로 최저생산량 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나 ①청주제조면허를 취득한 자가 같은 사업장에서 단식증류주 또는 미림을 제조하거나 ②과실주 또는 감미과실주 제조면허를 받은 자가 브랜디를 제조하는 경우 ③동일한 제조장에서 청주 또는 합성청주를 제조하고자 하는 경우 중 제조면허를 취득한 후 1년 간 제조 예상 수량의 합계가 60㎘ 이상일 때 ④구조개혁특구 내에서 특정농업인이 농촌민박 등에 필요한 탁주를 제조․판매할 경우 등에는 최저생산량 기준의 적용을 예외로 하고 있다. 특히, 판매면허 발급 시에도 시설기준을 요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①주류제조장에서 판매를 할 경우 판매면허 면제 ②제조자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슈퍼마켓이나 소매상과 직거래 및 도매상과 도매상 간 거래 허용 ③시설이 없는 업체나 판매회사가 타사 제품을 판매하는 OEM 방식의 생산 허용 ④인터넷을 포함한 통신판매 등도 허용하고 있다.
국내 주류산업 정책과 제도가 그동안 규제정비와 개선을 통해 주류산업 발전을 지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외국의 주류산업 육성정책과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 및 판매 면허 발급 시 시설의 종류별 규모를 지정해 영세업체의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 상대방과의 거래방법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질서에 의한 산업의 활성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제조 및 판매 면허는 물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제조 및 판매 면허 시 시설규모를 하향조정하거나 최저생산량 기준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양조용 시설 및 장비의 공동 이용과 OEM 생산방식 허용, 거래 상대방 제한 완화 그리고 인터넷 판매의 전면 허용 등이 필요하다.
3. 지역 특산원료와 제조방법의 적용
술은 색과 향, 맛이 그 품질을 결정하는데 이는 특정지역의 자연조건에서 생산된 원료농산물과 물, 그리고 그 지역에 전해오는 제조방법에 영향을 받게 된다. 여기서 지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일본 청주나 중국 소흥주, 프랑스 포도주 등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주류의 경우 대부분 지역의 원료와 제조방법을 적용한 지역특산주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일본 청주의 경우 원료와 제조방법이 정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원산지명칭을 관리하는 전통 청주의 경우 그 지역의 쌀과 물을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중국 소흥주도 찹쌀과 함께 감호수의 물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고, 프랑스 포도주는 지역별로 토질과 떼루아에 따라 재배하는 포도 품종과 이를 원료로 만들 수 있는 포도주의 종류가 정해져 있다. 이 같이 지역별로 각기 다른 원부재료나 제조방법의 차이가 상품의 특성을 규정할 때, 그 특성을 보호하기 위해 WTO는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에 의해 지리적명칭표시보호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도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청주 제조에 적합한 야마다니시키(山田錦), 고쿠만세키(五百萬石) 등 50여 종의 양조용 쌀을 개발했는데, 특정명칭주업체의 경우 대부분 야마다니시키와 고쿠만세키 등의 양조용 쌀을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양조용 벼는 쌀알이 굵고 심백(心白)이라고 하는 백색의 투명한 부분이 쌀알 중심부에 있는데, 이 부분이 주질(酒質)을 좋게 하기 때문에 특정명칭주 중에도 도정 비율을 다르게 한다. 본양조주는 70% 이하, 금양주는 60% 이하, 대금양주는 50% 이하로 도정한 쌀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사계절이 뚜렷해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동안 식품위생법에 의해 사용 가능한 원료를 제한하고, 주세법에 주류의 규격과 제조방법을 지나치게 규제 위주로 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류의 종류를 한정해 왔다. 최근 다양한 농산물을 이용한 여러 가지 술이 출시되고 있으나 양조용에 적합한 원료농산물의 개발과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그리고 사용한 원료의 종류를 제품에 표시해 유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밖에 주세 부과를 위한 주류의 종류와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한 주류상품의 품목을 분리해 주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때 대부분의 탁주 및 약주업체는 특별한 지원대상인 민속주와 농민주의 개념에서 제외되고 있어서 이를 정책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4. 표시제도와 엄격한 품질관리시스템의 운영
일본 청주와 중국 소흥주, 프랑스 포도주는 일반적으로 주세 부과 기준이 되는 주종별 규격 외에 실제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품질기준을 마련하고, 생산자단체나 협회를 중심으로 이를 상품에 표시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즉, 원료와 제조방법은 물론 특정지역의 우수상품이라는 사실을 인증하는 지리적표시와 원산지표시, 그리고 최근에는 유기농표시까지 상품의 품질이나 특성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표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청주의 제조법 품질표시기준’(1989)에 의해 특정명칭주의 종류별 원료 종류와 쌀 도정율, 누룩쌀 사용비율, 기타 향미요건 등을 설정하고 있으며, 지역명 또는 역사적 명칭과 원료, 첨가제, 지역 내 양조 및 저장 등 원산지호칭일본주 및 전통원산지호칭일본주 인증기준과 관리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주류상품에는 제조업자 성명이나 명칭, 제조장 소재지, 용기용량, 주류품목, 알코올분, 세율적용구분 등의 의무표시 사항이 있으며, 이밖에 ‘지리적표시에 관한 표시기준’(1994), ‘유기농표시기준’(2000)으로 주류에 대한 유기농표시 등을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국가표준 ‘지리표지산품 소흥주(소흥황주)’에 의해 소흥주의 정의, 품목 분류, 기술적 요구사항, 테스트 방법, 검사 규칙 및 표지, 포장, 운송, 저장과 관련한 사항을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흥주 제조에 이용되는 찹쌀, 밀, 감호수도 각각 국가표준 ‘쌀’, ‘밀’, ‘생활음용수위생표준’에 부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 소흥주 제조에 이용하는 누룩은 소흥지역에서 생산되는 누룩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지리적통제명칭(AOC)제도를 통해 양조용 포도 품질의 차별적 요소들을 제도화하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선택적 가치를 인정받는데 성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세법에 의해 주류 규격을 설정하고, 동법 시행규칙으로 제조자의 명칭과 제조장의 위치, 주류의 종류, 규격, 용량, 용기주입연월, 원료용 주류 및 첨가물료의 명칭과 함량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농산물품질관리법’과 ‘상표법’ 등에 근거해 원산지표시와 지리적표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지역특산주류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품질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다. 따라서 실제 표시제도에 의한 차별적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주류의 품질등급이나 지리적명칭 등에 대한 표시는 제도 정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지자체나 협회의 자발적 참여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일단 자율적으로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연구개발 및 교육훈련, 클러스터형 네트워크 구축
주류산업 분야도 개방화의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산업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하기 위해선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상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정비를 비롯해 양조에 적합한 원료의 생산에서부터 발효와 숙성 등 양조기술과 저장, 포장, 디자인, 마케팅 등에 대한 연구개발과 교육훈련, 그리고 산업 전체의 관련 분야 상호 간 연계와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주류종합연구소는 양조에 적합한 원료의 품종과 쌀누룩 개발, 청주 효모의 특성을 규명해 우수한 성질의 효모 육종, 술의 생리기능 검토와 동물실험을 통한 주류의 안전성 확보, 주류의 품질평가법 체계화, 주류제조업의 개량 및 신제품개발, 미생물을 활용한 폐수처리와 환경보전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또 매년 신주(新酒) 품평회를 개최해 새로운 상품의 개발과 주질 향상을 선도하고 있으며, 일본주서비스연구회(Sake Service Institute)를 통해 다양한 전통주 발굴 및 해외시장 개척 등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고 있다. 독일은 일찍이 주류분야를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대학 및 공공기관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 및 인력양성 체제를 구축해 오늘날 주류분야의 발전을 이룩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주류연구 및 전문가 육성을 소홀히 해 현재 국내에는 주류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공대와 뮌헨공대가 경쟁과 협력을 바탕으로 맥주 관련 연구와 인력양성을 통해 맥주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대부분의 전통주는 지역특화산업으로 특정지역에 관련 산업이 집적돼 있는 만큼 이들 전후방 관련 산업 상호간의 연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프랑스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및 인력개발은 물론 포도 및 포도주 주산지를 중심으로 생산자단체, 사업자조직, 대학, 연구소, 직업학교, 기술 관련 기관들 간의 클러스터형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전통주 산업의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주류관련 교육기관 구축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인력양성시스템을 마련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고품질의 주류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국가는 주류 관련 전문기관이나 대학의 전문가들을 통해 양조 관련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주류 관련 정보 및 기술교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6. 사업자 단체의 조직과 자율적 참여
주류가 갖고 있는 산업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음주는 건강을 해치고 교통사고나 청소년 음주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도 정부가 나서서 직접적으로 주류산업을 지원, 육성하지 않고 대부분 생산자단체나 사업자협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품질을 관리하고 홍보 및 판촉, 해외시장 개척, 정보수집 및 제공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 포도주산업의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는 농업, 세무, 보건으로 구성된 정부 행정조직과 포도생산 농가, 포도주 생산자 및 산지유통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민간의 ‘사업자연합조직(Organisation Interprofessionnelle)’이다. 사업자연합조직의 역할은 해당지역 내 지리적통제명칭(AOC)급 포도주에 대해 생산자조합(Syndicat)의 활동, 각 AOC의 품질규정 실천, 생산량, 운송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일부 지역의 경우 직접적인 감독을 시행한다. 사업자연합조직은 지역 행정당국과의 협조를 통해 포도주 생산자 및 양조사업자들에 대한 정책지원, 신규제도 및 규정의 적용, 사업자들의 요구사항들을 협력적으로 운영해 나간다. 독일의 독일맥주협회, 중국의 황주협회(黃酒協會)도 프랑스의 사업자연합조직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주를 포함한 주류업체의 조직 가입률이 매우 낮고, 마땅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 사례에서 보듯 중앙정부 차원의 전통주 산업 육성과 함께 품목별 생산자단체나 협회 등 민간차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막걸리협회나 약주협회, 과실주협회 등과 같이 이해관계가 비슷한 품목별 사업자단체를 조직하고, 이들 단체에게 품질관리나 홍보 등 일부 정부 기능을 협회 등에서 대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7. 역사, 문화를 결합한 상품개발과 문화마케팅
중국 소흥주는 황주의 일종으로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전설과 사연을 담고 있다. 프랑스 포도주나 독일 맥주도 이에 못지않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일본 청주도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쌀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식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이들 전통주는 단순히 주류의 생산과 유통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역의 경관 등과 결합한 고부가가치 종합문화상품으로 개발하고, 축제나 박람회 등을 통해 문화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의 포도주산업은 전통요리와 함께 발전해왔고 포도경작지의 경관과 포도주 체험에 기반을 둔 지역문화 및 관광산업과 연계해 전통주 생산지역의 경관, 문화, 역사 등과 결합된 종합적인 산업으로 성장했다. 매년 9월 개최되는 독일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는 관광마케팅(tourism marketing)이라는 지역활성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소흥주도 박물관과 소흥황주성을 건설해 생산지역의 역사와 문화, 인물을 결합하는 홍보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 청주뿐만 아니라 맥주, 브랜디, 포도주 등 주류산업을 육성하면서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에 입각해, 지역의 원료와 제조방법을 기초로 다양한 지역특산주를 개발해 차별적으로 유통함으로써 지역 농업의 발전과 농가소득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향토음식과 슬로푸드, 농촌체험관광, 지역축제 등을 연계함으로써 도농 교류를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서 지역특산주가 각광받고 있다. 또 프랑스 포도주 소믈리에 같은 일본 청주 기키사케시 제도를 도입해 일본 청주를 소비자들에게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활력사업이나 향토산업, 지역농업클러스터, 지역특구지정 등 지역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영동 포도, 고창 복분자, 문경 오미자처럼 지역산(産)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는 지역특산주를 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역산업 활성화를 위한 이 같은 노력은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종합마케팅에 토대를 두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지역특구도 실제 산업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한다는 점에선 실효성이 부족한 만큼 특구에서 주류의 제조 및 판매 관련 규제를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정부가 지정한 농어촌체험마을이나 관광농원 등에서 자가 주류를 제조한 자가 방문객들에게 제조 및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의 관광문화상품; 와인루트
가. 개요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투스카니(Tuscany)는 오래 전부터 전 세계적인 포도주 생산지이자 관광지로 유명하다. 지역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포도밭 등의 어메니티(amenity)를 상품화해 지역의 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지역의 온화한 기후와 넓은 평원, 그리고 역사적 문화재 등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포도밭을 중심으로 한 와인루트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와인루트는 와이너리와 포도밭 경관을 관람 및 체험하는 탐방코스로, 현재 투스카니엔 14개의 코스가 와인루트로 개발돼 있다. 각 탐방코스는 관광객들이 포도재배 농민이나 포도주 생산자들을 직접 만나거나 지역 내 포도주 시음과 상점 및 음식점, 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나. 활용 특성
와인루트가 개발되기 전 이 지역의 와이너리에선 도매 형태의 판매가 주를 이뤘고,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포도주 시음이나 판매, 그리고 지역에서 생산된 각종 채소나 과일류 등을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1996년 ‘투스카니지역법’ 제정으로 와이너리, 지자체, 포도주 제조기술자, 포도재배농가, 양봉업자, 음식점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위원회에서 와인루트를 고안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또 이 법에 따라 와인루트에 속한 농가들은 고품질의 포도주를 생산하도록 법으로 규제했다.
와인루트를 조성한 후 지역의 공동테마를 상징하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직판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지역 와이너리에서는 관광이벤트와 결합해 관광객들에게 숙박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 특성이 관광객들의 입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관광객은 증가했고, 직판과 관광 매출수입 또한 크게 늘어났다.
와인루트에 속한 와이너리들은 숙박시설이나 주차장, 놀이터 등 방문객을 위한 시설 꾸미기에 더욱 관심 갖게 되고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포도주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제품 판매도 도매 이외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직판이 늘어남에 따라 판로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됨으로써 인지도의 상승을 가져올 수 있었다.
다. 성장배경
투스카니는 건조하고 온화한 기후 때문에 오래 전부터 포도재배에 적합한 지역이며, 지역 생산 포도주와 함께 지역의 풍부한 어메니티 자원을 활용해 인지도와 이미지를 동시에 향상시킨 사례다.
와이너리, 오일 생산업자, 와인바 및 판매점, 음식점, 숙박업소, 공원 등의 지역 관련 주체들 중심의 와인루트 컨소시엄이 구성돼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리부터 행사와 홍보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와인루트 성공에 기여했다. 이들은 일관되고 통일된 어메니티의 창출을 위해 어메니티 규제와 관리에 철저하게 협력했다. 이 같은 협조 속에 인지도 높은 어메니티를 창출하고, 경제성 있는 제품 생산이 가능할 수 있었다. 또 통일된 어메니티를 지닐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행동규범을 마련하고, 어메니티 활용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한 것이 투스카니 와인루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자료출처․한국지방행정연구원, 어메니티를 활용한 지역발전 방안, 2007 재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