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 162
막걸리, 국가무형문화재 등재 이후가 더 중요하다
2021년 6월 15일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44호로 등재 되었다. 처음 막걸리의 국가무형문화재 등재 추진은 농담과 같은 일이었다. 막걸리 붐이 불던 2010년 막걸리의 지속적인 발전 및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막걸리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했다. 당시에는 등록의 목표와 함께 막걸리 홍보를 위해 추진을 한 면도 있었다. 실제 지정을 받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막걸리에 대한 꾸준한 인식변화와 함께 막걸리 문화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 증대로 무형문화재 등록이 가능했다. 오랜 기간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이다.
‘막걸리 빚기’의 국가무형문화재 등재에 큰 이유는 과거의 문화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막걸리는 마을 공동체의 생업, 의례, 경조사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였다. 오늘날에도 막걸리는 신주(神酒)로서 건축물의 준공식, 자동차 고사, 개업식 등 여러 행사에 제물로 올릴 정도로 관련 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 었다.
이제 ‘막걸리 빚기’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등재 목표였던 막걸리의 소비 활성화 및 전통주 문화의 기반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0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서에 따르면 막걸리의 주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5% 정도로 점유율이 조금씩 감소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전통주 안에서의 고급 막걸리 형태는 출고량과 함께 출고금액 모두 크게 증가를 했다. 이것은 막걸리의 고급화가 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인지도에서도 막걸리에 대한 관심은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전체적인 인지도 및 주류 판매량은 주류 시장 전체에서 낮다. 등재에 따른 막걸리의 홍보를 통해 지금보다 막걸리의 소비 및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을 증가시켜야 할 때이다.
다음으로 세계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은 128개국 492건(2020년 등재 기준)이다. 한국은 2013년 종묘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최근 씨름까지 20건이 등재되어 있다. 술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조지아의 전통 크베브리 와인 양조법과 벨기에의 맥주 문화 2개만이 등재되어 있다. 막걸리도 ‘막걸리 빚기’의 무형문화재 등재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세계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맞는 행정적 준비와 등재 논리 마련을 위한 세미나 및 체계적인 계획들이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세계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에는 경쟁을 해야 하는 상대로 생겼다. 바로 일본의 사케와 일본식 전통 소주(쇼츄, 焼酎)이다. 일본은 올해 1월 신성장전략으로 사케와 일본식 소주(쇼츄, 焼酎)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2013년부터 관광과 관련된 하나의 정부 부처가 아닌 여러 정부 부처가 모여 사케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특히, 전통 술 견학 및 체험, 관광상품화를 바탕으로 사케 소비 촉진과 수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러한 성과를 올렸다. 막걸리와 사케의 등재 경쟁은 불필요한 부분일수도 있지만 선의의 경쟁도 가능하기에 비슷한 시기에 등재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지금 ‘막걸리 빚기’ 무형문화재에 등재되었다고 당장 막걸리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세계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막걸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마시는 문화는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씩 변해 갈 것이고 막걸리의 문화적 가치도 상승할 것이다. 다시 긴 호흡으로 막걸리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시금 해야 할 때이다.
이대형 박사의 우리술 바로보기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