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量은 度量이다

김원하의 醉中眞談

酒量은 度量이다

처음 만난 이에게 ‘삶과술’ 발행인 명함을 건네면 반응이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피식 웃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관심 없어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술 신문은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기야 삶과술이 발행 된지 채 20년이 안되었으니 세상에 많이 안 알려진 것 또한 사실이다.

피식 웃는 이에게 물어본다. 이런 사람들은 십중팔구 주당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술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신문을 처음 만나 반가워서 일수도 있다. “술 좀 하세요?”

“예 조금요” 그러면 재차 주량을 물어본다. 답은 “소주 한 병 정도 합니다.”

그 동안의 경험치로 봐서 소주 한 병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술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술이란 입에 대기 시작하면 술술 넘어가기 바쁘지 지금 몇 병째냐고 술병 세며 마시는 사람이 있던가.

이런 사람들과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두주불사(斗酒不辭)형이라도 처음부터 “나 술 잘 마신다”는 사람은 없다.

어느 방송에서 토크쇼에서 진행자가 출연한 여 배우에게 물었다. “주량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답은 “소주 반병입니다.” 믿어도 될까?

사전적 의미로 ‘주량(酒量)’은 마시고 견딜 정도의 술의 분량이다. 어떤 사람은 소주 한잔만 마셔도 취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주량은 소주 한잔이다.

주량을 물어보는 자체가 난센스 일수도 있다. 술을 마시느냐 못 마시느냐로 구분지어지는 것이 마땅하지 얼마나 마시느냐는 별 의미가 없다. 주석에 참가한 멤버들, 그리고 분위기, 안주나 주종에 따라 주량은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볕이 뜨거운 한 여름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들의 말말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상대방을 공격하다보니 자신의 치부도 들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당의 이재명 후보와 야당의 윤석열 후보 간의 술의 전쟁이랄 수 있다.

이재명 캠프의 박진영 대변인은 지난 8월 1일 “윤석열은 코로나 위기에 역행하는 음주 파티를 중단하라!”며 “대권 후보의 활동이 술자리를 전전하는 것이란 말입니까? 과연 코로나 방역에 적절한 행동인가요?”라고 물었다.

박 대변인의 발언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술꾼으로 살라니요? 윤석열 후보가 음주운전이라도 했습니까?”라며 이 지사의 음주운전 전력을 거론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사는 2004년 벌금 150만원을 낸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스스로 “변명의 여지없는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이재명 후보 쪽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술꾼”이라고 비난한 일이 이 지사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 지사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을 감싼 캠프 대변인은 사퇴했고 음주운전이 재범 아니냐는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마당이다.

공자도 말하기를 술 마시고 취하지 않았을 때와 같이 행동하기 어렵다 하였으며, 시경에도 술 마시는 法度를 얘기하고 있다.

명심보감 언어 편에 이런 말이 있다. 주봉지기천종소 화불투기일구다(酒逢知己千鍾少 話不投機一句多). 즉, 술은 나를 잘 아는 친구를 만나면 천 잔도 적고, 말은 뜻이 맞지 않으면 한 마디도 많으니라.

술은 참으로 쓰임세가 많은 물질이다. 술이란 윤활유와 같아서 인간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흔히 술을 가리켜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 평한다. 백가지 약 중에 으뜸이라니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있겠는가. 이는 술이 갖고 있는 순 기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술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도 하다. 과음하여 술자리에서 싸움질하다가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고 부모에게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는 음주운전은 근절되어야 할 사항으로 아무리 도량이 넓어도 너그럽게 봐주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 말처럼 ‘가장 적은 것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고 했듯이 적게 마시고도 흥에 취할 수 있는 주당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게 술의 도량이 아니겠는가.

<삶과술>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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