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양조용 균이 필요하다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 보기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든 균주는 거의 없어
대중적으로 사용할 균 아직 찾아내지 못해
연구기관이나 대기업서 균주개발에 나서야
최근 모 신문에 막걸리를 만드는 균이 일본에서 넘어 왔고, 그로 인해 막걸리를 마시면 균주에 대한 로열티를 일본에 내야 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막걸리에 사용하는 종국(種麴)을 만드는 업체가 2곳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막걸리를 만드는 균주에 대한 로열티를 일본에 주진 않는다.
사실, 막걸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균주가 일본에서 넘어왔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현재 종국으로는 아스파질러스 가와치(Aspergillus kawachii)라는 균주를 사용한다. 막걸리에 사용하는 이 균과 제조방법으로 인해 막걸리의 정체성은 항상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개발한 균을 이용해서 막걸리를 만든다면 이러한 정체성 논란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막걸리나 약주 또는 과실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대부분의 균(효모, 누룩, 종국 등)은 우리나라에서 분리되거나 만들어진 균주가 거의 없다. 효모의 경우 대부분의 공장에선 수입산 건조 효모를 사용하고, 종국의 경우 앞에서 거론한 것처럼 일본에서 넘어온 균을 사용한다.
일본의 경우 청주 제조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효모는 일본양조협회(www.jozo.or.jp)에서 판매하는 것이 20종류 이상이며, 이 효모를 바이알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또 일본주류총합연구소(www.nrib.go.jp)에선 오랜 기간 체계적인 균주 연구를 통해 특징적인 균주를 선택하고, 이러한 균주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술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효모가 수입산이고, 이러한 균주의 특성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알코올을 많이 생산하는 효모가 좋은 것으로 말하는 예가 흔히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제조방법은 일본과 확연한 차이가 있고 효모의 역할이 청주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만의 효모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현재 누룩 제조법은 공기 중의 균주들이 자연 접종되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좋은 균을 접종시키는 방식 두 가지다. 이미 기업화 된 큰 전통주 업체들은 인위적인 균을 배양해서 사용하고 있다.
누룩으로부터 좋은 균을 찾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균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단일 균을 쓰는 것에 대한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러한 균주들이 있어야 대량의 균일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균이 없다고 해서 술을 만드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만의 술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균을 가진 상태에서 다른 균을 사용하는 것과 우리의 균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수입된 균을 사용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균을 분리, 선발해서 현재 나와 있는 균들보다 좋은 균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최근에 ‘포천시-포천막걸리사업협동조합-대진대학교’는 균주 개발에 대한 삼자협약을 맺었다. 포천지역의 막걸리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균을 학교에서 개발하기 위한 협약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대학교나 연구기관에서 막걸리업체들이 사용할 균주를 개발한다면, 막걸리업체들은 자신들의 술에 특징을 부여할 수 있고 자신들만의 균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 전통주 시장에 들어오면서 자신들의 연구기반을 이용해 특성화된 균주를 개발하고, 이러한 균주를 업체들과 공유한다면 대기업이 전통주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대의 문턱도 낮아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연구기관이나 업체들은 균주 개발에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