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알고 마십니까

맥주 알고 마십니까

 

맥주가 당기는 계절이다… 맥주 완전정복

 

 


맥주가 당기는 계절이다. 갈증 날 때 시원한 맥주 한 잔 쭈~욱 들이키면 갈증은 금방 해소된다. 1960~70년대만 해도 맥주는 고급주에 속했다. 때문에 서민들이 마시기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맥주는 대중주로 누구라도 부담 없이 마시는 술이 됐다.
식품업계의 권위자인 유태종 박사는 그의 저서 <술, 악마의 유혹인가 성자의 눈물인가>에서 맥주의 기원, 유래 등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의 저서에서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발췌한다.

 

유 박사의 저서에 따르면 맥주는 기원전 6000년경 북메소포타미아에서 농경생활이 시작되고, 보리나 밀 등을 재배해 식품으로 이용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엔 곡식을 그대로 분쇄하고 물을 섞어서 데운 죽 비슷한 모양으로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장 중이던 곡식이 습기를 빨아들여 발아하고 엿기름 모양으로 되는 것을 쓰게 됐는데, 그것이 껍질 제거가 쉬워 먹기 좋고 소화가 잘 되는 것도 알게 됐다. 또 이 엿기름을 방치해 두면 단맛이 늘고 자연발효를 일으켜 거품이 나며, 마시면 취하는 액체가 되는 것을 알게 됐다. 엿기름 술, 맥주의 탄생이 이것이다. 그 후 기원전 3000년경 내지 2000년경 슈메르인이나 이집트인 사이에 원시적이면서 독특한 맥주 제조가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의 제법은 곡식을 발아시킨 맥아를 만들고 건조시켜 이 맥아를 분쇄한다. 여기에 물을 섞고 잘 개어서 잠시 놓아두면 그것이 부풀어 올라 굳게 되며, 일종의 빵(beer bread)이 만들어진다. 이어서 필요한 때에 이 빵을 부순 다음 물을 섞어 가열하면 죽이 된다. 이것을 식힌 후 걸러 그 액체를 자연 발효시켜 만들어진 젊은 맥주를 항아리에 넣고 밀봉한 다음 서늘한 곳에 저장하는 방법을 썼다. 발효를 빨리, 확실하게 시키기 위해 맥주를 짤 때 얻어지는 찌꺼기를 섞기도 했다. 맥아 빵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매우 특징적인데, 맥주가 ‘액체의 빵’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맥주의 원료는 보리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보리(六條大麥)가 아닌 맥주용 보리(二條大麥)를 사용한다. 이 보리에 싹을 틔운 맥아(엿기름)를 먼저 만든다. 맥아는 싹만 나온 것이 아니고 뿌리도 나온 보리 알갱이다. 맥아가 되면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많이 만들어진다. 이 맥아에 물을 섞어 따뜻하게 하면 알갱이 중의 전분이 당화돼 단맛을 갖게 된다. 이 단맛을 갖는 즙에 호프를 넣고 끓이면 호프에서 쓴맛이 우러나와 달큰하고 씁씁한 맛이 섞인 용액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냉장실의 탱크에 넣어 효모균을 첨가하면 발효가 진행되면서 거품이 생기고, 차차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일주일가량 지나면 거품이 쇠퇴해진다. 그러면 이것을 밀폐된 탱크로 옮겨 저온실에서 2~3개월 동안 천천히 발효시킨다. 발효되면서 생긴 탄산가스는 맥주에 녹아 들어간다. 그래서 맥주를 잔에 따르면 거품이 많이 난다.

옛날의 맥주에는 호프를 쓰지 않았다. 독일에선 8세기경부터 호프를 이용해 쓴 맥주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호프는 뽕나무과의 덩굴성 다년초인데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서 핀다. 맥주 양조에 쓰이는 것은 암꽃뿐이다. 이 암꽃도 미(未)수정된 것만 쓰는데, 그 이유는 수정이 되면 향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맥주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흔히 애음하는 대표적인 음료다. 알코올 함량이 4% 안팎으로 위스키나 소주 등과 비교하면 오히려 물에 가까운 술이지만, 탄산의 시원한 느낌과 호프의 쌉쌀한 맛은 매력이 아닐 수 없다.

 

5천년 전에도 비어홀이 있었다

 

보리를 원료로 하는 술은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슈메르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보리로 맥주를 만들려면 먼저 보리의 녹말을 당분으로 변화시켜야 하는데, 싹이 난 보리가 녹말을 맥아당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맥주 제조에 응용한 고대인의 슬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바빌로니아의 수도 바빌론에는 맥주홀이 줄지어 있었고 그곳에는 요염한 마담이 있었다고 한다. 5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어홀의 광경은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맥주에 관한 기록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이 기원전 2225년경에 펴낸 법전에도 남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폴레옹 군에 의해 이집트에서 발견된 유명한 ‘로제타’ 돌의 상형문자에도 남겨져 있다. 그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3000년경의 이집트에서도 맥주가 만들어져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맥주를 마시고 힘을 냈다고 한다. 그 당시의 맥주는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니라 소화나 이뇨의 약효를 기대하고 마신 흔적도 있다고 한다.

맥주에 들어 있는 비타민 B6은 신경 장애와 빈혈에 유효하다고 한다. 맥주는 수분의 함량이 많은데다 이뇨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신장에 돌이 생기는 신석중 환자에겐 더없는 치료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맥주 한 병에 150㎈의 열량이 있어 세끼 식사를 꼬박 하고 맥주를 많이 마시면 살 찔 것은 틀림없다. 맥주를 많이 마시는 독일 여성들에게 비만이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한다.

맥주는 위스키나 소주 같이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고 90%는 물이기 때문에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라면 비경제적인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이 쪄 고민하는 사람이나 당뇨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맥주를 사양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맥주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수한 다이어트 맥주라는 것이 개발되고 있다. 이것은 당뇨병 환자를 위한 것으로, 당이나 텍스트린 함량을 보통 맥주의 5분의 1가량으로 줄인 것이다. 또 칼로리가 보통 맥주의 절반도 안 되는 저칼로리 맥주도 있다.

 

맥주의 종류

 

맥주의 종류는 대개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① 생맥주(draught beer, draft beer)

발효가 끝나서 숙성된 맥주를 살균하지 않고 그대로 통이나 병에 담은 것으로, 신선한 맛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오래 저장하지 못한다.

② 라거맥주(lager beer)

라거는 창고나 저장을 뜻하는 말이다. 생맥주에 보전성을 주기 위해 병에 담고 저온 살균한 것인데, 흔히 맥주라면 이것을 말한다.

③ 흑맥주(black beer)

맥아의 발아를 중지시킬 때 화력을 강하게 해서 맥아를 그을리고, 이것을 원료로 발효시키면 색이 짙은 흑맥주가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그을리지 않고 캐러멜 색소로 착색하기도 한다. 원료 맥아의 수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주정 도수가 조금 높은 제품도 있어 알코올 도수 8% 가량의 흑맥주를 스타우트(staut)라고도 한다.

④ 포터(porter)

영국산 흑맥주의 일종으로 스타우트보다 조금 약해서 알코올 도수가 6% 가량이다. 런던 지역의 포터(짐꾼)들이 즐겨 마신 술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 세계인구 1인당 1년 간 맥주 소비량은 약 22ℓ로 나와 있다. 맥주 소비를 많이 하는 독일, 체코슬로바키아, 벨기에, 영국 등에선 연간 1인당 100ℓ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맥주 왕국으로 이름 높은 독일에선 하면발효(下面醱酵)의 라거 타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출용을 빼고는 보리와 호프 이외의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1516년 당시의 바이에른 왕이 제정한 ‘맥주 순수령’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바이에른 지방에서는 1인당 1년 소비량이 270~280ℓ에 이른다고 한다. 영국에는 상면발효 맥주가 많다. 이것은 발효시킬 때 냉장실에서 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은데, 전통을 존중하는 그들의 고집 때문에 그 방식을 선택한다고 한다. 세계 제일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미국 맥주도 하면발효인 라거맥주다. 옥수수 등 부원료가 많이 쓰이는데 탄산가스가 많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맥주다. 비만 방지를 위해 칼로리가 낮은 이른바 라이트 비어라는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맥주는 숙성시킨 후 효모균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느냐에 따라 열처리 맥주, 비열처리 맥주, 생맥주로 구별한다.

① 열처리 맥주

숙성이 끝난 맥주를 병에 담고 60℃로 40분간 가열시켜 효모균을 사멸시킨다. 이렇게 하면 저장기간이 늘어나는데 반해 열에 의한 산화 반응이 일어나 본래의 신선한 맛은 상실된다.

② 생맥주

숙성 후 효모균이 살아 있는 채로 유통시키는 맥주로, 본래의 맛을 갖고 있다. 그러나 효모균이 살아 있어 저장기간이 길지 못하다.

③ 비열처리 맥주

숙성 후 가열하지 않고 효모균을 초정밀 세라믹 필터(MCF)로 걸러서 저장성을 향상시킨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맥주다.

 

병맥주의 유래

오래 전 영국에서 맥주는 큰 통에 넣어서 저장했지만 변질이 잘 됐다. 더운 계절이나 잘 씻지 않은 통에 넣었을 때는 금방 악취가 났다. 그래서 때로는 따르기 편하게 가죽 병에 넣는 일도 있었다. 맥주를 유리병에 넣어서 오래 두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에드워드 6세 때 알렉산더 노엘(1550~1602년)이라는 유명한 목사가 있었다. 정치적 여파로 메리여왕 때 추방되고 쫓기는 몸이 됐다. 어느 날 그가 낚시를 하고 있을 때 반대파들이 잡으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배를 타고 대륙으로 도망쳤다. 그는 너무 급하게 서두른 나머지 낚시 도구와 가죽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맥주 등을 풀밭에 버렸다. 몇 년 뒤 메리여왕이 죽자 노엘은 되돌아왔다. 버렸던 낚싯대를 찾으러 그곳을 찾았는데 낚싯대와 술이 고스란히 있었다. 너무 기뻐 마개를 여는 순간 굉장히 큰 소리가 났고, 한 모금 마셔보니 의외로 맛이 좋았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맥주는 썩지 않았다. 맥주는 보통 양조장에서 나온 뒤에도 통이나 병 속에서 발효가 진행된다. 병 안에서 만들어진 가스는 맥주 속에 녹아 들어간다. 병을 여는 순간 용해됐던 가스가 폭발적인 힘으로 맥주에서 솟아 나오게 된다.

그 후 노엘은 일부러 병에 맥주를 몇 달 동안 넣어두었다가 즐겨 마시곤 했다. 친구들에게 이 병맥주를 대접하자 모두들 좋은 맛과 시원함에 칭찬했다고 한다.

 

맥주, 맛있게 마시려면

① 맥주의 온도

맥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온도는 여름엔 6~8℃, 겨울엔 10~12℃, 봄가을엔 7~10℃다. 맥주가 미지근하면 거품이 너무 많고 쓴맛이 남는다. 지나치게 차면 거품이 잘 일지 않고 맛을 느끼기 어렵다. 한국에선 지나치게 차게 마시는 경향이 있다.

② 맥주를 잘 따르는 법

맥주는 거품이 잘 나게 따라야 한다. 컵의 20~30%가 맥주 거품이 돼야 제격이다. 맥주 거품을 맥주의 꽃이라고 하는데, 마시는 동안 탄산가스가 잘 도망가지 않게 하는 작용도 있고 맥주 고유의 풍미를 유지시켜주는 힘도 있기 때문이다. 컵에 처음에는 천천히, 그 다음에 세차게 따르다가 하얀 거품이 일기 시작하면 그 거품을 그대로 위로 밀어 올리듯 가만히 따른다. 맥주를 받는 사람이 잔을 옆으로 뉘어서 받는 것이 일반화 돼 있는데 이는 잘못된 에티켓이다. 옆으로 뉘이면 맥주를 많이 따를 순 있지만 거품은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③ 맥주는 목으로 마신다

맥주를 소주나 위스키처럼 홀짝홀짝 마시면 그 맛을 음미할 수 없다. 냉각시킨 유리잔에 거품이 잘 나게 따르고, 입술로 거품을 가볍게 누르며 단숨에 마시면 목을 통과하는 상쾌하고 짜릿한 맛이 느껴진다.

 

색다른 맥주 검사법

 

좋은 맥주인지 알기 위해 거품의 질이나 양 등을 조사하기도 하는데 독일 뮌헨 지방의 특별한 맥주 검사법 중에는 다음 같은 것이 있다.

1년에 한 번 새로운 맥주를 선보이기 전, 검사관들은 튼튼한 가죽바지를 입고 술집을 찾아간다. 양조장 주인이 내어 온 맥주를 통나무 탁자에 들이붓고 그 위에 걸터앉는다. 그 상태로 1시간 동안 300년 전부터 전해지는 맥주 검사가(歌)를 소리 높여 부른다. 그 뒤에 “하나, 둘, 셋” 하고 검사원들이 일어서는데, 좋은 맥주일수록 가죽바지가 나무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 맥주는 그 원료로 보리와 호프, 물만 사용하게 돼 있어 엑스분이 많아지자 이 방법도 하나의 검사법이 된 것이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로 검사원의 바지가 들어붙으면 양조장 주인이 벌을 받는다고 하니 재미있는 일이다. 그 이유는 맥주에 설탕을 섞어서 질이 떨어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가 최고

 

맥주는 공장에서 만들어져 병에 담는 순간부터 미세하지만 맛이 떨어진다. 맥주공장에 견학 가서 마셔본 맥주가 맛있다고 하는 것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맥주를 유통하는 과정에선 온도변화가 생기게 되고, 시간이 흘러 맛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마트에서 맥주를 구입할 땐 가급적 생산연월이 빠른 게 좋다.

이렇게 따져보면 수입맥주는 생산지에서 한국까지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온도변화도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지 맥주맛과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현지의 맥주맛을 모르고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수입맥주 맛이 그 맥주의 참맛인 양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애국심의 발로가 아니라 맥주는 가급적 자국 맥주를 마시는 것이 좋은 맛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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