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수요 회복에 부쳐

여행 수요 회복에 부쳐

임재철 칼럼니스트

쾌청한 하늘과 함께 가을의 깊이가 더해가고 있다. 강북강변 구리 쪽에 들어서니 가을 바람을 몰고 온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거린다. 덕분에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여유를 준다. 석양에 물든 다홍빛 하늘과 꽃밭의 색깔이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다.

거대한 대륙 중국에서도 이미 코스모스 소식을 전했다. 쓰촨(四川)성 간쯔(甘孜) 장족(藏族)자치주 리탕(理塘)현 얘기다. 이 도시 지역에서 차를 타고 국도 227선을 따라가다 보면 경마장에 이르는데 그곳에서 100m 더 가면 고원에 있는 만개한 격상화(格桑花, 코스모스) 꽃밭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장족어로 ‘격상’은 행복을 의미한다. 코스모스에는 장족 사람들의 행복과 길조를 바라는 아름다운 정서가 담겨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백신접종률이 점차 높아지면서 거의 2년이 다되어 여행사들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뉴스다. 트래블 버블 사이판을 비롯해 스위스와 프랑스, 스페인, 터키 등 유럽 국가로의 패키지여행도 속속 출발했거나 출발 예정이라고 한다.

유럽은 혜초여행이 스위스+프랑스로 지난달 중순 스타트를 끊었고, 이어 교원KRT의 스페인 일주 9일 상품이 스페인 여행 재개의 신호탄을 쐈으며, 혜초여행의 40일 완주 산티아고 순례길도 9월말 출발했다.

여행업계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주 패키지도 10월들어 점진적으로 재개되었고, 프랑스 완전일주 11일 상품과 아말피+시리아 트레킹 11일도 예약을 마감한 상태이며, 업계 관계자들은 국민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10월 말부터는 유럽 여행 수요 회복이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내국인 백신 접종률 상승은 물론 유럽 현지의 코로나19 상황과 백신 접종률도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여행사 관계자들은 특별여행주의보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덕분에 여행 일정을 진행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특히 10월 이후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지고, 특별여행주의보도 완화되면 예약 인원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가령 트래블 버블 목적지 사이판은 지난 추석 연휴 이후에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모두투어 등 여러 업체들이 사이판 상품의 출발을 계속해서 확정하고 있으며, 사이판 트래블 버블 여행 상품은 여행사들 사이에서 ‘항공 좌석이 없어 못 판다’고 할 만큼 뜨겁다고 한다.

한마디로2년여 가까이 막혔던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항공권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거세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안전하게 다녀온 해외 패키지여행의 사례가 쌓이면서 소비자들의 심리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은 사이판 여행 상품을 비롯해 현지 백신 접종률이 높고 가까운 괌, 비교적 출입국 제한이 완화된 유럽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지적이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유럽 패키지 여행시장은 지난 추석 연휴에 코로나19 이후 첫 단체 여행이 출발했다. 10월 이후 모객에도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해 항공사에 단체 좌석을 요청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여행사 대표는 패키지 여행 단체팀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내년초부터는 한층 좋아질 거라는 전망을 했다.

다만 싱가포르와 몰디브를 제외한 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 등 출입국 제한이 여전한 지역은 안갯속이다. 따라서 업계는 당분간 해외여행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해외여행이 많이 조심스럽다.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과는 다르다고는 하나 분명 자유롭지 않다. 때문이어서 인지 문득 와 닿았는 문구하나가 떠오른다. 즉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라는 말이다.

그만큼 필자도 여행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인거다. 요즘 어린 아이들이 안면인식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어른들도 서로 눈만 보고 감정을 알아채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이다. 마스크를 쓰고 보니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각적 정보가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한참을 대화하던 중, 상대방이 물이라도 마시게 되면 한없이 낯설어진다.

그렇다면 여행은 특히 우리가 많은 시간을 통해 하게 되는데, 어떠한 모습일까. 마스크를 쓰거나 벗고 마주하는 여행지의 모습이 그런 당황스럽고 좀 내색하기 힘들듯 하다. 즉 팬데믹에 대한 불안과 사투를 넘어 어떤 여행이 우리의 일상에 쉼표를 찍고 현실을 대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여행이 끝난 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보는 것이 곧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인 것이라고 하면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이전의 여행보다 더 적은 시각적 정보를 통해 대상과 삶을 마주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말하자면 마스크에 가려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고, 휘황찬란한 조명을 자랑하던 유명 관광지 거리가 일찍 불이 꺼지고 고요해진 도시에서 어떤 새로운 시각이 느껴질지 지금으로선 여백만 가득하다.

여행업계를 살펴보며 그 세상에 대해 꽤나 흥미로운 상상까지도 해 본 반면에 마음이 무거운 건 대선 정국이 그야말로 혼탁하다는 것이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지저분한 난장판이 될 것 같은 조짐이 벌써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해명과 이를 방어하기 위해 또 다른 역공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울화통이 터지기도 한다.

누구를 탓하랴. 이것이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자 실제 참모습인걸. 그러니까 지난 70여년 동안 갖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앞만 보고 줄기차게 달려온 결과물치고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 아직도 경제적 성취 이면에 여전히 갖은 편법과 탈법으로 한탕을 하려는 무리가 수두룩하다. 무늬만 선진국이지 한 풀 벗기고 들어가면 후진적 구태가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대로 된 나라로 가는 길이 이처럼 멀고도 험난한 여정인 셈이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이대로는 국가 미래가 없다고 변화를 갈망하지만, 무소불위의 집단적 이기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집단에 속하지 않은 개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할 정도로 살벌하다. 공감과 화합이라는 용어는 이미 실종됐다.

서구 사회는 커뮤니티 내의 정기적인 축제나 무도회 등을 통해 상호 이해와 존중, 건전한 시민 의식이 뿌리를 내리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지방 소도시에서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마쯔리(祭り)’라는 행사를 통해 전통을 고수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 간의 교감이 만들어진다.

대통령 선거가 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의혹이니 사주니 하며 싸움판이 되고 있는 추한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민망하기만 하다. 정말 나라의 미래와 국민을 위해 일할 지도자가 없는 걸까. 허공에 떠있는 공약(空約)만이 난무하고, 한마디로 여야공히 ‘내로남불’이다.

이 같은 안개 속 불안한 정국과 현실속에서 쿨하게 작별하듯 일반 국민들의 해외여행 심리가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 한동안 국내여행에 집중했던 여행객들이 해외여행을 맞이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 지난날들의 족쇄에 갇힌 세상에서의 떠남, 그 하나로 족하지 않을까. 아직도 막막한 지금 떠나는 여행객들의 디톡스여행이 되기를 소박하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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