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99번 째 이야기
합주(合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합주(合酒)’는 조선 초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류의 명주들이 등장하면서 “소주도 아니고 약주(청주)도 아닌, 중간 형태의 술”이 있었다고 한다. 소주도 아니고 약주(청주)도 아닌, 중간 형태의 이 술을 ‘합주(合酒)’라고 하였으며, 그 등장 배경에는 두 가지 설이 전해 온다.
‘합주(合酒)’의 유래와 관련한 속설 가운데 하나는, 소주의 유행에 따라 주독(酒毒)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 대안으로 소주도 아니고 약주(청주)도 아닌, 중간 형태의 술인 ‘합주(合酒)’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합주(合酒)’의 유래에 관한 속설의 두 번째는, 여름을 날 수 있는 농순(濃醇)한 술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또는 청주류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하여 숙성시킨 술에 소주를 섞어서 다시 숙성시키는 방법의 ‘과하주’와 ‘송순주’ 등이 ‘합주(合酒)’에 해당한다는 설이다.
그런데, ‘과하주’나 ‘송순주’ 등을 혼양주류(混釀酒類)라 하는데, 이들 혼양주류와 관련한 주품들에 대해 어떤 기록에서도 ‘합주(合酒)’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에서 두 번째의 ‘합주(合酒)’의 유래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합주(合酒)’ 주방문을 통한 제조방법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 성격이 첫 번째 유래와 보다 가깝다는 사실에서 탁주보다는 희고 신맛이 적으며, 감미와 매운맛이 강한 술로, 알코올도수는 15~17% 범위의 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합주(合酒)’를 수록하고 있는 문헌으로, 1600년대 말엽으로 알려진 하생원의 <주방문(酒方文)>을 시작으로 1700년대 경상도지방의 문헌으로 알려지고 있는 한글본의 <양주방(釀酒方)>, 1838년경의 <음식책(飮食冊)>, 연대미상의 <주식방문>, 1936년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이 전부인데, 문헌마다의 기록이 다르기도 하거니와 술 빚는 법이나 주원료의 배합비율이나 사용방법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들 문헌 가운데 연대가 가장 오래된 <酒方文>의 ‘합주(合酒)’를 원형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양주방(釀酒方)>의 ‘합주(合酒)’ 주방문은 주원료의 배합비율은 다르나 술 빚는 법이 <酒方文>과 유사하고,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의 ‘합주(合酒)’ 주방문도 <酒方文>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酒方文>의 ‘합주(合酒)’ 주방문을 보면, “멥쌀 5되를 백세한 후, 불린 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익게 찌고,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째 떼어 찬물을 무한으로 퍼 부어, 고두밥을 차게 식힌다.”고 하고, “고두밥에 누룩가루 5홉을 합하여 술밑을 빚는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쳐서 더운 곳에서 발효시키는데, 술이 익었으면 물을 섞고 체에 걸러 탁주를 거른다.”고 하였다.
그런데 <주식방문>의 ‘합주(合酒)’는 앞의 문헌들과는 다른, 다시 말해서 ‘석임’이 사용되고, 끓는 물(또는 끓여서 식힌 물)이 사용되고, 고두밥도 냉수로 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많다고 할 수 있겠으나, 술 빚는 과정으로 보면 <양주방(釀酒方)>의 합주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겠으나 주종에 있어서는 확연히 다른 방법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주식방문>의 ‘합주(合酒)’는 ‘석임’이 사용되는 유일한 경우로서, 사용하는 물의 양이 나와 있지 않아 <주방문造果法>의 ‘합주’를 참고하였다.
한편, 일본인 淺井英雄이 1926년(대정 15년)에 쓴 <朝鮮酒改良讀本, 辻村榮助 京城支店 出刊)>에 보면, “합주(合酒)는 약주(藥酒)와 탁주(濁酒)의 혼성주(混成酒)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제조(製造)는 사입수(仕込水)로서 탁주(濁酒)를 쓰고, 여기에 분곡자(粉曲子)·나미(糯米)·갱미(秔米) 등을 혼화(混和) 양성(釀成) 여과(濾過)한 것이다. 외관(外觀)은 탁주(濁酒)와 같고 알코올(alcohol)함량은 10% 정도이다.”고 한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조선주개량독본>의 ‘합주(合酒)’는 ‘급시청주’ 또는 ‘급청주’, ‘삼일주’와 같은 속성법의 방법을 가리키고 있어, 기존의 ‘합주(合酒)’와는 또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인들의 ‘조선주(朝鮮酒)’에 대한 폄훼의식은 이미 잘 알려져 있거니와 합주에 대한 정의는 ‘이렇다’ 할 수 없으나, 술의 형태가 탁주인 것은 분명하며, 서울지방에 유행하던 “소주도 아니고 약주(청주)도 아닌, 중간 형태의 술”과는 거리가 먼 것임이 분명해진다.
이상의 ‘합주(合酒)’ 주방문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합주(合酒)’는 고두밥을 지어 찬물로 냉각시키는 방법을 통해 매운맛이 강한 술을 얻고자 한 방문이라는 것이다. 고두밥을 찬물로 냉각시킨 후 누룩과 섞어 발효시키면 그 맛이 맵고 독한 술을 얻을 수 있으나, 물을 사용하지 않는 까닭에 도수는 높지만 오히려 농당 상태의 달고 부드러운 맛을 주는 술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술의 발효가 끝나기 전에 물을 쳐가면서 탁주를 거른다는 사실을 특징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특히 술을 거르는 과정에서 물의 양에 따라 알코올도수와 맛, 술 색깔까지도 원하는 바에 맞춰서 마시는 술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주식방문>의 ‘합주(合酒)’에서와 같이 알코올도수를 높이기 위해 ‘석임’을 사용하는가 하면,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 냉수를 사용하지 않는 등 주방문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합주’의 다양성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하겠다.
◈ 합주법 <양주방(釀酒方)> -한말 빚이-
◇ 술 재료:멥쌀 1말, 가루누룩 1되, 시루밑물, 냉수 적당량, 끓여 식힌 물 1말
◇ 술 빚는 법: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익게 찐다.②시루를 떼어 넓은 그릇에 쳇다리를 걸치고 그 위에 올려놓는다.③고두밥을 찔 때의 시루밑물을 떠서 고두밥이 더 익도록 고루 나누어 붓는다.
④다시 냉수를 골고루 뿌려서 고두밥을 차게 식힌다.⑤고두밥이 식었으면 가루누룩 1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⑥술밑을 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단단히 봉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⑦3일 후에 술독을 열어보아 이불이 젖었으면 벗겨낸 후, 깨끗이 닦아 독 입구와 주변의 물기를 제거한다. ⑧물 1말을 끓여 차게 식으면 술독에 붓고, 익기를 기다렸다가 사용한다.
* 주방문 말미에 (끓여 식힌 물을 붓고 익은 후에 보면) “술 빛깔이 흐리고도 좋다.”고 하였다.
◈ 합주 하는 법 <飮食冊>
◇ 술 재료:찹쌀 2되(찻되), 가루누룩 3홉
◇ 술 빚는 법:①찻되로 찹쌀 2되를 (물에 매우 깨끗하게 씻어 말갛게 헹구고, 다시 새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②고두밥을 익게 쪄졌으면 시루째 떼어 쳇다리 위에 걸쳐 놓은 후, 주걱으로 헤치면서 (찬물을 무한으로 퍼부어) 차게 식힌다.③고두밥에 가루누룩 3홉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되, 술독 주위에 얼음을 채워두고, 찬 곳에서 4~5일간 발효시킨다.⑤술이 익었으면 맛을 보아, 사용할 만큼만 체에 걸러 탁주를 만들어 마신다.
* 주방문에 “합주는 매양 염복(한여름)에 하는 것이니 많이 하면 쉬기가 쉬우니 쓸만큼만 하되 이 분량보아 하라고 적은 비율로 적으니, 요령대로 하라.”고 하였다. 또 주방문 말미에 “미리 걸러두면 시기도 하고 쓴맛도 나서 막걸리가 되니 부디 먹을 때마다 걸러야 한다. 이것이 ‘찹쌀 빚이 합주(合酒)’라 하니 이리하여 그릇 밖으로 얼음을 채워 차게 하라.”고 하였다.
◈合酒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 술 재료:좋은 쌀 (5되), 좋은 누룩 (5홉)
◇ 술 빚는 법:①좋은 멥쌀 (5되)을 (백세 하여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다.)②(멥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데, 한김 오르면 냉수를 충분히 뿌려서 익힌다.)③(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누룩을 여러 날 법제하여 곱게 빻아) (5홉)을 장만하여 고두밥에 섞고, 고루 되게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⑥술이 익었으면 물을 치지 말고 체에 밭쳐 바짝 짜서 마신다.
* 주원료의 양이 나와 있지 않아, <酒方文>의 ‘합주’ 방문을 참고하였다. 방문 말미에 “물 치지 말고 바짝 짜서 먹을 때 얼음 한 덩어리를 띄우고 먹으면 시원하고, 소위 문배 썩은 맛과 같다 하며, 삼복더위에 너댓 탕기를 크게 마시면 이만큼 상쾌한 것이 천하에 없으나, 많이 마시면 나중에 배 아픈 것은 할 수 없나니라.”고 하였다.
* 탁주지만 훈감하여 상술보다 맛이 다르다.
◈ 합주(合酒) <酒方文>
◇ 술 재료:멥쌀 5되, 누룩가루 5홉, 물 (5말)
◇ 술 빚는 법:①멥쌀 5되를 백세 한다(물에 매우 깨끗하게 씻어 말갛게 헹구고, 다시 새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다).②불린 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익게 찌고, 익었으면 시루째 떼어 놓은 후, 주걱으로 헤치면서 찬물을 무한으로 퍼부어, 차게 식힌다.③고두밥에 누룩가루 5홉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더운 곳에서 (7일간) 발효시킨다.⑤술이 익었으면, 물을 섞고 체에 걸러 탁주를 거른다.
* 주방문 말미에 “비록 탁주이나 훈감하여(맵고 달아) 상술(보통 탁주)과 다르다. (쌀) 1되에 누룩이 1홉씩 들어간다.”고 하였다.
◈ 합쥬법 <주방문造果法>
◇ 술 재료:멥쌀 1말, 누룩 1되, 끓는 물 1사발
◇ 술 빚는 법: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밤 재워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②(솥에 물 1사발을 팔팔 끓여서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고두밥이 익었으면 돗자리에 퍼내고, 고루 펼쳐서 얼음같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차게 식은 고두밥에 누룩 1되를 골고루 뿌려 놓고, (식혀 둔) 물 사발을 한데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10일간 발효시킨다.
◈ 합주 방문 <주식방문>
◇ 술 재료:멥쌀 1말, 누룩 7홉, 석임 2홉, 끓여 식힌 물 1~2사발
◇ 술 빚는 법: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밤 재워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②솥에 물 1말을 끓이다가, 고두밥이 익었으면 (넓고 큰 그릇에) 퍼내고, (끓는 물을 합하여 고두밥이 물을 다 먹으면) 고루 펼쳐서 (얼음같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차게 식은 고두밥에 누룩 7홉, 석임 2홉을 한데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10일간 발효시킨다.
* <주식방문>의 ‘합주(合酒)’는 ‘석임’이 사용되는 유일한 경우로서, 사용하는 물의 양이 나와 있지 않아 <주방문造果法>의 ‘합주(合酒)’를 참고하였다. 또 주방문 말미에 “날물기를 일절 금하라.”고 하였다.
박록담은
*현재: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전통주 관련 저서:<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 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시집:<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 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