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백년지대계’

‘우리술 백년지대계’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 가공팀)

 

전통주 제조방법 정확히 담고 있는 敎材 매우 부족
우리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 위해 필요성 더욱더 커
전문가들 머리 맞대 대표성 띤 기초 교재 만들어야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흔히 교육(敎育)과 관련지어, 인재양성이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이고 그 영향이 심원하기 때문에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먼 미래를 위한 인재양성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인데, 때로는 미래를 위한 현재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쓰이는 말 중 하나다.

지금 우리 전통주 진흥과 발전에 있어 정부에선 정책적인 면, 재정적인 면 등 여러 중단기적인 계획들을 세우고 있고, 그 실천을 위한 여러 방법들을 논의하고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이 앞서 말한 것처럼 전통주 교육인데, 필자는 이것을 ‘전통주 교육은 우리술 백년지대계’라 말하고 싶다. 여기선 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기관과 교재(敎材)의 필요성을 언급하겠다.

우리나라 전통주가 일제 강점기시절을 지나면서 단절됐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 그로 인해 많은 가양주나 전통주 문화는 현재까지도 완전히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통주를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 제조방법이 정확히 나와 있는 교재가 매우 부족하다.

우리나라에 전통주 제조법을 기록한 고문서들은 많지 않지만 기록된 술은 34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중에서 제조방법을 완벽하게 기록한 것이 몇 가지나 되는지 궁금하다. 특히 현재의 단위기준(㎏, g, ㎖, ℓ)과는 다른 되, 말, 홉 등을 사용해서 현재에 맞는 정확한 단위 환산도 어렵다. 이런 도량형은 시대에 따라, 심지어 같은 시대라 해도 지역에 따라 각양각색이어서 고문서 내 전통주 제조의 정확한 단위를 알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 이전에는 어떠했는지 알 수 없고,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이 1431년 도량형을 통일하고 이에 맞춘 새로운 기기들을 제작․배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아마도 이후에 나온 전통주 제조방법은 단위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전통주 복원 작업이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복원 작업을 통해 얻은 결과물(제조방법)들을 일반인에게도 공개해, 일반인들이 고문헌의 제조방법과 비교해가며 자신의 술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았으면 한다.

최근 몇몇 기관에선 전통주 교육기관을 만들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몇몇 기업체에서도 전통주 교육과 복원 등에 관심을 갖고 그에 따른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존의 3~4곳 외에도 새로운 교육기관이 생기는 것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 교육을 통해 전통주의 다양성을 알 수 있고, 쉽게 접근하면서 전통주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전통주 교육기관의 전문화는 많이 이뤄져 있진 않은 것 같다. 특히 전문인력 확보와 초급부터 고급 과정까지 단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꾸준한 교육과정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전통주 교육기관마다 자신들만의 교육 방식이 따로 있다 보니, 일부이지만 같은 고문서의 제조방법이라도 다른 해석을 통해 교육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우리 전통주가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제조방법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제조방법이 문제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주를 교육함에 있어 기본이 되는 제조방법이나 기본 교재는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업 받을 때 사용하는 교과서로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가 있다. 국정교과서는 국어, 국사, 도덕, 실업계 일부 과목 같이 국가에서 지정해 사용하는 교과서다. 검정교과서는 나머지 과목으로, 사설 출판사들이 출판한 것 중 교육평가원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해 교과서로의 사용을 인정받은 책이다. 이처럼 교육의 혼선을 막기 위해 국가에선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통주 교재 역시 국가에서 지정하거나 평가 받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통주 전문가들이 모여서 대표성을 지닌 전통주 기초 교재 하나 정도는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많은 교육기관에서 이 교재를 바탕으로 기초교육을 하고, 이후에 교육기관마다 특색에 맞는 교육을 한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교육을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기관마다의 제조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도 일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통주(우리술)에 대해 많은 정책을 실행하고 있고 또 준비 중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전통주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주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소개하고 퍼트리기 위해선 전통주 교육기관과 교재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전통주 교육은 우리술 백년지대계’. 이 말처럼 먼 미래를 보고 튼튼한 기초를 다지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더 높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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