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병』
자유 대한민국 만만세!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 추운 겨울바람을 뚫고 3월 9일의 봄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탄생시키며, 국민의 희망으로 다가왔다. 모두 기뻐하고 새로운 국운 융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2년이 넘는 코로나 전염병에 의한 사회적 거리와 통제 속에 수 많은 자영업자들이 무너졌고, 아직도 생계는 막연하다. 그렇다고 3차례의 백신을 맞았지만, 코로나 확진자는 세계 최고로 늘어났고, 여전한 진행형이다.
그래도 나라의 경사 앞에 오늘은 술을 즐기는 분들이 한 번은 음미하기를 권하는 의미에서 서울의 지정 민속주 2호 송절주(松節酒), 8호 삼해주(三亥酒), 9호 향온주(香醞酒) 중 삼해주를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삼해주(三亥酒)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일(亥日)에 3회(三回)에 걸쳐 술을 빚는다는 뜻이다. 12지(十二支) 가운데 맨 끝에 오는 돼지날(亥日)에 처음 술(밑술)을 빚기 시작하여 12일 간격이나 36일 간격으로 돌아오는 다음 해일에 덧술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해일에 세 번째 술을 해 넣는 까닭에 술이 익기까지는 최소 36일에서 96일이 걸리는 장기 발효주이다.
이와 같은 삼해주는 규곤시의방을 비롯하여 요록, 주방문, 양주방 등 여러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데, 동국이상국집에도 삼해주가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고려 시대 때부터 빚어졌던 것으로 보이며, 그 맛과 향이 뛰어나 당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주로 인정되었다. 산림경제에는 정월 첫 해일에 밑술을 빚고 다음 해일에 덧술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세 번째 해일에 2차 덧술을 해 넣는데, 마지막 덧술을 빚어서 3개월 동안 익혀 낸다고 하여, 일반적인 삼해주와는 술 빚는 기간이 다른 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삼해주는 한겨울인 음력 정월에 술을 빚기 시작해서 봄이 되면 술이 익는데, 버들개지가 날릴 때쯤 마신다고 해서 유서주(柳絮酒)라는 낭만적인 별명을 얻기도 했다.
삼해주는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전국적으로 성행했는데, 서울의 동막 근처가 물맛이 좋아 삼해주의 명산지로 등장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삼해주의 맛과 그에 따른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순후(醇厚)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빚은 삼해주를 맛본 사람들은 그 맛이 아주 특이하다고들 한다. 술을 꽤 한다고 자처하는 주당들도 “이렇게 독한 술도 있느냐. 와 그 술 사람 한 번 제대로 잡더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되기 때문이다.

삼해주의 맛과 그 특징은, 매우 부드럽고 향기로운 맛을 첫손가락으로 꼽는다. 사람들은 맛이 아주 부드럽고 특별한 향취가 있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로 여기고 그저 부담 없어 좋다는 생각으로 자꾸 마시게 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은은한 취기를 느낀다. 그리고 일어나야겠다고 마음을 먹거나, 정신은 아주 말짱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생각이 머릴 스치는 순간,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이처럼 술맛이 순후하다는 표현이 삼해주 맛을 특징 짓기에 적합한 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삼해주의 맛을 특징짓는 요인은, 3(三)양주이면서 저온에서 장기간 발효 숙성시킨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우리 속담에 급히 달군 쇠가 쉬이 식는다고 하였듯이, 빨리 빚어 익힌 술에서는 삼해주와 같은 순후한 맛을 느낄 수 없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삼해주는 “술맛은 물맛에 달려 있다거나, 고급 재료를 써야 좋은 술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술 빚는 방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른바 술 빚는 기술의 중요성과 묘미를 거듭 일깨워 주는 민속주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어 온 국민이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는 마당에 술이 빠질 수가 있을까? 순후한 맛의 삼해주는 물론, 전국에 산재한 민속주와 고장마다 특색 있는 나라 안의 모든 막걸리까지 동네마다 내어놓고 소박한 안주와 풍물패로 한바탕 잔치를 벌일 일이다.

그제는 과거 경험한 목감기 증상이 있어 집에서 급속항원검사를 해보니 두 줄이 나와 급히 보건소에 갔지만 오후 5시가 넘어서 검사를 못하고, 어제 오후 3시간쯤 결려 검사를 받았는데, 아침에 확진자로 자가격리대상자라는 문자가 왔다.
그러나 겪어보니 치료가 너무 불편하다. 따라서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은 이제라도 코로나라는 병의 대처는 독감처럼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민마다 마스크를 잘 쓰고 손을 잘 씻고, 국가는 상시 전염병으로 증세가 있는 국민이 보건소든 병·의원이든 가까운 의료기관 어디를 가던 손쉽게 바로 검사를 받고,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입장의 방역과 치료시스템의 개선이 절실하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