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22)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6장
제발 전쟁아, 멈추어다오!
二 十 九 首
前出塞 第六首
전출새:제발 애꿎은 중생들 죽이지만 말아다오
挽弓當挽强, 用箭當用長。
射人先射馬, 擒賊先擒王。
殺人亦有限, 列國自有疆。
苟能制侵陵, 豈在多殺傷?
활을 당기려거든 당연히 세게 당기고,
화살을 쏘려거든 당연히 긴 것을 써라.
사람을 죽이거든 먼저 말을 죽이고,
적을 사로잡으려거든 먼저 왕을 사로잡아라.
사람을 죽이는 데도 또한 한계가 있으니,
나라를 세우면 스스로 국경이 있는 법이네.
진실로 능히 침범하는 것을 억제한다면,
어찌 그리 많은 살상이 있겠는가?
◇ 배경
당나라 현종玄宗이 영토 확장을 위하여 변방에 군대를 파견한 것에 대하 여 당시 병사들의 마음을 읊었다. 곧이어 안록산(安綠山)이 난리를 일으키기 직전의 형편을 노래한 것이다.
◇어휘
挽弓(만궁):당길 만. 활 궁. 활을 당기다.
用箭(용전):화살 전.
射人(사인):쏠 사. 적을 화살로 쏘다.
擒贼(금적) :사로잡을 금. 적을 사로잡다.
列国(열국):벌일 렬. 여러 나라.
有疆(유강):지경 강. 경계. 끝. 한계. 나라. 국토. 강토 등.
苟(구):진실로 구. 참으로. 다만. 단지.
侵陵(침릉):침노할 침. 언덕 릉. 남을 침해(侵害)하여 욕보임
岂(기):어찌 기.
◇해설
사인선사마(射人先射馬), 사람을 쏘려거든 먼저 그가 탄 말을 쏘라.
상대방을 쓰러트리고 굴복시키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의지하고 있는 것을 쓰러트리는 것이 성공의 길이란 뜻이다. 즉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나 사물을 손에 넣으면 길은 저절로 열린다는 뜻이다.
마지막 두 구절이 이 시가 내포하는 중요한 뜻이다. 적을 많이 살상하는 것이 전쟁의 목적은 아니다. 침릉(侵陵)이란 적군의 침략을 억제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목적이 달성되었다는 뜻이다.
사람을 죽이는 데에도 또한 한계가 있어 많은 사람을 죽이지는 못하며, 나라의 영토는 고유한 것이어서 자연히 다른 나라와의 국경은 없앨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시가 의도하는 바는 침략전쟁의 부정이다. 능히 적군의 침략을 막을 수만 있다면 어찌 그리 많은 병사들을 죽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이 위대한 시인이 전하는 위대한 메시지이다.
한없이 병사 들을 죽이는 영토 확장은 빨리 그쳐야지, 애꿎은 병사들의 시체만 내 뒹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쟁은 위에 있는 위정자들의 놀이인데 왜 죄 없는 백성이 거기에 희생되어 놀아나야만 하는가?
장수가 명장이 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적군을 죽였을까? 적의 병사들도 자기 나라에서는 부모와 처자식이 있는 어엿한 한 가장이다. 그 수많은 병사들의 죽음을 짓밟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의 장수다운 장수가 생겨나는 것이다. 삼국지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관우, 장비, 조자룡 등도 얼마나 많은 병사들의 죽음의 대가로 태어난 명장들인가? 힘없고 몽매한 백성들을 이제는 그만 죽일 것을 인간적으로 호소한 시이다.
지금으로 얘기하면 두보는 휴머니스트 그 이상이다. ‘이제부터 너희 위정자들아! 너희들끼리 소통하고 협의해서 영토를 분할하든지 합치든지 알아서 해라. 이제는 기아와 추위에 벌벌 떠는 민초들을 더 이상 들러리 로 세우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하는 외침이다. 위정자들끼리 협상하든지 담판을 짓든지 할 것이지 왜 죄 없는 백성들 즉, 중생들을 죽음으로 몰아가야만 한단 말인가. 아마 불교의 불살생계(不殺生戒)를 몸소 실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시를 읽으니 퍼뜩 난민이 생각난다. 난민들이 무슨 죄가 있어 사랑 하는 조국을 버리고 다른 나라로 도망쳐 나왔겠는가? 다들 위정자들의 싸움에 휘말려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리고 말았으니… 그들이 무슨 죄가 있기에 무슨 죄가…?
◇ 명구
挽弓當挽强, 用箭當用長。 射人先射馬, 擒賊先擒王。
三 十 首
月夜
달밤
今夜鄜州月, 閨中只獨看。
遙憐小兒女, 未解憶長安。
香霧雲鬟濕, 淸輝玉臂寒。
何時倚虛幌, 雙照淚痕乾?
오늘 밤 부주 땅에 뜨는 저 달,
규중에서도 단지 홀로 보고 있겠지.
멀리 가엾은 어린 자식들은,
어미가 (아비가 있는)장안을 그리워함을 알지도 못하겠지.
향기 품은 안개가 쪽 찐 머리를 촉촉케 하고,
맑은 달빛은 옥 같은 팔을 차갑게 하는구나.
어느 때에나 얇은 휘장에 기대여,
서로 마주 보며 눈물 자국 마르게 할 수 있을까?
◇ 배경
달밤을 제재로 하여 부주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 한 서정시로, 아내에 대한 간절한 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시는 작품의 내용으로 볼 때 두보가 756년 안녹산安祿山 반군에 체포되어 이듬해 봄까지 장안(지금의 西安)에 억류되어 있을 때 쓰인 것으로 보인다.
◇ 어휘
鄜州(부주):섬서성의 지명. 현재의 부현(富縣). 장안에서 북쪽 60㎞ 떨어진 조그만 고을인데,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자 숙종 지덕(至德) 원 년(756) 6월에 두보는 가족을 여기로 피난시켰음.
閨中(규중):안방 안. 부녀자의 처소.
遙憐(요련):멀 요. 불쌍히 여길 련. 멀리서 가련히 여김(생각함).
未解(미해):철없는 아이들이 장안에 있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어미의 마음 을 알지 못한다는 뜻.
香霧(향무): ‘향긋한 안개’의 뜻이지만 ‘규중에 안개가 차있어 부인 몸의 향기가 안개에 배 있음’을 가리킴.
雲鬟(운환):쪽 찐 머리 환. 부인의 쪽 찐 머리.
雲髻(운계):상투 계. 장가든 남자가 머리털을 끌어올려 정수리 위에 틀어 감아 맨 것.
淸輝(청휘):맑을 청. 빛날 휘. 맑은 달빛.
玉臂(옥비):팔 비. 옥같이 흰 팔. 섬섬옥수.
虛幌(허황): 휘장 황. 얇아서 밝은 빛이 비치는 창 가리개 곧 커튼.
雙照(쌍조): 둘이 달빛에 비쳐 마주 보다.
淚痕(루흔): 눈물 루. 흔적 흔. 눈물에 젖은 흔적. 눈물 자국
乾(건):마릴 간. 마를 건.
◇ 해설
달은 고향과 가족을 상기시키는 촉매제다. 근엄하고 충성심의 상징인 두보에게도 하늘에 외로이 밝게 떠 있는 달은, 가족과 고향, 그리고 특히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나게 했으리라.
가족이 있는 부주에도 저 달은 떠 있어 아내는 저 달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나를 생각하며 그리워하겠지. 하지만 철없는 어린 아들딸들은 어미의 이런 심정을 알기나 하랴. 안개에 젖은 아내의 향긋한 쪽찐 머리의 냄새가 느껴지며, 달빛에 드러난 아내의 하얀 팔은 차디차리라. 아아, 언제 우리 만나 평화로운 속에서 서로의 지난날 어려움을 눈물로 하소연하며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려나?
읽는 사람도 지은이와 함께 울어주고 싶은 감동을 받을 훌륭한 작품 이다. 이 작품 속에는 2개의 달이 나오는데, 첫 구에 나오는 달은 아내를 생각나게 하는 오늘 밤의 달이고, 마지막 구에 나오는 달은 훗날 서로 만 나서 위로하며 함께 바라볼 달이다.
두보의 시는 대부분 안사의 난 때 고통 받는 백성들의 모습을 작품화한 것이다. 뛰어난 문장력과 사회상을 반영한 두보의 시는 후세에 시로 표현 된 역사라는 뜻으로 ‘시사詩史’라 불렸다.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哲學博士▴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밥북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