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에게 진상하는 마음으로 술을 빚고 있습니다”

밝은 곳에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술 다도참주가 張年琇 대표이사

茶道旵酒家 張年琇 대표이사

 

“좋은 술은 정직함이 만듭니다”

“임금에게 진상하는 마음으로 술을 빚고 있습니다”

 

 

양조장이 참으로 깨끗하다. 모르긴 해도 제약회사들도 이렇게 깨끗하게 건물을 짓지는 않았을 성싶다. 양조장 건물 외부 이야기가 아니고, 내부 이야기다.

바닥은 값비싼 크리트(crete)로 시공했고, 벽면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마감처리를 했다. 발효탱크는 물론 각종 설비들이 방금 설치한 것처럼 윤기가 돈다. 질 나쁜 균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막걸리 병입 공정도 무인주입실을 설치하여 운영한다. 주입시 작업자로 인해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다. 양조장 운영에 있어 지나치리만큼 꼼꼼한 위생 관리를 하는 것은 술맛의 안정화를 위해서란다.

장연수 대표는 “아무리 좋은 술이라고 자랑을 늘어놔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그 술은 좋은 술이 아닙니다. 좋은 술은 정직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비법입니다.”

양조장 입구에 ‘최고의 서비스는 위생입니다’라고 걸어놓은 표어가 빈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전남 나주시 다도면에 자리 잡고 있는 ‘다도참주가’(茶道旵酒家 대표 張年琇, 50)가 그렇다.

발 없는 소문이 천리 간다고 했던가. ‘다도참주가’의 위생 관리가 잘되어 있다는 소문은 식약처를 비롯해서 국세청 등에 알려져 이들 기관이 위생문제 관련 교육을 실시할 때는 견학코스가 될 정도다.

다도참주가는 ‘삼형제양조장’으로 더 잘 알려진 양조장이다. 맏형인 장연수 씨가 대표를 맡고 둘째 장현오, 셋째 장봉수 씨가 형을 도와 양조장을 운영한다.

우애가 깊은 삼형제가 의기투합해서 빚는 막걸리 맛은 어떨까. 길가에 하얀 철쭉, 분홍철쭉이 만발한 그런 봄날 불원천리 마다 않고 참주가 막걸리 맛을 보러 나주로 달려갔다.

밝은 곳에 비추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술

나주를 휘감아 도는 영산강가 황포돛배 나루터 인근에는 홍어의 거리가 있다. 톡 쏘는 홍어 특유의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한다. 막걸리에 홍어 안주는 금상첨화가 아닌가. 양조장 가는 길에 안주부터 만나는 느낌이 괜찮다.

양조장 전경.

홍어의 거리에서 다도참주가까지는 16㎞ 남짓한 거리. 다도참주가는 한적한 농촌 길가에 자리 잡고 있다. 약 300평의 양조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다도참주가는 1986년 6월3일 장 대표의 아버지(장영균,77)가 다도주조장으로 개업해 운영하고 있던 것을 현재의 장연수 대표가 15년 전 이어받아 오늘에 이른다.

가업을 이어 60년째 술을 빚는 다도참주가는 장연수 대표가 운영하면서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일반 막걸리만 출시하던 것을 2010년 솔잎을 첨가한 ‘참주가솔막걸리’를 개발하여 출시한다. 2011년에 이르러서는 상호도 현재 상호로 바꾸고 2018년 1월에는 양조장 건물도 새로 지어 이전하면서 첨단시설을 갖춘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사업자 인증도 받았다.

술맛은 입국이 좌우 한다. 그래서 수제 입국을 제조하는데 온 정성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

장 대표는 찾아간 기자에게 상호에 담겨진 뜻풀이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도참주가’에서 ‘茶道’는 지역명칭인데 옛날부터 이곳(나주시 다도면)에서 자생하는 차(茶)를 임금님에게 진상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임금에게 진상하는 마음으로 술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다도’를 차용했고, ‘참주가’에서 참은 햇살 비칠 ‘참(旵)’, 술‘酒’, 집‘家’로「밝은 곳에 비추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술」이란 뜻이라고 했다.

‘참주가’를 상호로 사용하게 된 것은 장대표가 양조장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양조장 앞을 지나던 어느 스님 한분이 막걸리 한잔을 청했다. 이 스님이 맛있게 드시고 나서 ‘누구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술’을 빚어야 한다며 ‘참주가’란 말을 남기고 가셨다는 것. 그래서 ‘참주가’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했다.

오동나무로 된 입국판을 점검하는 장연수 대표.
발효탱크에서 술을 빼낸 휴 매번 써니터리 배관을 분리하여 세척한다. 그래야 나쁜 균이 자생하지 못한다.

말인 즉, 참주가가 빚는 술은 어디에 내놔도 떳떳하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3대에 걸쳐 막걸리를 빚고 있으니 그동안 쌓인 전통과 노하우가 있지 않겠는가.

장연수 대표는 “저희만의 술빚는 제조법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위생적인 설비와 현대적인 기술, 수제 입국 제조법을 조화롭게 이용하여 막걸리를 빚고 있습니다.”

발효실 내부.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 빚어

참주가가 빚는 막걸리가 최근 들어 나주에서 막걸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참주가는 이 지역 막걸리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유지할 정도로 나주 지역 대표 막걸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판로를 넓혀 광주 등 전남 지역으로 판매망을 확장하고 있단다. 장차 본격적으로 서울에도 판매망을 갖출 계획이라고 했다.

참주가 막걸리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여느 막걸리에서 느끼는 특유의 누룩치나 큼큼한 맛을 잡아줘 막걸리 본연의 맛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위생관리 때문이라고 장 대표는 말했다. 이를테면 외형적으로만 깨끗하다고 술맛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위생관리를 잘해야 된다는 것이다.

발효 탱크에서 술을 뽑아낸 다음 매번 써니터리 배관을 탈거하여 깨끗하게 세척한다.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미생물(세균,곰팡이)의 번식을 막기 위함이다. 막걸리에서 이상한 맛이 올라오는 이유 중 상당수가 배관, 제조설비 관리소홀에 기인 할수 있다고 장대표는 말했다.

술이 익어가는 상태를 점검하면서 저어주어야 한다.
작업자 없이 무인으로 병입이 이루어진다. 이 같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적은 인원으로 공장을 운영한다.

‘참주가 生막걸리’는 수제입국(국)을 사용하고 나주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제조한다.

생막걸리에 약재와 솔잎을 넣은 것은 ‘참주가 솔막걸리’, 한라봉(나주산)을 넣은 프리미엄 막걸리 ‘라봉’ 딸기(설향.나주산)를 넣은 프리미엄 막걸리 ‘딸링’ 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모두 5.5도다.

지역민들을 위해 부재료를 넣지 않은생막걸리는 우선 가격이 저렴하다. 그렇지만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또 향이 좋고, 탄산감이 뛰어나다.

오래전 할머니가 개발해낸 솔잎과 약재를 첨가하여 발효한 ‘참주가 솔막걸리’를 제품화 하고 특허등록(특허 제 10-1234375)도 했다. 국내산 약재와 솔잎을 직접 손질하여 발효시킨 막걸리인데 은은한 솔향기와 기분 좋은 산뜻함이 화이트 와인 맛과 흡사하다.

이는 솔잎의 테르펜 성분으로 인한 발효 제어효과로 신선한 맛을 자랑하고 ‘참주가 솔막걸리’에는 생고기, 생선회가 잘 어울린다.

고두밥을 짓는 대형 밥솥.

그동안 연구를 거듭하여 올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프리미엄급 막걸리가 ‘딸링’이다. 최상품 나주산딸기를 엄선하여 빚은 ‘딸링’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개발했는데 오히려 이대남들이 더 좋아한다고 했다. 딸기향을 넣은 것이 아니라 진짜 딸기를 넣은 것이라 자연스러운 딸기향을 느낄 수 있다.

지역특산주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해야한다. 그런데 참주가가 한라봉을 첨가한 ‘라봉’을 생산하다? 왜냐하면 한라봉은 제주에서만 생산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라봉은 1990년대부터 도입해 제주도에서 본격적인 재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2000년대 후반부터는 전라남도 나주, 고흥, 보성과 경상남도 거제도에서도 한라봉 출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나주에서 생산되는 한라봉이 맛이 좋더란다.

그래서 참주가에서는 한라봉을 듬뿍 갈아 넣은 ‘라봉’ 막걸리를 출하하기 시작했다. 한라봉의 시트러스한 산뜻함으로 기분 좋은 맛과 함께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젊은 남성을 타킷으로 했는데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딸링과 라봉이 타킷이 엇갈렸지만 맛좋다는 평판이 계속 올라와 기분 좋다는 장대표는 또 다른 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참주가 막걸리는 모두가 생주다. 그래서 구입 후 냉장보관은 필수다. 때문에 효모가 살아있어 숙성 도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좋은 술은 정직함이 만듭니다

장 대표는 자신 있게 ‘다도참주가 술에는 향신료를 넣지 않는다’ 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사실이다. 그리고 막걸리에서 이런 깨끗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참주가가 출시하고 있는 막걸리의 특성을 살펴보면 모든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으며, 청결한 상태에서 고온 발효를 통해 균주의 활동을 극대화 시키고, 동시에 술의 쓴맛을 잡는 방법(클린 고온 발효)을 차용하고 있다.

장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일은 입국제조다. 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입국이기 때문이다. 오동나무에 직접 띄운 입국 제조에 2~3일이 걸린다. 미생물인 백국(곰팡이균)도 환경에 따라 맛과 향기를 내는 물질이 틀려진다. 그래서 최적화된 환경에서 입국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랜 경험으로 온도와 습도를 체득하여 좋은 입국을 제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잘 제조된 입국으로 술을 빚으면 술맛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좋은 효모를 사용하여 밑술을 담그고 덧술까지 대략 15일 정도 걸려야 맛있는 술을 만난다.

삼형제가 힘들여 수제입국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기계로 만든 입국은 감미료가 없는 상태에선 쓴맛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만든 국으로 술을 빚으면 오미(단맛·쓴맛·신맛· 짠맛·매운맛)가 살아나 조화롭고 달지 않아 개운하다.

장 대표는 술을 담그면서 마음가짐은 항상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술 맛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가 제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수거된 피박스도 완전 세척 후 사용한다

3형제를 포함, 모두 5명이 일하는 양조장은 자동화 설비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사실 막걸리양조장은 힘든 일이 많다.

이와 관련 장 대표는 “술을 만드는 과정은 고된 노동의 연속인데, 노동집약적 형태면 대를 이어가는 양조장으로 성장할 수 없겠다 싶어 현재의 시스템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생산량도 만만찮다. 하루에 5,000병(650ml 기준)에서 7,000병 정도를 생산한단다.

그리고 올해를 기점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 막걸리의 범주를 벗어나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겠다는 것이 장 대표의 포부다.

장 대표는 “좋은 술은 눈을 현혹시키지 않는 술”이란 가치관이 뚜렷하다. 그래서 “오직 좋은 술은 정직함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주병에 주렁주렁 치장을 하지 않는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란 속담처럼 맛으로 승부를 걸다보면 언젠가는 소비자가 알아주게 된다는 것이 장 대표의 지론이다.

장 대표는 “제 인생에서 있어서 막걸리란 가족 같은 것, 어렸을 때부터 쭉 함께 했고요 일을 처음 시작 했을 때는 낯설었지만 하다보니까 이게 내 업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막걸리 하면 떠오르는 시인이 있다. 바로 천상병(千祥炳)시인 이다.

 

<월간문학> 1984년 5월에 발표된 <막걸리>에서

“나는 막걸리를 퍽이나 좋아한다/ 막걸리는 배가 불러지고/ 목마름을 다신다/ 선조 대대로/ 우리 민족은 이 막걸리를 마셨다/ 오늘의 발전도 막걸리 때문이다/ 오늘도 막걸리/ 내일도 막걸리/ 어찌 잊으랴 이 막걸리를…”

 

어디 천상병만 막걸리를 좋아 했겠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좋아하고 이젠 전 세계인들이 막걸리를 좋아한다. 이 또한 국력이 아니겠는가.

엄선된 좋은 재료로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빚은 술이 바로 ‘다도참주가’의 막걸리다.

사진․글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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