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정책과 정책이야기(35)
주류정책의 민주화와 산업발전을 위해
전제와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③)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연구센터장
고위험음주의 증가 현실과 주류규제정책 향방에 대한 논의
이제 술 문제의 현황 관련 자료를 살펴보자. 공식자료를 함께 보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20년도의 ‘국민 주류 소비·섭취 실태’를 조사했다. 아마 매년 조사하여 발표할 것이다. 매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일이다.
그 결과는 단적으로 “우리의 음주문화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지하고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획재정부에서 ‘규제완화와 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국책으로 논의할 때 식약처의 자료를 “과연 어느 정도 신중하게 검토했을까?” 궁금하다. 식약처의 자료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1회 평균음주량과 음주 빈도는 감소했지만 ‘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은 증가하는 등 음주 문화가 달라졌다…”고 공식 보고했다.
문제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 ‘고위험음주’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다”는 결론이었다. 음주빈도와 음주량을 고려하여 건전한 음주습관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처방전이 명확하지 않은 정책제안을 내걸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음주습관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것”이었다. 그 경우 전체 부처가 모인 주류산업에 대한 정책결정의 자리에서는 어떤 논의를 해야 할까? 과연 이 문제, 이 데이터들을 정책적 논의의 자리에 펼쳐놓고 ‘스마트 오더’, ‘자판기 설치’, ‘통신판매 규제완화’, ‘제조 설비 공동사용’, ‘도매업 면허권외 타 지역 판매허용’ 등의 논의를 했을까? 역시 궁금한 일이다.
통계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보자. 평균음주량은 감소했으나, 고위험 음주 비율은 분명히 증가했는데, 고위험음주 경험 비율이 63.5%였다.
이를 2017년 조사결과(57.3%)와 비교할 때 고위험 음주율이 상승하였고, 남성(67.2%)이 여성(59.7%)보다 고위험 음주 비율이 높은 상황이었다. 고위험음주 경험은 30대(70.0%)가 가장 높았으며, 특히 10대의 경우 ‘17년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조사돼 관리와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때 “우리나라의 음주문제 예방교육이 소멸되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우리가 음주정책에 대해 총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교육당국은 또한 어찌 대처했을까? 통계를 내는 보건위생당국 따로 청소년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당국 따로 정책을 논의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래서 일부 학부형들은 술 문제에 관한한 최소한 ‘국무총리실’산하에 “술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위원회”를 설치하고 “술 정책에 관한한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물론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다. 논의 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논의의 필요성은 아직도 유효하지 않을까? 연령대별로 2017년-2020년 사이의 고위험 음주율 변화(%)를 보더라도 10대가 39.8 → 66.5, 20대 63.5 → 66.9, 30대 66.3 → 70.0, 40대 59.4 → 65.4, 50대 52.6 → 61.4, 60대 48.5 → 52.6로 전연령층에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수치들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전체 주류’에 대한 통신판매규제의 완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자. 과연 “술을 편리하게 집에서 통신판매를 통해 마셔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인가?’. 일부 국민은 “세상이 변했으니 편리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다른 이들은 “청소년들의 음주위험을 거론하면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반대 입장에 설 것이다. 심지어 기술이 발전하면 드론이 아파트 베란다로 술을 배달할 때가 곧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누가 옳을까?” 미리 미리 그런 논의를 제대로 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자들, 주류관련 전문가들 모두에 해당하는 일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자료를 살펴 본 후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린 ‘국회연구진’의 분석결과는 사실 ‘애매모호한 평가에 그쳤다’고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주류의 통신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의 비중이 커지고 가정 내에서의 주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주류의 통신판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류 통신판매는 청소년의 주류 구매 가능성, 전통주 시장의 위축, 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 주류산업 종사자 간의 이해관계 등 다양한 쟁점이 있는 만큼 허용 시 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요약해서 적었다.
‘원칙적 금지를 해 왔으니 그 원칙을 지키자’는 견해 보다는 ‘신중하자!’고 했다. 그런데 정책보고서에서 “신중하자!”고 하면 ‘느슨한 규제완화 인정’ 정황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매한 평가’였다고 할 수 밖에 없고 정책기구로서는 ‘위험한 평가결과’이다. 분명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국회의 의견이 그렇게 제시돼서인지 실제 정책의 추진상황에서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은 “산업생산성향상과 정책규제완화!”로 분명히 나서고 있다. 소위 국민적 복지정책의 강화를 중시하는 이번 정권에서도 주류정책은 술 문제의 증가와에 추진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술정책과 산업정책의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이다. 역사적으로 진보건 보수건 ‘술 정책’에 관한한 ‘민간에게 맡기자!’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조선조의 왕들도 재난이 있었던 시절에는 ‘금주령’을 발동하고 엄정하게 술 정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 시대 주류정책의 대전제는 무엇일까? 선조들은 전제를 토론했다는 증거가 있다. 후손들에게는 왜 그러한 노력이 사라졌을까?

세계적 정보도 살펴보자. “술 문제 관련 규제정책에 대한 글로벌 인식이 어찌 되어있는 가?”를 보자는 것이다.
사실 통신판매규제에 대한 정론은 이미 <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답을 내걸고 있다. 그 누구도 <세계보건기구>의 입장이 정론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에게 술은 기술진보와 일자리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제고하기 위한 보건정책의 대상’이라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정책에서 ‘건강위해성 문제가 제일 중요’하며 특히 바이러스 감염병 시대의 건강문제로 음주로 인한 면역력 손상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술 억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진보의 시류에 맞지 않는 주장일까?
통신판매규제를 완화하거나 전자기술을 활용한 자판기 활용규제완화는 ‘기술의 신’에 ‘인간의 전문적 통치권력’을 슬며시 내어주는 것이다. 정말 ‘슬며시’ 내줘도 될 일일까? 아예 ‘내어주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논의를 하고 합의한 후 넘겨줘야 차후 필요할 때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건이나 전제가 바뀌면 내용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주류관련 규제를 완강하게 유지하는 지역’이 많다. 다 나름 이유를 분명히 하고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도매업은 면허를 받은 주의 경계를 넘어 술을 이동시키지 못한다.
판매 시 소매상이나 소비자들에게 선물을 주거나 식당에 쇼케이스를 주는 행위는 어림도 없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규제를 유지하는 편이다. 일본도 도매업의 면허장수를 유지한다. 동경도의 도매면허로 홋카이도나 니이가다에 가서 술을 팔지는 못한다. 대체로 유럽 국가들도 위생과 품질 규제는 강화하고 서비스 관련 규제는 완화했다. 환경관련 규제는 강화 중이다. 상대적으로 유럽이 규제가 약한 것은 전통적 농업국으로 농민의 생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제와 이유와 그 논의의 역사가 분명하다.
우리 정부는 왜 ‘규제완화를 표방 하는 곳’을 주로 쳐다보는 것일까? 어떤 근거자료를 참고로 하고 정책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일까? 유럽 국가들이 그들 나름의 역사적 산업전통에서 그러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고 물으면 그 이유가 분명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정부, 민간부문, 전문가, 주류업계 들은 그들과 같이 이유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왜 만들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일까? 차라리 국내 유일한 ‘술전문 언론’인 <삶과 술>에서라도 그런 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목소리를 취합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작아도 그런 목소리는 의미 있는 외침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술에 대해 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해 왔고, 다방면의 자유화정책을 선택하고 있다. 벌써 20년이 넘은 일이다. 소위 술 정책에 대해서는 ‘탐욕의 신’이 지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자유화 정책이 우선 책이다. 국가도 시장도 ‘신자유주의’를 기본정책방향으로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술로 인한 고위험 음주자의 증가라는 숫자는 복지부나 식약처 등 일부 부처가 제시하는 통계숫자일 뿐이다. 규제의 징표가 되지 못하고 다만 참고사항일 뿐이었던 기간이 오래되었다.
그러니 “제조와 유통 부문의 자유화가 크게 진전된 상황에서는 소비단계의 주류규제라도 강화해야 할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이 보건학계의 주요 목소리다. 규제를 더 하려고해도 이미 ‘음주 시간’과 ‘장소’ 등 접근성이 고도로 자유화 되어 있다. 이미 풀려져있기 때문에 마시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마실 수 있는 주류천국이다. 바로 그 점이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규제완화의 정책을 대할 때 “지금보다 규제를 더 완화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질문이 필요할 것이다. “그 의미를 논의하는 자리가 왜 없을까?” 둘러 앉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데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때그때 사안마다 그 정책의 추진 필요성, 타당성을 기술적 필요성이나 민원해소의 방향으로 검토하고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캡슐맥주의 기술이 개발되자 주세법이 정한 술의 정의마저 사실 유명무실해졌었다. 술 제조를 강력하게 틀어잡던 제조면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주류유통도 이제 특정 지역의 면허장이 아니다. 전국 유통이 가능하도록 지역규제가 풀린 상황이다. 면허장 발급의 기준을 지역상황 자료로 산정하는 일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언제 물류업체가 주류유통사업에 직접가담하게 될 지 시간표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술은 제조 유통 소비의 단계를 거쳐 흘러가도록 규제하는 것이 엄격한 시대적 약속이었다. 점차 그 구분이 이미 사라져가고 있다. 제조나 유통 내부의 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통신판매 규제에 대해서도 “전통주 판매를 넘어선 통신판매 자유화는 어불성설이야! 마지막 보루야!”라는 주장을 하는 규제당국의 관료나 보건관련 국회의원을 본 기억은 이제 오래전 일이다. 그러니 곧 규제는 보다 더 풀려나갈 것이 불 보듯 뻔 한 일이 아닐까.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