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가을 여행을 떠나 보자

한국관광공사 추천 9월에 가볼 만한 곳

 

‘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가을 여행을 떠나 보자

 

 

한국관광공사는 ‘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라는 테마 하에 9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한 5곳 중 본지는 ‘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경남 창원)’,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부안 신석정문학관(전북 부안)’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 문학관(경기 양평) 등 3곳을 선정, 소개한다.

 

◐ 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위치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북8길

 

마산문학관 공원 입구마산합포구 문학 여행의 시작점은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이다. 문학관은 시조 시인 이은상이 산책하던 노비산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이은상의 호 ‘노산’도 이 산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문학관 앞마당에는 창원시를 연고로 둔 시인들의 문학비가 있다. 노산의 고향에 대한 추억이 담긴〈옛 동산에 올라〉를 감상해보자.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 지팽이 더저 짚고 산기슭 돌아나니 / 어느 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
시를 감상하고 돌아보면 노산이〈가고파〉에 묘사한 파란 바닷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도심의 건물들은 작품이 쓰일 당시와 달라졌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것은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인 셈이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창원 문학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다. 마산합포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수많은 문인들이 피란 와 머무른 곳이다. 특히 국립마산결핵요양소(현재 국립마산병원)는 문학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생활 때문인지 문인들은 결핵 환자가 많았다. 이들이 모여들면서 요양소는 자연스레 문인들의 토론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학적 동지를 찾기도 했으리라. 그 결과 이곳에서 결핵 계몽지《요우》와 지금도 발행되는《보건세계》를 만들었고, 문학 동인지《청포도》《무화과》등이 발행되었다.

복 수육전시관에서 시인의 친필 원고도 만날 수 있다. 200자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시어들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마산합포구 곳곳에는 문학비가 있다. 가장 많은 곳은 용마산 산호공원이다. 공원 입구의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문학비가 늘어선 ‘시의 거리’가 시작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학산 만날공원으로 가보자. 그곳에 천상병의 시인의〈새〉문학비가 있다.
☞ 창원시청 관광진흥과 055)225-3695

 

◑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부안 신석정문학관
위치 :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매창 시비호남정맥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우뚝 멈춰 선 변산, 그 산과 맞닿은 고요한 서해, 전나무 숲길이 깊은 그늘을 만드는 단정한 내소사, 울금바위를 병풍 삼아 아늑하게 들어앉은 개암사, 켜켜이 쌓인 해식 단애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격포 채석강, 드넓은 곰소염전과 소박하고 평화로운 갯마을의 서정……. 지금도 부안의 자연은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곳엔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시인, 신석정(1907~1974)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석정을 ‘참여시의 반대편에서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쓴 시문학파 멤버’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 부안군 선은리에 지난해 건립된 신석정문학관부터 둘러보자. 2층 규모인 문학관 전시실에는 1939년 간행된 첫 번째 시집《촛불》부터 2007년 탄생 100주년에 맞춰 출간된 유고 시집이자 여섯 번째 시집《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까지 석정 문학의 변모 과정을 알기 쉽게 전시해놓았을 뿐 아니라 귀중한 육필 원고와 평소 사용하던 가구, 필기구 등 유품을 한자리에 모아 시인의 삶과 문학을 보다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석정은 1924년 11월 조선일보에 첫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한 이래 한 세기의 절반을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았다.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한 것은 1931년 《시문학》 3호(이자 마지막 호가 된)에 〈선물〉이라는 시를 게재하면서부터다. 이때 한용운, 이광수, 정지용, 김기림 등과 교류하며 문학적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 해 서울 생활을 접고 낙향해 선은리에 집을 짓고, 전주로 이사하기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청구원(靑丘園)’이라고 직접 명명한 이 집은 문학관 맞은편에 복원되었다. 첫 시집 《촛불》(1939)과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1947)가 이 집에서 탄생했다. 석정은 첫 시집을 내면서 “청구원 주변의 산과 구름, 멀리 서해의 간지러운 해풍이 볼을 문지르고 지나갈 때 얻은 꿈 조각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집을 사랑했다고 한다. 첫 시집에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를 포함해 당시 석정의 나이와 같은 33편이 실렸다.

백합탕그 후 《문장》에 게재될 예정이던 시가 검열에 걸리고 《문장》이 강제 폐간되는 등 일제의 압박이 심해지던 차에 친일 문학지 《국민문학》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자, 석정은 청탁서를 찢고 창씨개명도 끝까지 거부한 채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절필을 선언한다. 이 시기에 쓴 시들은 1947년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를 통해 발표되었다.
석정은 해방 이후 부안, 전주, 김제 등에서 교직에 몸담으며 시집 세 권을 더 냈고, 한국전쟁이 끝나고 청구원 시대를 마감하고 전주로 이사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 와중에 5·16군사정변과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시를 발표해 남산 중앙정보부에서 취조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으며, 고혈압으로 쓰러진 지 7개월 만인 1974년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석정의 묘소는 문학관에서 10~15분 거리인 행안면 역리에 위치한다. 관광 안내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아 문학관 관계자에게 물으니 내비게이터에 ‘용화사’를 찍고 가면 된단다.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도로변에 이정표가 있고, 묘소로 들어가는 마을 초입 벽에는 데뷔작 〈기우는 해〉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쓴〈가슴에 지는 낙화 소리〉시화가 있다.
☞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713

 

◐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 문학관
위치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재현된 황순원의 서재 ‘소나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본 단편소설이다. 소년과 소녀가 주고받은 아련한 사랑은 가슴속에 깊이 각인되어 순수하게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 감동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곳이 양평의 소나기마을이다. 이곳에는 황순원 문학관을 비롯하여 ‘소나기’에 등장하는 징검다리, 수숫단 오솔길, 송아지 들판, 고백의 길 등을 조성해놓았다. 관람객은 산책을 하며 ‘소나기’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사춘기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특히 소나기 광장에서는 매일 세 차례 인공으로 소나기가 내려 빗방울에 젖은 추억이 오래도록 남는다.
소나기 광장양평군청 문화관광과 031)770-2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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