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109번 째 이야기
‘만전향주(滿殿香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만전향주(滿殿香酒)’는 조선 중기에 중국의 술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빚어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만전향주’란 주품은 ‘만전향국(滿殿香麴)’이란 특수한 누룩으로 빚는다고 해서 술이름을 얻게 된 것으로, 이 만전향국이 중국의 누룩이라고 하는 사실에서 ‘만전향주’ 또한 중국의 술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또 ‘만전향주’가 부유층 중심의 가양주였을 것이란 추측은 만전향국에 사용되는 주재료와 부재료의 종류와 그 특성에 따른 것이다.
‘만전향국’에는 다른 종류의 누룩에서는 볼 수 없는 10여 가지의 각종 약재가 사용되는데, 이들 재료가 국내에서는 생산․재배되지 않는 약재들이라는 사실에서, 중국에서 수입해 오지 않으면 제조가 불가능한 만큼, 결국 재력(財力)에 의지해야만 술빚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만전향주’는 <需雲雜方>을 시작으로 1800년대 초엽의 <홍씨주방문>과 1823년에 저술된 <林園十六志> 등 3권의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들 기록마다의 주방문이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앞선 기록의 <수운잡방>과 <홍씨주방문>에는 누룩에 대한 언급 없이 주방문만 수록되어 있으나, <林園十六志>에는 ‘만전향곡’을 만드는 누룩방문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어, ‘만전향주’가 만전향곡을 발효제로 하여 얻은 주품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예는 ‘이화주’나 ‘백수환동주’, ‘향온주(내국향온)’ 등의 사례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따라서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과거에는 주품마다의 전용 누룩이 있었을 것이고, 이름을 얻게 된 주품의 경우, 전용누룩을 만들어 술빚기가 용이하지 못하자, 흔히 사용하는 조곡으로 빚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만전향주’는 한약재를 넣어 만든 특수한 누룩 만전향국으로 빚는 술인데, 쌀 양에 비해 누룩의 양은 많이 사용되는 편이고, 상대적으로 물의 양은 적게 사용되는 2양주이다.
<수운잡방>을 비롯하여 <임원십육지>에 수록된 방문을 보면 쌀가루 1말을 끓는 물 3주발로 설익힌 범벅(죽)을 만들어 밑술을 빚고, 여기에 고두밥을 넣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수운잡방>과 <홍씨주방문>의 ‘만전향주’와 같은 방문은 ‘백하주’를 비롯하여 ‘삼해주’, ‘백화주’ 등 여러 방문에서도 목격할 수 있는바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밑술을 빚는 방법에서 적은 양의 물로 10배에 가까운 양의 쌀가루를 익혀야 하므로 세심한 준비와 요령이 필요하다.
쌀가루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익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쌀가루가 부분적으로 익는 상태가 달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실패를 초래하게 되는데, 산패 정도가 매우 심해진다.
따라서 <수운잡방>과 <홍씨주방문>의 ‘만전향주’에서 밑술의 범벅은 ‘반생반숙(半生半熟)’의 설익힌 것이긴 하나, 익는 정도가 전체적으로 균일해야 하고, 어떤 방문보다 특히 잘 치대어주어야 이상 발효가 되지 않고 정상적인 발효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운잡방>과 <홍씨주방문>의 ‘만전향주’는 덧술의 누룩 사용여부에서 차이가 있을 뿐, 술 빚는 과정은 동일하다. 때문에 별도의 가향재나 약재를 사용하지 않은 순곡 청주라고 할 수 있으나, 술을 빚는 과정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임원십육지>의 ‘만전향주’는 다르다. 주방문에서 눈여겨 볼 것은, 만전향국이 찹쌀과 진말 등 고급재료로 빚어진 누룩임에도 그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밀 누룩에 비해 결코 역가가 높지 않다는 사실의 반증이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임원십육지>의 ‘만전향주’는 덧술의 주방문이 앞서의 두 문헌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양을 최소화 하고, 술 빚는 방법도 형식적인 과정으로 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밑술의 맛이 쓰거나 거칠다는 것을 의미하며, 덧술의 과정은 술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다만, <林園十六志>의 ‘만전향주(滿殿香酒)’는 술빚기에 사용된 만전향국으로 인한 독특한 방향과 함께 매운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으며, 맑은 술을 얻기 위해서는 장기 저온 발효시켜야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滿殿香酒 <需雲雜方>
◇ 술 재료 ▴밑술:멥쌀 1말, 누룩 2되, 끓는 물 3사발
▴덧술:멥쌀 2말, 누룩 2되, 끓는 물 6주발
◇ 술 빚는 법▴밑술: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세말한다(곱게 가루로 빻는다).②물 3사발을 팔팔 끓여 쌀가루에 골고루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서 죽(범벅)을 쑨다.③죽(범벅)을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 차게 식은 범벅에 누룩 2되를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멥쌀 2말을 백세 하여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온전한 고두밥을 짓는다.②물 6주발을 팔팔 끓이다가 고두밥이 익었으면, (고두밥을 넓은 그릇에 퍼 담고) 끓는 물 6주발을 고두밥에 골고루 붓는다.③고두밥이 물을 다 먹었으면, (넓은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고) 고두밥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차게 식힌 고두밥에 누룩 2되와 밑술을 쏟아 붓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10일간 발효시킨 다음, 위가 맑아지면 술주자에 올려 짠다.
* 주방문에 “위가 맑아지면 술주자에 올려 짠다.”고 한 것으로 보아, 탁주라고 할 수 있다. 만전향곡으로 빚는 <林園十六志>의 ‘만전향주(滿殿香酒)’와는 재료비율과 방문은 같으나, 만전향곡으로 빚는다는 언급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일반 누룩(粗麯)으로 빚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 滿殿香酒方 <林園十六志>
◇ 술 재료 ▴밑술:멥쌀 1말, 누룩가루(만전향곡) 1근, 끓는 물 5~6되
▴덧술:찹쌀죽 1사발(찹쌀 5홉, 물 1되 5홉)
◇ 술 빚는 법 ▴밑술: ①멥쌀 1말로 술거리를 장만한다(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고운 가루로 빻는다. 끓는 물 5~6되를 쌀가루에 합하고 골고루 개어 범벅을 쑨 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②차게 식은 범벅에 누룩가루(만전향곡) 1근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③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여름철에는 술독 뚜껑을 덮고, 겨울철에는 베보자기만 씌워두고, 발효하기를 기다린다.
▴덧술:①밑술이 괴어오르는 시기를 맞추어 묽은 찹쌀 죽을 준비한다.②찹쌀죽은 찹쌀 5홉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 1되 5홉에 넣고) 퍼지게 끓여서 따뜻하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따뜻한 찹쌀죽 1사발을 밑술에 붓고 고루 저어준 다음, (술독을 찬 곳으로 옮겨 놓고,) 술이 익기를 기다린다.
<만전향주방> <居家必用>. 밀가루 100근, 찹쌀가루 5근, 파초향 반 냥, 백출 10냥, 백단 5냥, 참외 100개(향기롭게 익으면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즙을 짠다), 축사, 감초, 곽향 각각 5냥, 백지, 정향, 광령, 영향 각각 2냥 반, 연화 200송이를 받침을 제거하고 즙을 취한 것 등 9가지를 가루로 하여 밀가루를 넣고 즙과 같이 반죽하여 싸서 밟아 종이봉지에 넣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 둔다. 49일 후 사용할 수 있는데, 쌀 1말에 누룩 1근의 비율로 항아리에 담는다. 여름철에는 항아리뚜껑을 닫고, 겨울철에는 발효하기를 기다려서 묽은 찹쌀죽 1사발을 따뜻할 때 넣으면 달다. <居家必用>을 인용하였다.
◈ 만전향주 <홍씨주방문>
◇ 술 재료 ▴밑술:멥쌀 1말, 섬(섭)누룩 2되, 물 3사발
▴덧술:멥쌀 2말, 끓는 물 6사발
◇ 술 빚는 법▴밑술: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백번 씻어 매우 깨끗하게 하여 말갛게 헹궈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가루 빻아)한다.②쌀가루를 넓은 그릇에 담아 놓고, 물 3사발을 솥에 붓고 끓이다가, 뜨거운 물 1사발 정도를 떠서 쌀가루에 고루 붓고, 아이죽을 만든다.③솥의 물이 끓으면 아이죽을 합하고, 주걱으로 천천히 저어가면서 끓여 진흙같이 된죽이 (투명하게) 익었으면 그릇 여럿에 퍼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 식은 죽에 섬(섭)누룩 2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켜 익기를 기다린다.
▴덧술:①멥쌀 2말을 백세 하여(백번 씻어 말갛게 헹궈 건지고), 새 물에 담가 불렸다가(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다음,)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찐다.②고두밥에 (찬물을 뿌려서) 무르게 익히고, 끓는 물 6사발을 합한 후, 주걱으로 헤쳐서 고두밥이 물을 다 먹으면, 고루 헤쳐서 식기를 기다린다.③식은 고두밥과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차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 앉혀두고, 7일간 발효시키고 푸른 빛깔의 술이 올라오면 채주한다.
<만전향주> 백미 한 말 백세 작말하여 물 세 사발에 죽 쑤어 차거든 섬누룩 두되 섞어 넣었다가 칠일 만에 백미 두 말 백세 하여 하룻밤 담갔다가 익게 지어 끓인 물 여섯 사발을 밥에 섞어서 차거든 밑술에 섞어 넣어 칠일 후 술 위에 파래지거든 드리워 쓰라.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