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류시장의 동향과 각계의 대응과제
趙 聖 基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경제학 박사)
Ⅰ. 세계주류시장의 변화
소비자와 사회구조
술 소비는 우선 인구및 소득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이 마시고, 돈이 있어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치고 1인음주량이 소득수준과 관련성이 없는 국가는 없다. 즉,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술소비량이 늘어났다.
산업혁명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크게 증가하자, 스트레스도 함께 많이 늘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음주의 원인으로 등장하게되었다. 소득이 늘고 스트레스가 늘면서 술을 과거보다 많이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술을 특별한 경우에 마시던 것을 일상적으로 마시는 물질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술의 소비는 한계가 있다. 건강이 수반되어야 음주가 가능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술소비량 정보를 관찰해보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술 소비에 대한 능력과 욕망이 한계에 달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술소비량이 정체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소득수준이 늘어난 국가의 수가 늘수록 그러한 국가군에 편입되는 나라가 늘고 있다.
그같은 국가들에서는 술소비가 포화점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국가에서는 이제 소득이 더 늘어도 소비량이 추가로 늘어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세계시장의 술소비처이자 공급처가 최근 신흥국으로 대체되고 있다. 저개발국들 중 소득이 증가한 국가들에서 술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증가속도는 매우 빠르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시장규모 증가는 비약적이다. 바야흐로 술소비의 신흥국 시대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후발국이자 신응국의 전체 상황을 살펴보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류시장이 빨리 성장하고 있다. 주류시장이 최근 50-60년 동안 지속성장을 해 온 국가들 중에서 음주문제가 점차 커졌고, 그들 국가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술과 질병의 관련성에 대한 논문이 쏟아져 나오면서 음주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자 하는 경향성도 나타났다. 특히 매스컴이 음주건강의 위험 등에 대한 내용을 많이 취급하자 음주자들의 인식도 변했다.
특히 고도주가 건강에 더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고, 이에 각국 정부들은 고도주에 고세율을 적용하는 정책을 채용하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뒷이야기로는 주세회피의 수단으로 고도주를 만들자 고도주에 고세율을 부과했다는 견해도 있다. 어쨋든 주세의 부과는 1차적으로 국가경영의 재원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농업이나 전통적 영세업체들에 대한 지원 등은 정치적 이해관계와도 관련성이 크다.
선진국들 중 많은 국가의 1인당 음주량이 순알코올 10리터가 넘는 수준이다. 저도주를 생산하자 사실 소비자들의 음주량이 더 증가하고 주류업계의 매출도 신장하였다는 증거들도 생겼다. 우리나라의 소주 저도화 현상도 세계적인 저도화 경향에 동조할 수 있는 조건과 함께 나타났다. 더욱이 저도주는 주세율이 낮아 기업들도 선호하는 주류다.
종량세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주류업체들은 높은 주세를 피해 도수를 낮추기도 했고, 이에 가격도 낮아져 다시 소비자를 유인한 측면이 있다. 프랑스의 꼬냑은 와인 총량기준 주세제도를 피하고자 증류주로 개발된 것이다는 견해도 있으며, 일본의 발포주와 신쟝르도 마찬가지다. 높은 맥주 주세를 피해 개발된 술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날씨가 더운 지역의 저개발 국가들은 통상 장기 보관이 가능한 증류주 생산을 선호한다. 저개발국들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날씨가 더운 곳에 밀집되어 있다. 그곳의 민속주들 중에는 증류주가 많다. 그 저개발국들이 이제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신흥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대형업체들이 수출량을 늘리기 시작하였다.
신흥국의 고소득자들은 자국산 주류이외에 위스키, 맥주, 와인 등 서구의 수출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맥주가 특히 중산층들의 애호주종이 되고 있다. 따라서 수입맥주의 수요가 늘고 있다. 저개발국의 시장은 지금 시작상태이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술에 대해 세계적으로 예외 없이 중요한 변화, 그 현상은 무엇일까? 바로 여성 음주자들과 청소년 음주자의 증가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초 여성 음주자가 20% 수준이었는데 1990년대 후반에는 50%가 넘고, 2000년대 중반에는 이미 70%를 초과하였다. 남녀간의 격차도 사라지고 있다. 약 20여년이 지나는 동안에 여성 음주자가 남성음주자의 수준에 다가선 것이다.
여성들이 사회참여를 늘려가면서 소득을 직접 창출하게되자 경제적 자유도가 높아졌고 단순 음주자에서 다양한 종류의 주종을 선호하는 신흥 주류층을 형성하고 있다. 여성 음주자들은 통상 술 자체 보다 분위기를 마시고 상대적으로 높은 사교목적의 음주경향성을 보인다. 그래서 인구 전체적으로 볼 때에 스트레스형 음주자가 점차 늘었지만 여성들에는 개성형 음주자가 더 많다.
즉, 세계 주류시장은 저도화 경향 뿐 아니라 다양화도 매우 중요한 변화의 흐름이다. 여성들이 고급 증류주 이외에 와인을 선호하고, 증류주에 맛있는 탄산수와 주스 등 음료를 섞어 마신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선호주종이 더욱 다양하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 뿐만 아니라 저개발국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인구의 노령화 현상도 저도화에 기여하였다.
늘어난 노인층이 저도주를 선호할 뿐 아니라, 일부 청년층도 저도주 선호로 돌아서고 있다. 모바일 기기 보급이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층이 늘었다는 관찰결과가 늘고 있다. 독한 술을 동료들과 함께 마시며 스트레스를 푸는 산업성장 시대는 지나가고 즐기거나 쉬는 차원에서 음주를 하는 차별적인 음주방식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저도화와 다양화 현상은 그런 인구사회구조의 변화와 깊게 관련이 된다.
브랜드와 품질
세계주류 시장은 브랜드력이 강한 제품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 맥주나 프랑스 와인은 대부분 로컬시장에서 판매된다. 그들 제품 중 일부 브랜드 제품만 세계시장에서 팔리는 것이다. 영국 위스키, 프랑스 와인, 독일 맥주의 상당량은 사실 자국에서 소비된다. 지역주인 것이다. 업체의 대형화와 제품의 브랜드력이 합쳐질 때 비로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의 신흥 주류인 데낄라, 럼, 사께, 보드카, 카샤샤 등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력은 광고와 함께 그 시장력을 발휘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광고규제 강화주장에 민감한 이유는 분명하다. 새 시장을 개척하자면 브랜드력이 절실하다. 글로벌 시장을 차지하려면 브랜드 마케팅이 힘을 발한다. 그런데 광고가 막히면 어찌 브랜드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술을 선택할 때 품질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신뢰의 표지인 브랜드가 중요해진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서 지속성장이 가능한 자신의 시장을 확보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브랜드력은 그 때 생긴다. 술은 소비자가 반복 재구매를 통해 브랜드력이 더 발휘된다.
로컬시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구전효과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히 초기에 그런 기회가 적으니 브랜드가 더 힘을 발휘하게 된다. 글로벌화된 주류시장에서 브랜드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과 로컬시장의 시장법칙은 차이가 있게 된다.
글로벌 기업의 시장전략
과거의 술은 장인정신을 가진 생산자가 단일 주종을 오랜 세월에 걸쳐 제조하여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그 술은 주로 생산지를 중심으로 판매되었다. 물론 로컬시장도 업계에 중요한 시장이지만 일부 브랜드력을 갖춘 제품들을 가지고 글로벌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생겼다. 글로벌 기업들은 1990년대 인수, 합병의 과정을 거쳐 대형화되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인 디아지오나 페르노리카, 기린, 아사히 등은 브랜드력을 갖춘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다. 그들은 과거와 달리 취급하는 주종이 다양하고, 수익발생이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 진출한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등 후진국 시장에 다양한 제품들을 가지고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초기에는 위스키에 주력했지만 수요층이 중산층으로 확대되면서 저도주에 저가주인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점차 진출 제품군을 확대하였다. 후진국들도 예외없는 웰빙 추세가 나타나고 소비층이 다변화 되면서 이제는 와인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와인시장은 상대적으로 고가시장인데 여성 고객들이 그 대상이 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향후 몇 년간 후진국의 증류주와 와인시장이 전망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신흥국을 공략할 것을 준비하고 있다.
Ⅱ. 시장동향과 업계 시장전략
알코올 음용량과 시장변화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시장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 30여 년 동안의 주류 매출 통계를 추적해보면 출고량, 매출량이 모두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20년간 100% 순알코올로 환산한 알코올 음용량은 대체로 9리터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그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매출액은 늘었는데 순알코올 소비량은 정체하고 있는 이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알코올 소비량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역시 소주다. 소주의 매출량이 늘어나는데 동시에 순알코올량이 정체된다면, 이 지표는 우리나라의 주력 술인 소주의 저도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우리 시장에 15도 대의 저도소주가 출시된 것은 사실 오래 전이었다. 20년쯤 전인 1990년대 초반였다. 그 때 시장에 나타난 저도소주는 오래가지 못하고 생산을 포기했다. 그 당시에는 저도소주에 대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술은 상당기간 높은 도수를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고 다시 작년 말에 15도 소주가 탄생하였다.
세계적인 저도 선호추세와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저도화는 술 소비층과 소득수준의 다양화, 건강에 대한 인식증대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술은 특별한 맛과 향에 민감한 중국의 소비자들을 예외로 한다면 대체로 유사한 소비패턴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선진국의 맥주나 와인 위스키 등의 주류가 글로벌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것이다.
저도주인 맥주가 우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생산되어 소비량을 늘리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 후반이다. 특히 ‘88올림픽이후 그 판매량이 백만kl이상으로 급증했고 탁주의 출고량을 추월하였다. 그리고 FTA 등으로 시장개방이 구체화 되면서 13-15도대의 와인소비도 늘어났다.
와인과 유사한 도수의 약주가 시장점유율을 높인 것은 ‘90년대에 들어서다. 약주는 그 때 수요가 급증했다가 다시 감소하였으므로 사실 단기의 호황을 누렸을 뿐이다. 이는 약주 소비층이 근본적으로 부족했음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은 모두 다르다. 그 이유는 우리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과 향이 아니며, 다량 소비가 불가하다는 특징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의 소주 저도화 현상이 논란거리다. 과연 몇 도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인가. 2000년에 들어 20도대로 낮아진 소주가 19도, 16도로 점점 낮아지다 15도대 까지 내려간 것이다. 저도소주들의 시장점유율이 최근 5년 동안에 4%까지 늘었다. 소주의 저도화 현상이 더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다만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신다거나 탄산음료나 주스 등을 섞은 극저도 알코올음료의 시장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같은 현상들은 이제 술시장의 권력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옮아갔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술시장의 권력은 ‘90년대 들어 정부에서 기업으로 옮아갔고, 이제 기업에서 소비자로 옮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의 선호에 맞는 술을 제조 공급해야 만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공급하면 당연히 수요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우리 술의 세계화
우리 술의 세계화는 주류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장인정신 만으로 글로벌화가 되는 것은 아니며 외국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매칭이 가능한 주류를 개발하고 홍보하며, 필요한 유통경로를 확보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수출대상국의 규제를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사전적 준비도 물론 필요한 일이다.
기존에 우리나라는 가장 특징적인 전통주의 세계화 만이 세계화의 대상일 수 있다는 오류에 빠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깊이 재고해볼 일이다. 해도 되지 않을 일에 예산낭비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통주는 민속주와 농민주 등 특별한 경우만 전통주라는 편협한 정의를 가지고 있다. 즉 세계화는 국내산 주류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것이 옳다.
과연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술을 어떻게 변형해야 옳을 것인가에 대한 집중 토의가 필수적이다. 전통이란 무엇일까? 몇 년의 역사를 가진 주류가 전통주인가에 대한 의견은 일치되어 있지않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주요 주류는 대부분 한국의 전통 주류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제조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같은 생각을 연장해 보면 일부에서 격하시켜 평가하고 있는 희석식 소주를 예외로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술 중 가장 수출량이 많은 주류가 소주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주의 글로벌화도 아직 크게 미흡하다. 최근 하이트진로그룹에서 수출 1억불을 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과거에는 나라 전체에서 1억불수출을 축하한 일이 있었다. 이제 한 주류업체가 과거의 국가의 힘과 유사해진 것이다.
그러나 소주의 국제경쟁력은 아직 그다지 높지 않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비자의 제약이다. 소주의 해외소비자가 대부분 교포이거나 교포의 외국친구, 해외여행객에 국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 우리 술을 마셔야 참으로 글로벌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주와 달리 멕시코의 데킬라는 서구의 바에서 일반적으로 팔린다. 미국의 멕시코인 뿐 아니라 유럽의 식당에서도 메뉴에 진열되어 있다. 한국의 소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주도 이미 글로벌화 된 제품이다. 원료와 생산, 소비자측면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 변동 폭이 크지만 소주원료의 절반 쯤은 수입원료이다. 또한 소주가 미주와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고객만족도는 높다. 물론 고객만족도는 일반인들이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주는 우리 주류문화 속에서 호평을 받는 좋은 술이다. 수년간 측정한 소비자 만족도 수준이 매우 높다. 대체로 100점 만점에 75점 수준이다. 그 수준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세계적 제품들과 같은 수준이다. 소주에 대해 좋지않은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사실 소수이며 낮은 평가는 그들의 평가에 국한된다.
한국인은 술을 음식과 함께 마시는 반주문화를 가진다. 사실 우리 음식과 가장 적합한 술이 소주다. 물론 막걸리나 약주도 궁합이 맞는 술이 있지만 일사적인 음식과 맞는 것은 소주다.
조사결과를 보면 몇 년간의 자료를 모두 관찰하더라도 한국인은 술 하면 가장 먼저 소주를 생각한다. 오랜 세월동안 소주가 한국인의 희로애락 속에 깊숙이 들어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글로벌화 가능한 우리 술 중 하나가 소주라는데 이견을 다는 것은 객관적 의견이 아닐 것이다.
희석식 소주는 연속식 증류방식으로 생산한 고생산성 제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가로 판매되는 것이다. 쌀이 부족할 때 대체곡물을 사용하여 제조한 정책상의 필요에 기인한 산물이다. 소주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이다. 부담이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그 특징이 우리의 고도성장시대에 공급되었고, 이제 저품질의 증류주를 선호하고 있는 후진국시장에 침투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것이다.
소주도 중요하지만 세계화를 위해서는 고품질 고가의 증류주도 해외 고소득층을 타겟으로 시장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고품질의 증류주는 현지의 증류주나 서구의 위스키, 보드카 등과 경쟁이 되어 진출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세계화에 성공하자면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류의 확산 등 조건변화는 세계시장을 토대로 진출 가능한 단식 증류주를 선정해 볼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인삼주 등 증류주는 웰빙과 접대용 주류로서 해외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소비자가 원하는 요건을 갖추도록 국내 제품을 변형시키는 전략이 주류제품에서 필요한 일이 아니가 하다.
우리 술의 세계화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세계인들이 찾아와 우리 술을 마시게 하는 길과 우리 술을 들고 세계로 나가는 것이다. 최근 농식품부가 막걸리를 가지고 나가는 방식으로 세계화하겠다는 목표로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전통주 육성법을 토대로 막걸리 세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세계화 방식으로 채택한 막걸리나 전통주를 가지고 전세계로 나가는 방식은 당장에 성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현재의 전통주는 찾아와 지역에서 마시도록 하는 전략이 더 옳을 수 있다. 중국과 일본시장을 제외한다면 나가서 파는 막걸리는 일정량 이상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입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의 국내 전통주 시장은 탁주를 합쳐도 5%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에 탁주를 빼면 1%도 안 된다. 가격도 높고,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유통망도 제대로 못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 조건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않았다. 자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술이 세계화에 성공하기는 어렵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사고의 틀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맥주의 성공을 벤치마킹하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개념적으로 막걸리는 비어(beer)다. 비어는 곡물을 발효한 술이다. 어떤 경우에 막걸리를 쌀로 만든 와인(rice wine)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사실 비어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분류라고 생각한다. 와인은 과실을 발효시킨 술이 아니던가.
막걸리는 많은 경우 아직 영세 업계에서 제조하는 경우가 많으며 맥주와 같이 발전된 제조공정을 경유하지 못하거나 장기간 보관 가능한 기술로 발전하지 못한 것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즉, 조건을 갖추도록 발효, 저장, 보관, 유통 등의 프로세스를 보다 선진화한다면 막걸리가 해외의 맥주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파급된 웰빙주류 시대에 배가 불러 많이 마실 수 없는 막걸리가 적정음주라는 목표달성도 손쉬운 주류로 각광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사케가 세계진출이 가능했던 조건 중 일식집의 세계화를 전략으로 채택했던 일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쇼추도 일본 국세청을 중심으로 거점도시를 선정하고 집중적인 마케팅 지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해외의 주류수요를 그 나라의 음식문화과 무관하게 성공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외로 수출하는 세계화 제품으로 희석식 소주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것을 권유해 보고 싶다. 삼겹살이나 고기류, 찌개류 등 한식과 잘 어울리고, 가격, 품질, 등 진출조건을 갖춘 소주가 현지의 유통망, 외교적인 노력, 한류전파 등과 합쳐져 세계진출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세계화 대상 제품으로는 인삼주 등 이미 한국적 칼라가 분명한 주류, 이미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저가 고품질 제조가 가능한 소주, 그리고 비어의 한 유형으로서 필요한 조건을 갖추도록 제조, 저장, 유통단계를 개선한 막걸리 등을 선정하고, 정부, 업계가 보다 전략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업계의 시장전략
국내 업계가 발전하려면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모가 중요한 과제다. 소주와 맥주도 막걸리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내 주류의 총수요는 정체 중이지만 머지않아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출산율의 저하, 해외 주류수입증가 등으로 내외 요인이 급변하고 있어 국내업체간 경쟁이 강력해질 수 밖에 없다. 수요 한계의 대안은 해외진출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는 업체 간의 인수, 합병이다. 오래 전부터 국내업체간 인수합병이 간헐적으로 진행되었고, 해외업체의 진출도 있었다. 자본의 논리와 시장의 논리가 분명 주류시장에도 작동한다. 인수합병은 정부의 규제완화 추세와 함께 더 진행될 것이다.
과거 국내 주류시장의 규범은 대체로 자신의 시장 및 규모 등 기존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업계의 변화가 적었다. 최근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규제완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제조 뿐 아니라 도매업의 규제완화도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주류시장을 무한경쟁 상태로 변화시켜 효율을 높이자는 게 현 정부의 방침이다.
전통주의 경우 주세를 낮게 부과한다거나 시장확대를 위한 박람회 개최, 소비자 대상 전통주 학교의 설립 등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경제규제는 완화, 보건관련 및 마케팅 관련 규제가 늘고 있는 것이 대세이다.
술은 인간의 이성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물질이고, 그것을 생산유통하는 곳도 그러한 소비의 상황과 연결선 상에 있다. 특히 50년 이상을 규제해온 시장을 일시에 여는 데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자유가 효율을 낳는다는 교과서적 발상만으로는 무리가 따르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지역별 자도주 소비층이 있다. 그렇지만 규제를 풀게 되면 오래 못 가 질서가 급변할 것이다. 자율화가 질서를 파괴할 것이라는 예측은 대부분 맞다. 소주의 자도주 고객충성도도 소비자의 선호변화에 대한 업체의 대응과 유통업의 장악역량 등에 따라 변화한다. 또한 새로 진입한 기업의 노력에 시장혼란 발생도 자명한 일이다. 이윤추구 행동에 인간의 정서는 금방 변동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정책 방향에 따라 경쟁구도가 크게 변할 것이다. 제조와 유통 모두가 해당한다. 주류업체들은 술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고객충성도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기업 자체에 대한 고객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에 성공해야 시장을 안정성으로 유지할 있을 것이다. 사회적 책임과 환경, 안전 등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잘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기업과 주종의 이합집산이 진전되고 시장의 복잡성은 증폭될 것이다. 업체의 해외진출은 이러한 국내시장의 위기를 극복하자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다. 현재 국내 주류업체간 경쟁이 심하지만 향후 더 심해질 것이다. 전문경영자들의 경우 더 다양한 방법을 택해 치열한 경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진출 기업의 시장성공도 단기적인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독일도 9개사 정도, 영국 위스키도 8개사, 와인도 프랑스의 일부산지 출시분 정도가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 많은 업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성공적인 업체는 사실 소수가 된다. 그것이 시장의 논리가 아닌가. 해외투자는 리스크가 수반하게 되고, 거대자본이 경쟁을 벌이는 일이어서 시장을 넓히는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수출 노력은 해야 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소주와 맥주업체들이 해외로 나서는 일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소규모 자본으로 경영되고 있는 전통주 업체들의 경우 더욱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대기업들과의 연결방식이나 공동 마케팅 활동, 현지 지역의 제조 또는 유통업체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할 일이다.
Ⅲ. 이해관계자들의 대응과제
주류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크게 변하고 있다. 다양화, 다각화, 소비자 선호변화, 경쟁심화, 규제완화와 시장경쟁, 국제사회의 건강중심 개입, 환경경영과 업계의 사회적 책임 등의 코드가 지적된다. 업계, 정부, 협회는 이에 각각 주도면밀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업계의 대응
업계는 저성장과 높은 경쟁시장에서 변화하는 소비자에 동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각사의 상황에 맞추어 해외진출도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경영혁신과 기술혁신이 요구된다. 소비자들에 대한 밀착 분석은 물론 경영, 마케팅과 생산기획의 관계 긴밀성, 신속성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기구들과 정부가 보건 및 환경규제를 강화할 것이 예상되므로 사회적 책임경영 차원의 사업에 과거와 달리 나서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사회윤리차원의 사업이 아니라 전략적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제품기획에 그 내용을 구체화 할 것이 필요함은 물론 미래시장에의 지향성을 가지는 일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래의 경영은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현재 시장에서의 과당경쟁 상황에 대해 자율규약 등의 대책을 선택하여 정부개입 이전에 스스로 개선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제 비정상 경쟁상황을 용인하는 사회분위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와 사회의 다각적인 개입에 미리 대처하고, 또한 개입이 불필요한 경우에 대해 과학적 논리로 무장하고 대응해야 실효성이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주류산업에 대한 외부의 개입이 불가피질 것이다. 소비자 건강과 시장의 안정에 대한 국내외적 요구가 계속 제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응
업계만의 힘으로 산업이 발전할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주류산업이 전통적인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영세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하지만 일정규모 이상이 되면 지원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소위 세상이 평평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국세청과 멕시코 정부가 일부 지원을 하지만 적극적이거나 일반적인 지원이라고 보다 특수한 사례다. 독일도 농가에 증류기기를 지원하고 산물을 국가가 구매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유럽국가간 교역자율화로 언제까지 그 지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산업발전을 위한 제도개선에는 나서야 하지만 산업에 대한 직접지원은 원리상 한계가 있다. 그것이 글로벌시대 정부와 산업의 관계를 설명하는 코드다. 농가 지원차원에서 농식품부가 술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 일도 한계는 분명할 수 밖에 없다.
주류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정책지원은 사실 중소기업이거나 지방의 활성화 차원에서 일시적이거나 부분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상태와 FTA의 진전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특별한 지원은 정부 보다는 각 주류협회가 담당해야할 역할 이 될 것이다. 그간의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는 지원이라기보다는 규제였다. 오늘날의 소주와 맥주의 고생산성성과는 그로 인한 것이다. 규제가 산업의 성장을 낳은 것이다. 정부지원이 있어도 발전이 쉽지 않은 경우는 전통주의 경우다. 전통주 부문은 이미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한 것이다.
그래도 각국 정부는 자국의 종합적 시장상황을 보고 정책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갑작스레 규제를 전면 완화할 때 덤핑, 리베이트 등 불공정거래 발생, 저질 주류출하, 저가경쟁으로 인하 소비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오랜 기간 규제 즉, 보호 하에 있었고, 유사제품으로 시장경쟁에 나서 과다한 유통경쟁이 심한 우리 상황으로는 그러한 예상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일국의 주류정책의 변화는 간단치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류정책은 일단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옳다.
예를들면 일반적인 시설 규제완화 정책도 당장에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고, 특정 분야의 소비규제를 제외한 규제강화도 시의적절치 않다. 주류행정의 다각화도 위원회 등의 제도로 보완하지 않을 때 편익보다 비용이 클 것이다.
다만 첨가물 등 소프트웨어 차원의 규제완화, 글로벌 사회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글로벌화나 환경관련 세제지원은 적극 검토해야 할 일이다. 케인즈의 말대로 장기에 우리는 모두 죽는다. 장기를 기대하고 단행하는 정부의 단기처방은 주류에 관한한 옳지 않다.
협회의 대응
21세기 초엽에 각각의 주류협회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업계의 시장경쟁이 강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해지고, 시장혼란이 발생할 때 시장조정자가 바로 협회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정부의 역할이 협회의 이전하게 됨이다.
우리 주류업체들은 오랜 기간 정부의 엄격한 규율 하에 경영해 왔다. 이는 보호된 측면도 물론 있다. 시설투자, 원료구매, 첨가물관리, 안전관리, 가격결정 등에도 행정지도가 작용하였다. 이제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그러한 변화를 관리할 때 높은 수준의 대응이 필수적이다.
그러니 업계의 대응과 정부의 정상적 정책운영을 위해 정보제공자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야 하는 곳이 협회이어야 한다. 제조업협회, 유통업협회, 전통주 협회 등이 그러하다. 규제위주로 집행을 해 온 정부와 수동적으로 주어진 조건에서 사업을 해 온 업계도 마찬가지다. 모두 위기관리 역량이 미흡하고 정보도 부족하게 되었다. 이 간격을 메우는 곳이 협회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세계보건기구나 정부의 관련 부처 등은 앞으로도 나름대로 산업과 시장에 개입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 이해관계 조정과 정책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을 협회가 잡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전문성이 대부분 협회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별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거나 정부가 담당하기에 이젠 정보력 등의 한계가 있다. 업계의 공동 대리자인 협회가 복잡하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서 해결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오랜 기간동안 각각의 협회들이 많은 일을 해왔지만 향후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주류산업의 발전은 이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나서서 현명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는 업계는 물론 정부와 협회, 소비자들 까지도 함께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