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 물럿거라 ‘不淨 탄다’

金元夏의 취중진담

 

어여 물럿거라 ‘不淨 탄다’

 

 

초가삼간이라도 빠지지 않고 놓여 있는 것이 장독대다. 장독대에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이 담겨져 있는 항아리들이 즐비하고, 간혹 새끼줄로 금줄이 쳐진 장독도 있다. 이 독은 필시 갓 담근 장이 들어 있을 것이다. 갓 담근 장독대에 금줄을 치는 이유는 부정(不淨)타지 않고 장이 잘 뜨라고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장은 한 가정에서 주식만큼이나 귀하고 중요했기에 담글 때부터 조심했고, 정갈하게 유지해 왔다. 간혹 어머니가 자식 잘되라고 치성(致誠)을 드릴 때도 장독대에서 한다. 이는 장독대는 그 만큼 깨끗함이 유지되고 있는 장소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장독대를 만나기가 어렵다. 가정에서 장을 직접 담가먹는 가정이 드물기 때문이다. 아파트 때문이겠지.

요즘은 보기 어려운 광경인데 아파트 같은 집단 거주 형태가 아닌 독립형태의 집으로 살던 시절 어떤 집 대문에는 금줄이 걸려 있다.

어린 시절 금줄을 보고는 이상하게 여겼지만 철이 들면서 이 금줄이 말하고 있는 의미를 알고 나선 마음속으로 축하를 보냈다.

금줄은 부정을 막기 위해서 집 대문이나 길 어귀에 걸어두는 새끼줄이다. 일반적으로 집안에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거나 중요한 제의를 준비할 때 집 대문의 양쪽 기둥 사이에 걸어둔다.

금줄을 걸어두는 기간은 삼칠일(21일) 정도인데 금줄은 왼 새끼를 사용하고,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숯과 종이, 성별에 따라 남자아이는 빨간 고추를 여자아이는 숯이나 솔가지를 함께 엮어 걸어둔다.

금줄의 가장 큰 의미는 ‘금지’이다. 상갓집과 같은 궂은 장소에 다녀온 사람이나 몸이 아픈 사람 등 새로운 생명에게 자칫 해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시다.

집에서 아이를 낳던 시절 산후 조리원 같은 신생아만을 위한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외부의 나쁜 균이나 불길한 것들로부터 태어난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금줄을 걸어두었다.

출산 후 삼칠일(三七日)간 금줄을 걸어두는 이유는 숫자 七은 좋은 기운이 있는 숫자라고 여겨졌고, 숫자 三은 하늘·땅·사람을 담는 음양의 조화가 완벽한 숫자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달아놓은 물건을 통해서 태어난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알 수 있었던 시절에서 이제는 낳기도 전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또 쌍둥인지를 알게 된 세상이 되었다. 삼신할매가 점지해 놓은 아기의 성별을 미리 안다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닐 텐데….

부정 타는 것에 가장 민감할 때는 마을 당산제(堂山祭)를 지낼 때가 아닐까.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 신에게 마을의 풍요와 평안 등을 기원하는 마을제사를 아직도 일부지역에서는 지내고 있다.

어떤 당산제에서는 제관으로 선정되면 제사 3일 전부터는 부부간의 동침을 금하며, 궂은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고, 궂은 곳을 가서도 안 된다고 한다. 어떤 당산제에서 제관은 3일간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곳도 있다.

제관은 목욕재계(沐浴齋戒)는 필수다. 이 모두는 행위는 부정(不淨)을 타지 않도록 함이다.

해군이 지난 7월 28일 여군의 잠수함 승조를 허용키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잠수함은 첨단 과학이 동원된 집합체다. 그런데 이런 잠수함을 운영하는 해군은 미신에 민감한 곳도 없다.

해군이 발행한 홍보 책자에 ‘함정 금기 사항’이 소개돼 있다. 우선 함정 번호에 숫자 ‘4’를 쓰지 않는다. 6·25전쟁 당시 4 자가 들어간 배가 작전 중 침몰한 데다 우리 전통의 4 자 기피 현상이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항해 중 휘파람도 금기다. 배에서 휘파람을 불면 바다의 신을 노하게 해 폭풍우가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한 관습을 따른다고 했다.

배에 관한 미신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여성이 타면 부정 탄다는 것이다. 여성이 타면 뱃사람이 다치거나 배가 난파된다는 믿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어졌다. 미국이 해군사관학교에 여성 입학을 허용한 것이 1976년이고, 500년 역사의 영국 해군도 2012년에야 첫 여성 함장을 배출했다. 1999년 여성의 해사 입사를 허용한 우리는 2020년 첫 전투함장을 배출했다. 지금은 미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 함장도 여성이다.

왜 뱃사람들이 여성을 터부시 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이제 그런 미신은 타파되어야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소금은 균을 박멸하는 기능이 있어서인지 부정을 탔다고 여겨지면 소금을 뿌렸다. 소금을 뿌렸다고 부정 탄 것이 소멸되지는 않겠지만 그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 하는 행위나 들이나 산에서 식사 전 ‘고시레(또는 고수레)’를 하는 것 모두가 나를 위함이 아니겠는가.

고시레 역시 사전에 부정(不淨)을 예방하기 위한 행위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다. 나쁜 기운이 스며들지 못하게 금줄도 치고 고시레라도 해야 될 것 같다.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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