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사람들이 술 마시는 법(3)

임진강 사람들이 술 마시는 법(3)

 

박용수(연천양조 대표)

 

숭의전 제례의식

 

각종 제례의식에서 행사의 절차를 순서대로 낭독하여 의례를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홀기(笏記)라고 명칭한다. 이것은 제례의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역할로 사용하고 있다. 숭의전의 홀기는 해방 후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후 1970년대에 전각을 복원하여 제례를 봉행하였는데 이때의 의례절차는 성균관의 문묘제례의 형태를 취하였다고 한다. 이 후 숭의전보전회에서 고려태묘 친향의를 복원하기 위하여『고려사 예지』를 근거로 고려태묘 친향의로 복원하여 지금의 홀기를 개정하였다.

 

그러나 2018년의『숭의전 제례복원 학술연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사 예지의 고려 태묘 친향의의 홀기도 정확하지 않다고 하며, 행례를 올바르게 봉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홀기도 연구를 더하여 새롭게 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사는 세종 때에서부터 문종 때까지 정인지 등이 주도하여 고려의 역사를 기록한 137권의 방대한 자료로 그 중 예지(禮志)가 11권으로 분량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이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에서도 조선시대에서도 예를 얼마나 중시하였는 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예를 중시하는 조선의 건국주체들의 유학 이념에 따라 기술한 결과로 이해된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예지의 서문은 고려의『상정고금례(詳定古今禮)』를 바탕으로『주관육익(周官六翼)』,『식목편록式目編錄』,『번국예의蕃國禮儀』등의책을참고하여 길(吉)․흉(凶)․군(軍)․빈(殯)․가(嘉)의 오례(五禮)로 구분하여 편찬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점은『고려사』예지가 고려시대 의례의 대부분을 해당 시기의 각종 문헌을 근거로 정리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조선시대에 들어와 강화되고 있는 유교 이념을 중심으로 고려의 제반 의례들을 편성했음도 보여준다. 따라서 조선의 관점에서 유교에 바탕을 둔 의례가 주가 되고, 불교나 도교 등의 비유교적 의례에 대해서는 소략하거나 수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종교의례가 치뤄지는 현대에서는 유교적 제사의식은 점차 쇠락하고 있고 비유교적인 의례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다시 고려시대의 제례의식을 살펴보고 그 뜻하는 바를 살려낸다면 그러한 복원 자체가 현 시대에 많은 시사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문헌으로 보면 나라의 제사를 대중소의 3등급으로 나누었는데 종묘와 사직 및 제천 의례는 삼국시대부터 있었고 그 내용은 불교와 도교 및 토속 신앙 등이 결합된 삼국 각자의 독자적인 입장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근원을 유추하여 보면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것을 알 수 있고 국가의 형태로 체제가 정비되는 삼국시대에 와서 대사, 중사, 소사의 국가의 제사 체계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 와서 당(唐)의 의례를 기반으로 한 국가 의례를 정리하기 시작하여, 최윤의(崔允儀)의『상정고금례(詳定古今禮)』50권으로 집약되었다.

대중소사(大中小祀)의 제례의식은 예전의식, 행례, 예후의식의 3단계로 진행되는데, 예전의식은 행례의식의 전에 진행하는 것으로 제수를 제상에 진열하는 진설과 예복을 입는 절차와 제관과 집사들이 정해진 자리에 나아가는 것까지 이고, 행례는 헌관이 폐백과 술잔을 올리고 음복과 축문과 폐백을 태우고 행례의 행사를 끝내면, 예후의식으로 환복하고 참가자들이 음식을 나누는 음복으로 제례를 모두 마치게 된다.

숭의전의 제례의식도 국조오례의의 규정에 따라 진행하기에 이와 유사하게 치뤄진다.『숭의전 제례복원 학술연구 결과보고서』에서는 숭의전 홀기(笏記)를 기준으로 전례의 세부 절차를 아래의 표와 같이 정리하였다.

숭의전 제례 순서

대절차 세부절차 내용 담당 : 예전의식 진설(陳設) 제수를 제상에 진열하는 절차 참봉.

▴환복(換服) 헌관과 집사가 예복을 입는 절차:숭의전보존 위원회.

▴분정(分定) 각 제관이 맡은 역할을 알려주는 절차:숭의전보존 위원회.

▴입취위(入就位) 행례를 시작하기 전에 제관·제집사들이 정해진 자리에 나아가는 절차 알자 행례(行禮) 영신례(迎神禮) 알자가 행사의 시작을 헌관에게 고하고 전사관이 모혈 의식으로 신을 맞이하는 절차:전사관.

▴관창례 (祼鬯禮) 관세(盥洗) 행례 전 몸과 마음을 정결 하게 하는 절차 초헌관.

▴삼상향(三上香) 향을 세 번 살라 의식을 신위에게 알리는 절차 초헌관.

▴헌폐(獻幣) 폐백을 신위전에 올리는 절차:초헌관, 축관.

▴궤식례 (饋食禮) 봉조관이 조를 신위전에 올리는 절차 봉조관.

▴헌례(獻禮), 초헌(初獻), 독축(讀祝):초헌관이 첫 번째 술잔을 올리고 축관이 축문을 읽

는 절차. 초헌관, 축관.

▴아헌(亞獻) 아헌관이 두 번째 술잔을 올리는 절차 아헌관.

▴종헌(終獻) 종헌관이 세 번째 술잔을 올리는 절차 종헌관.

▴분헌(分獻) 분헌관이 배신청 신위전에 술잔을 올리는 절차 분헌관.

▴음복례(飮福禮) 초헌관이 음복을 하는 절차 초헌관.

▴철변두(撤籩豆) 축관이 변두를 옮기는 절차. 축관.

▴사배(四拜) 모든 참사자가 일동배례를 하는 절차 참사자.

▴망료례(望燎禮) 제례에 쓰인 축문과 폐백을 태우는 절차.

▴초헌관예필(禮畢) 알자가 행사의 끝남을 헌관에게 고하는 절차 알자.

▴예후의식(禮後儀式) 환복(換服) 헌관·제집사가 예복을 벗는 절차:숭의전보존 위원회

일반 음복 참가자들이 음식을 나누는 절차 참사자.

숭의전 제례의식은 고려사 예지를 따랐다고 하고, 분헌관이 배신청 신위전에 술잔을 올리는 절차가 더 추가되어 있는 점이 다른 종묘나 시조묘의 제례의식과 차이가 있다. 이렇게 제례의식을 꼼꼼하게 살펴 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고 기록적 가치도 있기에, 필자는 개략적으로 나마 숭의전 제례의식을 설명하였다.

사실 필자가 이번 글에서 천착하고 싶은 부분은 제사를 핑계로 술과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필자의 이전 글에서는 제사에 쓰이는 술과 그 술을 빚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 았기에, 이번 글에서는 오제삼주에 대해서는 간략한 설명으로 가름하고자 한다. 그리고 오제삼주와 그 술들을 담는 그릇들, 사람들이 술을 어떻게 마시는 지 행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박용수

필자 : 박 용 수

▴(현)연천양조 대표이사▴(현)백학아이티 대표▴숭의전고려종묘제주제조자 지정(2021)▴전통주 주예사(2017)▴막걸리학교 수료(2015)▴넷크루즈 전무(소프트웨어 개발)▴S/W특급기술자▴CISA(국제정보시스템감사)▴동국대학교 졸업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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