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데스크칼럼
지은 죄만큼 거둔다
“저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을 포기하지 마세요”
102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지난 2일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열림원) 신간을 출간 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제 나이가 100살을 넘어서니까,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100살이 넘는 동안 행복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아요. 네. 저는 행복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을 만들었고, 그렇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았죠.”
그러면서 ‘건강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 교수는 두 가지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100살 넘도록 사는 사람 가운데 내가 아는 사람이 7명이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는 하나같이 욕심이 많지 않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남 욕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아름답게 사는 것이 건강 비결이 아닌가 해요. 먼 미래 얘기 같은가요? 여러분들도 곧 그렇게 됩니다.(웃음) 이 말은 귀담아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기사를 보면서 100살까지 살기가 그렇게 어렵지도, 그렇다고 쉽지도 않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장수를 꿈꾼다. 이 또한 욕심 인지 모르지만…남이 보기엔 인생 살만큼 산 나이인데도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고, 몸에 좋다는 음식은 다 찾아 먹는다. 그러면서 너무 오래 살아서 죄라고 한다. 인간이 갖는 욕심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돈 많이 버는 것과 장수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김 교수의 지론과는 배치되는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장수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재산이 차고 넘쳐나도 베풀기는커녕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발버둥을 친다. 죽을 때 가지고 갈 돈도 아니면서 돈에 집착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은 휴지 모아 판돈으로 기부도 하는데 말이다.
욕심이 많기론 정치가들을 빼놓을 수 없다. 표를 얻기 위해선 무슨짓이라도 하려든다. 김 교수는 남에게 욕하지 말라고 하는데 정치가들 중 못된 정치꾼들은 남을 헐뜯고 없는 말도 있는 것처럼 꾸며서 모함을 하는 것을 일상화 한다. 이른바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린다. 이런 사람들 자식 보기엔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새벽까지 술 마셨다면 당장은 혹하는 기사일 것이다. 그러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믿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이런 가짜 뉴스를 국회에서 떠벌이는 국회의원이 있다는데도 소속 정당의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려고 한다. 팬덤정치를 하는 이유다. 김 교수가 보긴엔 참으로 한심한 군상이라 여길 것이다.
시장잡배들이 그렇다면 그럴연히 하겠지만 소위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신성한 국회 안에서 그런다. 면책특권인가 하는 것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국민들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면책특권자라고 해도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언사를 퍼부었으면 형사적인 책임은 없다고 해도 양심적으로는 죄를 짓는 것이다. 당장은 처벌을 받지 않아도 죄를 지으면 언젠가는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국회의원들이라면 아마 차기 총선에서 표를 받지 못해 금뺏지가 날아갈 것이다.
대구시 홍준표 시장이 최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지은 죄만큼 거두는 게 인간사”라면서 “그래서 권력은 시간이 지나면 텅 비는 모래시계와 같다고 했다”라고 일갈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데 대한 회답성 견해였다.
또 터무니없는 질의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을 욕먹이게 하려 했던 김의겸 국회의원은 자신이 폭로(?)한 사건이 새빨간 거짓으로 판명되자 11월 24일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고 말한 당사자가 경찰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면서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사과가 아닌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자 전문가들은 “사과가 아니라 비겁하게 상황을 모면하려는 꼼수”라며 “실패한 사과의 공식을 모두 갖춘 최악 사례”라고 말한다. 사과의 원칙은 ①누구에게, 무엇이 미안한지 대상과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②조건 없이 ③단순한 유감 표현을 넘어서서 책임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내가 잘못했다’고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정치인이 자주 범하는 ‘최악의 사과’는 “만약 ~그랬다면 사과한다”는 조건부 사과다. 조건부 사과는 ‘책임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덕은 닦은 데로 가고 죄는 지은 데로 간다’는 말이 있다. 남에게 덕을 베푼 사람은 베푼 만큼의 덕이 자기에게 돌아오게 되고, 죄를 지은 사람은 지은 죄만큼의 벌을 받는다는 말이다. 모든 강물을 모아도 바다를 다 채우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도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법이다.
우리 같은 소시민들 사이에서도 “죄 짓고는 못산다”거나 “죄 값을 치른다”는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살아간다.
입으로 내뱉는 말이 화살보다 무서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교통정보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