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의 다양한 시도를 생각해본다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

 

막걸리의 다양한 시도를 생각해본다

 

올해도 벌써 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아쉬운 것 많은 한 해다.

올해는 우리술 업계에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최근의 막걸리 분위기를 보면 ‘파네졸’ 덕분에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하다가 지금은 현상 유지를 하는 듯 보인다. 물론 수출량을 살펴보면 계속 증가 추세인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막걸리 판매량이 줄어든다면 수출로 이익을 보는 몇몇 업체를 빼고 대부분의 영세 업체들은 또다시 판매에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물론 많은 방법이 있고 다양한 얘기도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품질 고급화와 다양한 막걸리의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품질 고급화나 다양한 막걸리 생산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양조장은 쌀막걸리를 만들면서 소량의 구색 맞추기식 제품으로 고급 제품이나 다양한 막걸리를 만들어 왔다.

거의 모든 양조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쌀막걸리다. 국내 막걸리 양조장은 5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대표 막걸리업체 몇 곳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대부분은 지역에 기반을 둔 아주 작은 양조장들이다. 이 양조장들끼리 경쟁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제품의 품질을 얘기하기보다 원가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기 쉽고, 또 그런 현상을 지금도 쉽게 목격하곤 한다. 그렇기에 이제 지방 양조장들은 틈새시장을 만들어 이를 확대해가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일례로 품질 고급화를 말하자면, 우선 용기를 플라스틱에서 병으로 교체해야 한다. 기존의 플라스틱 용기로는 고급화 전략으로 가기 어렵다. 물론 유리병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생막걸리의 위험성, 단가의 상승 등의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들을 알기에 생막걸리는 냉장유통을 통해서, 단가 상승은 품질 고급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다양한 감미료의 사용을 통해 기존과 다른 맛을 추구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생산되는 막걸리의 대부분은 특정 감미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종 제품들의 맛이 거의 비슷한 듯 느껴진다. 물론 제조방법이나 급수율 등 맛에 변화를 주는 요소는 많지만, 최종 단계에서 감미료로 맛을 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까닭에 감미료를 다양화하거나 혼합해보는 방법도 괜찮은 듯하다. 더불어 감미료를 넣지 않은 제품도 생각해봐야 한다. 제품의 고급화를 위해선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맛을 내거나, 단맛이 없는 드라이한 상태의 순수 쌀과 발효의 맛이나 향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생산돼야 한다. 올해 ‘우리술 품평회’에선 부원료가 들어간 제품이 대상을 받았다. 품평회에서 막걸리 부문만 본다면 지금까지 순수한 쌀이 들어간 제품들이 대부분의 상을 받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평가를 담당한 심사위원들이 쌀 이외의 부원료가 들어간 제품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첨가물이 들어간 막걸리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크게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허브를 넣은 막걸리나 다른 농산물을 이용한 막걸리, 인삼이나 산양삼을 넣은 막걸리처럼 기존 쌀 제품과 차별성을 가지려는 막걸리가 많이 등장했다. 이는 기존의 향료를 이용한 제품들로 타격을 입은 부원료 막걸리에서 제대로 된 원료를 사용해 막걸리를 만드는 시장이 생겨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주세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 지금은 다양한 막걸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그 변화의 폭은 넓지 않다. 조만간 일본으로 수출하는 막걸리에는 열대과일이 들어가고 알코올 도수도 4%로 낮다. 이것은 기존에는 없었던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이 제품은 철저히 일본시장을 보고 만든 것이다. 일본시장에는 맥주에 과실을 넣은 제품도 있기에 충분히 승산 있다고 판단해 생산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 제품을 보고 막걸리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이것은 그 나라의 기호에 맞춘 다양한 제품 중 하나로 봐야 한다.

지금의 포화된 시장에선 새로운 제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기존 막걸리의 모습과 다를 순 있지만 더 이상 시장이 증가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막걸리의 변신을 꾀해야 한다. 막걸리의 본질을 훼손한다 생각지 말고 다양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막걸리의 생명력을 길게 하는 일이라 생각했으면 한다.

지금 우리의 술들은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 다양한 수입주류들이 더 낮은 가격으로 들어오면서 와인뿐만 아니라 맥주나 기타 다른 제품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막걸리는 지금부터 이 같은 술들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한다. 막걸리는 우리 농산물이 들어있는 우리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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