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여행 산업

응답하라, 여행 산업

 

임재철 칼럼니스트

 

최근 중국이 위드코로나에 합세하는 등 국경이 다시 열리자 국내외 항공업계나 여행업계가 다시 바빠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침체됐던 관광산업이 마침내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의 증가로 인해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면 업계가 분주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지난달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와 비자발급 제한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며 사실상 국경을 걸어잡궜다. 중국 정부 역시 한국의 중국발 방역 규제 강화에 반발해 지난달 10일부터 한국인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했고, 한국의 차별적인 입국 규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밝히는 등 갈수록 양국의 방역 갈등이 외교 신경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을 막기 위해 지난 3년간 금지했던 자국민 해외 단체여행을 2월6일부터 재개했다. 다만 단체 여행이 가능한 나라를 태국, 스위스 등 총 20개국으로 전제하며,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방역 갈등을 빚고 있거나 규제를 강화한 나라들은 대상 국가에서 제외했다.

 

즉 중국 문화여유국은 2월6일부터 중국 내 여행사들이 중국인을 위한 해외 단체여행 및 에어텔 상품을 시범 판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 후 몇 시간 만에 700여개의 단체 여행 상품이 출시되었다. 중국내 여행사들은 이에 앞서 2023년 춘제(春节·음력설) 연휴 기간(1월 21일~27일)에도 중국 내 인기 해외여행 지역인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일부 개별 관광객을 출발시켰는가 하면 단체여행객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문화여유국은 또 춘제 연휴 기간 자국 내 관광객이 3억 800만 명(연인원 기준)에 달해 전년 동기보다 23.1% 늘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관광 수입은 3758억 4300만 위안(약 68조 6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어 중국 정부가 이번에 해외 단체여행까지 허용함에 따라 중국 국내에 머물던 여행 수요가 이제는 해외로 대거 눈을 돌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렇듯 빗장을 풀어 활짝 열어 제치자 해외여행 시장의 큰 손인 중국인의 해외여행 증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내외 여행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말하자면 각국이 중국인 여행객(유커)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국경을 걸어 잠근 우리나라의 경우 3년간 기다려온 유커의 ‘보복소비’를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한국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올 들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국경을 재개방하는 등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설 연휴 기간 동안 해외여행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1만 배 늘었다. 그러니까 치솟는 물가와 에너지 비용, 금리인상 등 최근 주머니 사정을 옥죄는 다양한 변수에도 많은 국가에서 여행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며 소비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해외여행자 수가 코로나 이전의 95%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왔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1월 세계 관광 지표를 통해 올해 해외여행자 수가 팬데믹 이전의 80~9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태평양 여행 회복, 경기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예측이며, UNWTO는 길어진 체류기간, 인플레이션, 보복소비 등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눈을 안으로 돌려 우리 자화상을 보면 연일 암울한 잿빛 소식들이 줄을 잇는다. 0%대 경제성장이라는 처절한 비관론까지 등장한다. 돌아가는 현상들이 여전히 급박하다. 특히 요즘 한국과 중국 간에 빈번한 마찰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국내 관광업계 측면에서 볼 때는 큰 타격이다. 코로나 이전 중국은 해외여행객 수와 해외여행 지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큰 손’인 데다, 우리에게도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 관광객은 손 큰 고객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중 양국의 갈등은 양국 정부의 대응 못지않게 양국 젊은이들의 감정 격화도 기인한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양국 네티즌들이 상대국을 무시하고, 상식 이하의 무모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은 삐뚤어진 애국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변화된 모습이 양국 간의 정서를 민감하고 빠르게 냉각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우의 수는 항상 존재한다. 경우의 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위기와 기회는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누가 변화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경쟁의 승패가 엇갈릴 수 있다. 말하자면 중구난방 식으로 이리저리 뛸 것이 아니라 ‘팀 코리아’라는 민간 중심의 관광업계 컨트롤 타워를 가동하여 중국 시장 혹은 유망 지역에 따라 단기·중장기 전략을 구분하여 대처해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 수출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와 그에 따른 내수 진작이다. 매력적인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결합해내면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K푸드·K팝·K드라마·K뷰티 등과 연계한 ‘웰빙’이나 ‘체험’ 관광 콘텐츠를 융복합화하여 고도화해 내는 지혜를 모을 때다. 즉 바깥으로 나가는 것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오는 비즈니스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면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생활비가 폭등하는 어려움에도 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나며 예약으로 이어져 주목된다는 보도들을 보면 그렇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도 올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호텔업계도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면 늘 정치권에 쏠린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냐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로 해괴망측한 혼돈과 참사, 리스크의 연속이다. 이태원 참사 문제 해결을 두고도 본질은 실종되고 서로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다. 바람 잘 날이 하루도 없다. 이런 나라가 잘되면 오히려 이상한 거고 결국 물극필반일 것이다.

 

국가나 기업·개인 모두가 당면해 있는 현재와 미래에 대해 안일하고 구태여 알려고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오로지 상대를 불편해하고 갈라 치는 무리, 권력의 사유화와 가짜 시장경제로 국가 후퇴를 재촉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제갈공명 같은 만능의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 기대감을 접은 지 오래다. 다만 현실을 제대로 좀 돌아보면서 그냥 기본에 충실하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그것만 해도 민간은 자생적으로 활력을 찾아갈 것이다.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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