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국백료주(笨麴白醪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119번 째 이야기

 

분국백료주(笨麴白醪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분국백료주방(笨麴白醪酒方)’은 ‘분국(笨麴)으로 빚는 하얀 빛깔의 탁주’라는 뜻의 주품명이다. 1823년에 저술된 서유구의 <林園十六志>에 수록되어 있다. <임원십육지>의 주방문은 대략 200가지가 넘는 데다, 누룩 제조법까지를 수록하고 있는 백과사전과 같은 방대한 저술이다.

<임원십육지>의 저자 서유구가 주방문과 관련하여 200가지가 넘는 주품들을 저자가 직접 양조를 해 보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임원십육지>의 200가지가 넘는 주품 가운데는 술의 효능에 대한 설명만 소개하고 있는 주품들이 1백여 종에 이르고, 나머지 1백 여종의 주품들 가운데 30% 정도가 중국의 술들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주품들을 발췌하여 수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파주방’을 비롯하여 ‘포양방’, ‘속미주방’, ‘법주방’, ‘삼구주방’, ‘서미법주방’, ‘당량주방’, ‘갱미주방’, ‘칠석주방’, ‘분국상락주방’, ‘동미명주방’, ‘천대홍주방’, ‘건창홍주방’, ‘하동이백주방’, ‘벽매주방’, ‘령주방(酃酒方)’, ‘만전향주방’, ‘밀온투병향방’, ‘소번황주법’ 등이다.

 

이 외에도 다수의 주품이 중국의 기록을 인용한 것으로 여겨지고, 실제로 술 빚는 방법이나 과정에서 중국식을 모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분국백료주방’ 역시도 중국의 술이 <임원십육지>를 통해서 우리 술로 변화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바로 주품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분국’ 때문이다. ‘분국’은 우리나라의 조곡(粗麯)과 같이 거친 누룩을 가리킨다. 따라서 거친 누룩으로 빚는 탁주(백료주)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백로주’나 ‘백하주’ 등의 탁주류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분국백료주방’에는 ‘멥쌀로 빚는 법’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방문 말미에 <齊民要術>을 인용하였음을 언급하고, “멥쌀로도 빚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멥쌀로 빚는 주방문을 작성하였음을 밝혀둔다.

‘분국백료주방’은 ‘백료주방’의 주방문에 이어 수록된 주방문으로, ‘백료주’의 별법(別法)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방(本方)’이라고 할 수 있는 ‘백료주’ 방문은 밑술을 차조로 고두밥을 짓고, 누룩은 물에 담가 불린 수곡을 만들어 사용하고, 덧술은 멥쌀고두밥을 지어 밑술에 합하여 발효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국백료주방’은 ‘백료주방’을 기초로 하여 누룩과 주재료가 바뀐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특별히 ‘분국’으로 빚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준다.

‘분국백료주방’은 특별히 법제하여 마련한 ‘분국’을 7일간 불려서 수곡(물 누룩)을 만들었다가, 체에 걸러 짜서 누룩찌꺼기를 제거한 ‘누룩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를테면, 우리의 ‘부의주’ 주방문과 동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곡의 침지기간과 덧술을 여러 차례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조곡’으로는 3양주를 빚을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밀기울을 제거한 밀가루로 만든 ‘분곡(粉麯, 白麯)’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중국의 술빚기에서는 ‘분곡’이 없는 경우에 대비해 ‘분국(笨麴)’을 사용하는 대신, 수곡의 침지기간을 길게 가져감으로써, 안전한 발효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술 빚는 법에서 누룩을 이와 같이 오랫동안 담갔다가 술을 빚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기껏 해야 ‘사오주’와 ‘삼오주’가 정도가 떠오를 뿐으로, 이들 주방문을 보면, 돌아오는 해일까지 대략 12일 정도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수곡의 침지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방법은, 장기발효주나 3양주 이상의 중양주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궁극적인 목적은 밑술의 유기산 농도를 높여 잡균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주치라고 할 수 있으므로, 2양주나 단양주에서는 장기간의 침지를 해서는 안된다.

‘분국백료주방’는 쌀을 비롯하여 누룩과 물 등 주재료의 양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백료주방’을 참고로 하였는데, 밑술의 쌀을 비롯하여 덧술과 2차덧술 모두 동일한 양의 쌀을 동일한 방법(고두밥)으로 가공하여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우리의 술빚기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멥쌀로 빚는 법’은 본방인 찹쌀로 빚는 법과 동일하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백료주’를 참고할 일이다.

 

분국백료주방(苯麴白醪酒方) <林園十六志>

 

술 재료 ▴밑술:찹쌀 (1석), 누룩가루 (3덩이/9kg), 물 (3~5말)

▴덧술:찹쌀 (3말)

▴2차덧술:찹쌀 (3말)

술 빚는 법밑술①누룩을 솔로 털어서 곰팡이와 볏짚 등 이물질을 깨끗이 손질하여 햇볕에 말린다. 분국백료주방 밤에도 거둬들이지 않고 이슬을 맞히고 낮에는 햇볕을 쪼여 뜬 냄새와 이취를 제거한다. ②그릇에 손질한 누룩을 넣고, 누룩이 잠길 정도로 물(3말 ~5말)을 채워서 물 누룩을 만들어 7일 정도 담가 불려 놓는다.③누룩을 손으로 뭉개서 덩어리를 풀고, 체에 내려서 누룩찌꺼기를 제거한 누룩물을 만들어 놓는다. ④찹쌀 (1석)을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새 물에 씻어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⑤불린 찹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⑥누룩 물에 찹쌀고두밥을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⑦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다.

덧술 ①찹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새 물에 씻어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②불린 찹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밑술에 찹쌀고두밥을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 후, 술맛을 보아 누룩의 힘이 남아 있으면, 다시 덧술을 준비한다.

2차덧술 ①찹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새 물에 씻어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②불린 찹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덧술에 찹쌀고두밥을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 후, 술맛을 보아 누룩의 힘이 남아 있으면, 또 덧술을 할 수 있다.

<분국백료주방> <齊民要術>. 누룩을 깨끗이 손질하여 햇볕에 말린다. 누룩을 담글 때는 물속에 누룩이 잠기는 정도가 적당하다. 7일 정도 물에 담갔다가 주물러 부셔서 찌꺼기를 거른다. 찹쌀을 씻어 물에 담갔다가 고두밥을 쪄서 펼쳐서 식힌다. 고두밥을 누룩 물에 섞어 술을 빚는다. 덧술 하여 맛을 보고 또 덧술하고 결국 누룩기운이 떨어질 때까지 덧술을 계속한다. 멥쌀로도 빚을 수 있으며 이 술을 빚을 때는 반드시 한식날 이전에 밑술을 담가야 한다. <齊民要術>을 인용하였다.

◈ 苯麴白醪酒方 <林園十六志>

술 재료 밑술:멥쌀 (1석), 누룩가루 (3덩이/9kg), 물 (3~5말)

덧술:멥쌀 (3말)

2차덧술:멥쌀 (3말)

술 빚는 법 밑술 ①누룩을 솔로 털어서 곰팡이와 볏짚 등 이물질을 깨끗이 손질하여 햇볕에 말린다. ②밤에도 거둬들이지 않고 이슬을 맞히고 낮에는 햇볕을 쪼여 뜬 냄새와 이취를 제거한다. ③그릇에 손질한 누룩을 넣고, 누룩이 잠길 정도로 물(3말 ~5말)을 채워서 물 누룩을 만들어 7일 정도 담가 불려 놓는다.④누룩을 손으로 뭉개서 덩어리를 풀고, 체에 내려서 누룩찌꺼기를 제거한 누룩물을 만들어 놓는다. ⑤멥쌀 (1석)을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새 물에 씻어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⑥불린 멥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⑦누룩 물에 멥쌀고두밥을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⑧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다.

덧술 ①멥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새 물에 씻어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②불린 멥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밑술에 멥쌀고두밥을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 후, 술맛을 보아 누룩의 힘이 남아 있으면, 다시 덧술을 준비한다.

2차덧술 ①멥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새 물에 씻어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②불린 멥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고,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덧술에 멥쌀고두밥을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 후, 술맛을 보아 누룩의 힘이 남아 있으면, 또 덧술을 할 수 있다.

▴주방문 말미에 “멥쌀로도 빚을 수 있다.”고 하였으나, 덧술과 2차덧술에 사용되는 쌀의 양에 대해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에 ‘백료주’를 참고하여 상법(常法)의 주방문을 작성하였다.

 

<분국백료주방(苯麴白醪酒方)> <齊民要術>. 누룩을 깨끗이 손질하여 햇볕에 말린다. 누룩을 담글 때는 물속에 누룩이 잠기는 정도가 적당하다. 7일 정도 물에 담갔다가 주물러 부셔서 찌꺼기를 거른다. 찹쌀을 씻어 물에 담갔다가 고두밥을 쪄서 펼쳐서 식힌다. 고두밥을 누룩 물에 섞어 술을 빚는다. 덧술 하여 맛을 보고 또 덧술하고 결국 누룩기운이 떨어질 때까지 덧술을 계속한다. 멥쌀로도 빚을 수 있으며 이 술을 빚을 때는 반드시 한식날 이전에 밑술을 담가야 한다. <齊民要術>을 인용하였다.

 

박록담은

* 현재: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 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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