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김원하의 취중진담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오늘의 건강이 내일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오늘의 소확행(小確幸)이 내일도 계속 될 수 있을까.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가끔은 이런 의문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은 생각지도 않은 대지진이 일어날 것을 꿈엔들 생각했을까. 5만여 명의 사상자를 낸 지진현장을 보면서 자연 앞에 인간은 너무 나약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오늘도 네탓 내탓 하며 아등바등 삶을 영위한다. 오늘을 사는 속인(俗人)들은 처자식 먹여 살리면서 내일을 위해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도 참고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정도인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무슨 재주가 특출해서인지 수억도 아니고, 수십억도 아닌 수백 수천억 원을 손쉽게 챙겼다니 소시민으로서는 허탈감만 생긴다. 이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어느 정도 금력이 마련되면 이를 바탕으로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다. 전부는 아니지만 인간은 권력을 잡기를 갈망한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쥐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잡아 보지 못했으니 알기야 하겠냐만은 공자께서는 일찍이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구부려 베고서 잠을 자는 궁핍한 생활일지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안에 있다고 했다.(飯蔬食飮水하고 曲肱而沈之라도 樂亦在其中이니…반소식음수하고 곡굉이침지라도 낙역재기중이니….)

현대 사회에서 그렇게 살다가는 집에서 당장 쫓겨나겠지만 현대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TV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에 열광한다. 이들에게 자연인은 로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 해 두해 나이 들어가니 가끔은 별별 생각을 갖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살다 가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뜩 필자가 젊은 시절 초등교회 담임 목사였던 故 趙香祿 (1920.9.14-2010.4.11)목사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씀이 떠오른다.

조 목사님에게 인생 상담을 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는 물음에 조 목사님은 “오늘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최선을 선택해서 하면 된다”고 하셨다. 특히 조 목사님은 걱정을 당겨서 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 지금도 생각난다. 이를테면 입학이나 입사 시험에 많은 사람들은 떨어질까 봐 걱정을 하는데 합격할 수도 있지 않은가. 떨어지고 나서 걱정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 미리 걱정부터 하는 것은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1788년에 독일에서 태어난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라는 저서에서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 즉, 자신의 내면에 있다고 했다.

역시 독일 출신 에크하르트 톨레는 달라이 라마, 틱낫한과 함께 21세기를 대표하는 영적 교사인데 불교 철학과 여러 명상법 등을 배우고 익히고 나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집필했다.

오늘 왕창 즐기고 내일은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 오늘을 헛되게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나이 들어 어르신 소리를 들을 쯤이면 자의 건 타의 건 먹고 마시는데 제한을 받게 된다. TV 먹방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대식(大食)이 아니더라도 음식 종류에서부터 양에 이르기까지 제한적이다. 식사뿐만 아니라 술도 강제 금주령이 떨어질 때가 많아진다.

당뇨나 혈압 수치가 높으면 의사들은 빵이나 국수, 또는 흰 쌀밥처럼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가급적 소식해라, 술도 끊어라, 많이 걸으라고 한다. 얼핏 들어보면 보릿고개 시절이 좋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 시절엔 못 먹어서 영양실조 환자가 많았고, 부황병 환자도 많던 시절이다.

음식만의 문제도 아니다. 술도 그렇다. 술을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통계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대게 세분류의 사람들이 아닐까 여겨진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은 첫째는 선천적으로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 둘째는 그 동안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몸이 결단난 사람들. 셋째는 술을 마시고 싶어도 술 마실 돈이 없어 못 마시는 사람들. 그 밖에 종교적 이유 등으로 술을 마시지 못한다.

나이 들어 후회 하지 말고 적당히 먹고 마시는 것도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정신과전문의 문요한은 그의 저서 <오티움>에서 “한 사람의 10년 후 행복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건강이나 가족 관계, 돈, 지위가 아니라 ‘현재의 행복 지수’”라고 했다.

돈 욕심을 버리시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이 돈이다. 시간은 오는 것이 아니라 가는 것이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주머니 사정이 두둑하걸랑 어려운 처지에 놓인 친구라도 불러내 밥 한 끼 사면서 옛날이야기 하며 사는 것, 그것이 오늘을 행복하게 하는 소확행이 아닐는지요.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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