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매화가 필 때, 대한민국 제7광구 석유가스전의 희망도 핀다

2022년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출품작

『빈 술병』

 

지금 매화가 필 때,

대한민국 제7광구 석유가스전의 희망도 핀다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봄바람이 차디차서, 봄이 오긴 왔나? 싶었는데, 아파트 화단에 봄을 알리는 매화가 살며시 꽃망울을 터뜨리며 피어난다. 매화는 장미과 갈잎 넓은 잎 중간키 나무로서 다른 이름은 매실나무이다. 매화는 꽃을 강조한 이름이고, 열매를 강조하면 매실나무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는 다른 나무보다 꽃이 일찍 피는 봄의 전령사다.

그래서 매실나무를 꽃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화괴(花魁)’라 한다. 매화나무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일찍 피기에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 불렸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우리나라 화가의 경우 대개 18세기까지는 백매를 선호했으나, 19세기부터 홍매를 선호했다. 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에서는 매화를 볼 수 있는 음력 2월을 ‘매견월(梅見月)’이라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매실이 가장 먼저 나오는 자료는 고려시대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다.

매실은 신맛이 강하다. 신맛을 생각하면 입안에서 침이 돌게 마련이다. 중국 삼국시대 조조는 매실의 신맛을 이용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의 조조가 대군을 거느리고 출병했다. 그런데 길을 잃어 군사들이 몹시 피로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물 한 방울 보이지 않자, 군졸들은 모두 갈증을 느껴 행군조차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조조는 큰소리로 군졸을 향해 “저 산을 넘으면 큰 매화나무 숲이 있다. 거기서 열매를 따 먹자”라고 외쳤다. 이 말을 들은 군졸들은 매실을 생각하니 금방 입안에 침이 돌아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 고사에서 매림지갈(梅林止渴, 매실이 갈증을 그치게 함)이 탄생했다.

매화주
매실주

예로부터 선비들이 매화나무를 좋아한 이유는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하얀 꽃과 은은하게 배어나는 향기, 즉 매향(梅香)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는 정당매(政堂梅)라 한다. 이 나무는『양화소록(養花小錄)』의 편찬자인 강희안의 조부인 강회백이 심은 나무인데, 정당매는 강회백의 벼슬이 정당문학(政堂文學)을 지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김일손은『정당매기(政堂梅記)』를 남겼다. 지리산 자락의 단속사를 지키는 정당매는 600년의 세월을 견딘 탓에 키가 작아졌을 뿐 아니라 죽은 가지도 적지 않다. 정당매 앞에는 매화를 심은 뜻을 기린 비석이 있을 정도로 매화는 존중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김홍도도 매화를 무척 사랑했다. 하루는 어떤 이가 매화나무를 팔려고 왔지만, 김홍도는 돈이 없어 살 수 없었다. 마침 다른 이가 김홍도에게 그림을 청하고 그 사례비로 3,000냥을 주자, 김홍도는 2,000냥으로 매화나무를 사고 800냥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과 함께 마셨다. 그래서 이를 ‘매화음(梅花飮)’이라 불렀다. 매화나무를 산 기념으로 마신 술을 ‘매화음(梅花飮)’이라 한다면, 매화꽃을 담아 빚은 술은 매화주(梅花酒)라 할 것이다. 매화주는 엄동설한에 피는 매화꽃잎을 따서 빚은 가향주(佳香酒)를 연상하게 된다. 매화꽃잎을 부재료로 사용하여 발효시킨 화향입주법(花香入酒法)의 매화주를 비롯하여 다 익은 술에 매화꽃잎을 띄워 마시는 매화주가 있고, 소주에 매화꽃잎을 넣었다가 그 향기가 우러나면 마시는 혼성주법의 매화주도 있기 때문이다.

2022년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출품작

또한, 튼실한 매실 열매를 설탕과 함께 소주에 담가 익힌 우리의 과실주인 매실주(梅實酒)가 사랑받고 있다. 매실주 담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최근에 많이 이용하는 방법으로 매실 2kg에 소주 2l의 비율로 담가 3개월 정도 밀봉해 두면 산미가 강한 호박색 술이 된다. 매실은 되도록 설익어서 단단하고 푸른 것을 골라 깨끗이 씻고 물기를 없앤 다음에 쓰며, 마실 때 감미료를 약간 타 마시는 것이 좋다. 다른 방법은 매실 8kg, 소주 1l, 물 200cc, 미림 500cc를 항아리에 한꺼번에 담가 밀봉해 두고 가끔 흔들어 주면 2개월 후에는 완전히 익는데, 이때 건더기는 건져내고 미림 500cc를 더 넣고 저장한다. 미림은 소주·지에밥·누룩 등을 섞어서 빚은 단술인데 남부지방에서 흔히 즐겨 마시는 한국 고유의 술이다.

또 예로부터 전하는 매실주 담그는 방법으로는 짚을 태운 갯물에 반쯤 익은 푸른 매실(靑梅)을 하룻밤 담가두었다가 이튿날 꺼내어 헝겊이나 종이로 잘 닦아 내고 술로 씻은 다음 항아리에 넣고 소주를 부어 두면 1개월 후에 익는다. 이때 매실을 100일 이내에 꺼내지 않으면 매실의 씨앗이 알코올과 반응하여 발암물질인 에틸카바메이트가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매실주는 피로회복·식욕증진·소화촉진 등에 매화의 기품만큼 효과가 크다.

 

봄의 전령사인 고고한 매화꽃이 조금씩 피기 시작하는 계절인 작금의 세계 경제나 우리나라 경제는 고금리에 깊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런 때 매화꽃의 향기가 희망을 주는 것처럼, 제주도 남쪽 우리 영해에 박정희 대통령 때 확보한 “대한민국 제7광구 석유가스전”의 봄소식이 반가운 희망이다. 물론, 일본과 공동개발이라는 틀에 묶여있지만 반씩만 평화롭게 개발하는 경우에도 불황의 경제를 획기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번영의 계기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일본과도 지난(至難)한 과거를 딛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고, 안보와 자원을 함께 공유하는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외교가 빛을 발휘해야 할 절실한 시점이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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