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주’ 꿈꾸는 名品안동소주 윤광민 본부장
안동소주 위스키 보다 오랜 역사 지니고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
이철우 경북지사, ‘안동소주’ 세계화 모색에 동행했던 윤광민 본부장
봄이 오나 싶었는데 벌써 초여름 기분이 든다. 벚꽃도 예년보다 2주나 일직 피고 졌다. 때문인가 산천에는 초목들이 울긋불긋 한 새 옷으로 갈아입기 경쟁을 벌린다. 그런 날 안동을 찾았다.
주당들은 ‘안동’이란 말만 들어도 소주를 떠 올릴 만큼 안동은 증류식 소주의 메카다. 이제 안동소주는 세계로 뻗어나가 이름난 명주들과 경쟁을 벌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명주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철우 경북지사가 지난 2월 유럽 3국을 방문했다.
이 지사가 유럽을 방문한 것은 “안동소주가 위스키 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계무대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 방문하는 서유럽 3개국을 교두보로 삼아 경북의 산업, 농식품을 유럽에 알리고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지난 2월 9박 11일간 일정으로 영국·스페인·이탈리아를 방문, 위스키 본고장 스코틀랜드를 찾아 안동소주 세계화 모색에 나섰다.
이 지사 일행은 영국에서 스코틀랜드의 증류기 제조기업 포시스(Forsyths)와 위스키 제조업체인 글렌 모레이(Glen, Moray) 등을 방문해 위스키 제조기술을 둘러보고 교류방안을 협의했다.
모레이시(Moray County)는 위스키 업체가 50여개나 몰려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위스키 도시다. 광역자치단체가 전통주 기업들과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를 찾은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이 지사 유럽 방문길에는 명품 안동소주(대표 윤종림), 민속주 안동소주(대표 김연박), 명인 안동소주(대표 박재서) 등 6개 전통주업체들이 동행했다.
이철우 지사 유럽 방문시 동행했던 명품안동소주 윤광민(32세) 본부장은 무엇을 보고 배웠을까. 윤 본부장은 명품안동소주 윤종림 대표의 아들로 6개월 전 입사했다.
우리의 소주도 ‘K-소주’처럼 세계화 바람을 타야 한다
윤광민 본부장에게 유럽의 양조장들을 방문한 소감을 묻자 “전 세계 주류 판매량 부동의 1위는 한국의 소주입니다.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세계판매량 1위자리를 수성하고 있는데도 한국의 소주는 그렇게 유명세를 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일인데요, 이번 유럽의 양조장을 둘러보고 K-푸드, K-컬쳐처럼 ‘K-소주’로 세계화 바람을 타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윤 본부장은 비록 양조장에 정식으로 입사한지는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양조장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았기에 전통주가 몸에 배어 있는 젊은이다.
윤 본부장은 “세계 명주들이 꼭 술맛 때문에 비싸게 팔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파워 때문 아니겠습니까. 우리 안동소주도 떳떳하게 세계 명주 반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주를 하는 사람들끼리라도 힘을 뭉쳐서 세계 명주장벽을 뚫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윤 본부장은 “우리나라 위상은 10대 경제대국뿐만 아니라 문화, 음식,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MZ세대들의 음주문화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정의 했다. 물론 한 젊은이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주문화를 정의 할 수는 없겠지만 전통주를 취급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른 젊은이에 대해 훨씬 감각이 남다를 수 있다고 본다.
윤 본부장은 어려서부터 요리와 식품공학에 관심이 많아 을지대에서 식품산업외식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10여 년간 직접 일식집과 한식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 GS25, 홈프러스 등 편의점에 납품
일반적으로 미국의 LA 등지에서 20-30대 젊은이들이 데킬라 등으로 칵테일을 즐기는 음주문화가 형성되면 이 문화가 일본으로 건너와 산토리 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는 문화로 발전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하이볼(highball)이 젊은이들 음주문화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도 이 문화와 무관치 않다.
윤 본부장은 이 문화를 거꾸로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윤 본부장은 이미 ‘K-문화’가 세계화 바람을 타고 있어 이 바람결에 ‘K-소주’를 실어 보내자는 것이다.
최근 국내 양조업계에선 증류식 소주를 내리는 업체가 많아 다양한 증류식 소주가 출시되고 있어 ‘K-소주’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윤 본부장은 내다봤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도의 전통주 출고 액은 143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84억 원보다 7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명품안동소주는 2020년 5월 ‘참조은 안동소주’ 16.9%(360㎖) 20피트 한 컨테이너 분량(24,000 병)을 미국 괌으로 수출하기 시작한 이래 금년 들어서만 상반기 중 이미 선적됐거나 수출이 잡혀 있는 물량이 40피트 컨테이너 20개가 미국 H마트로 수출된다.
이 같은 여건으로 봐서 ‘K-소주’붐을 조성시키는데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최근 명품안동소주는 세븐일레븐, GS25, 홈프러스 등 편의점에 납품계약이 이루어져 명품안동소주를 구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윤 본부장은 전망했다.
명품안동소주는 숙취가 없고, 목넘김이 수월하다는 평 받아
문제는 젊은이들 사이에 ‘안동소주’는 ‘독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데 따지고 보면 ‘名品안동소주’의 경우 ‘名品 참조은 16.9%’(360ml 2,880원)는 시중 일반 소주와 도수가 같고 가격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마셔보면 담백하여 증류식 소주가 탁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명품안동소주에서 출시되고 있는 술은 참조은 안동소주 16.9도 360ml 외에도 ▴名品안동소주 PREMIUM 19.8% 375ml(8,270원),▴명품안동소주 PREMIUM30 30% 375ml
(11,070원), ▴안동소주 PREMIUM40 40%500ml(42,750원)▴명품안동소주 담금주 30%
3.6L(38,520원)▴명품 안동소주 청와대 선물세트 45% 600ml(48,600원)▴명품안동소주 호리병 45% 800ml(45,000원)등이 있다.
명품안동소주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숙취가 없고, 목넘김이 수월하다는 평을 듣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는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문이 퍼져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베트남 등지에도 수출되고 있다.
뒤집고 비틀면 비로소 보이는 신 상품 신 시장
윤종림 대표는 명품안동소주를 대량 구매하는 편의점으로부터 햇섭(HACCP)인증을 요구해와서 햇섭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을 벌리고 있는데 차제에 생산시설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세븐일레븐, GS25, 홈프러스 등 3개 편의점에 공급하려면 현재의 생산시설로는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취재길에는 경기종합주류(주) 박영덕 회장이 동행했다. 일반종합주류에서도 앞으로는 증류식 소주를 본격적으로 취급해야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전통주 업계를 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일반주류도매업계가 증류식 소주를 본격적으로 취급하게 되면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그래서 윤종립 대표는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하여 권역별로 OEM 방식으로 공급물량을 커버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양조장들은 설비용량에 비해 생산이 떨어진다. 판매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품안동소주는 시설을 늘여야 할 정도로 판매가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윤 대표의 판매 노하우도 있겠지만 근본에 충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조장을 새로 짓고 전통주 사업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영업부진으로 적자만 늘어갔다.
“아마 60-70억 원은 까먹었을 것 같습니다.” 윤 대표는 그 때를 회상하면서 “왜 안 되지”를 화두로 삼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깨닳은 것이 ‘원칙에 충실하자’, 그리고 ‘고정 관념을 깨자’는 각오를 다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통주업계로서는 상상도 못한 16.9%의 증류식 소주 ‘名品참조은’을 생산하게 된다. 그 당시 전통주 업계로부터는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명품안동소주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수출이 이루어지고 대형 3개 마트에 납품이 이루어진 것은 이런 엉뚱한 발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발상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는 <미친 발상법>의 저자 김광희 교수(협성대학교 경영정보학과)는 그의 책에서 발상의 전환은 “뒤집고 비틀면 보인다”고 했다. 굳어진 생각을 다시 한 번 비틀고, 뒤집어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윤 대표는 “증류식 소주는 고도주”라는 생각만 바꾸어도 시장이 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가는 원칙에 충실하게 사업을 이끌면 이익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본부장이 ‘K-소주’를 추구하는 것 또한 발상의 전환일 수 있다.
윤광민 본부장에게 어떤 성격이냐고 묻자 “체험을 통해 배우는 성격”이라고 했다. 10여 년간 사회 활동을 하면서 모르는 것은 알때까지 파고들어 끝내 알아내고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그래서 새로운 술을 만나면 이 술이 어떤 술인지 마시다 보면 취할 때도 많다고 한다.
이런 성격으로 명품안동소주의 신제품에는 윤 본부장의 끈기가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올해 안에 정말 좋은 술이 출시될 것이라고 귀띔해준다.
큰 꿈을 꾸는 자가 큰 꿈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새로 출시되는 명품안동소주가 ‘K-소주’의 원조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글․ 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