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간띠 부었나? 소주 5병 마시고 조정하다니
“간덩어리가 부었나?”를 부산 사투리로 해 보면 “간띠 부었나?”라고 쓴다.
요즘 간띠 부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고 계몽활동을 펼쳐야 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비롯해서 소주 5병 이상을 마시고 경비행기를 몰다가 사고를 낸 조정사,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고 뺑소니 친 군인,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탁구 여제’ 현정화 감독 등 최근 들어 음주운전이나 음주사고와 관련된 뉴스가 우리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술을 먹는 행위를 탓할 수는 없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술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술은 먹으면 몸도 마음도 취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어쩐 일인가.
혹자는 음주운전 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술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모두가 맞는 말이다.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들이 한국 땅에 살면서 보고 느낀 음주문화는 한 마디로 가관(可觀) 이라고 입을 모은다.
술 먹는 것을 목적으로 한 회식 자리도 아니면서 저녁이나 하자며 시작된 식사자리에서 반주로 시작한 술이 어느 정도 취기가 돌면 2, 3차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많고, 술을 못 마신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서 강제로 퍼 먹인다. 그래야 대접을 잘 했다는 잘 못된 인식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한다.
술을 잘 한다는 사람도 2, 3차 술집을 전전하다보면 취하기 마련이다. 이때쯤 되면 소위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느는 것은 똥배짱이다. 애지중지하는 애차를 놔두고 가거나 남의 손에 맞기고 싶지 않아 핸들을 잡는다.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이나 주폭문제가 줄지 않는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에 흐르는 ‘음주 자에 대한 너그러움’이란 DNA가 넘쳐나기 때문은 아닐까.
인류역사가 시작되면서 술은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아니면 기쁘거나 슬프거나를 막론하고 늘 등장 해 왔다. 때로는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술은 끊임없이 성장 발전하고 있다. 술이 인간 사회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술은 훌륭한 문학과 예술을 탄생시켰고, 때로는 치료제로서 역할도 해내고 있지만 지나친 음주는 패가망신을 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한 역기능도 많다.
고위 공직자가 술 때문에 옷을 벗는 일이라든가. 술에 취해 여성에게 심한 농담을 했다가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그런데도 우리사회에서는 이런 술의 역기능을 잘 알면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기란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 공론화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술을 처음 마실 때 ‘어떻게 술을 마셔야 한다’든가 하는 음주교육 같은 것이 없으니 그저 적당히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을 시작한다.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올바른 음주문화가 생겨날 일이 없다.
지난 3월 경북 영덕의 경비행기 조종사 A 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341%의 만취 상태(소주 5병 정도 마신 상태)에서 경비행기를 조정하다가 사고를 내서 사망했다. 흔한 말로 죽으려고 환장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이 상태에서 조정 간을 잡을 수 있었을까.
날씨가 쌀쌀해져 술자리가 많은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제발 앞으로는 음주운전이나 지나친 음주 때문에 사고를 치는 뉴스가 안 나왔으면 한다.